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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 세상을 쓰다

라디오스타 최현석, 그의 허세에 담긴 요리부심 최현석은 어느새 대세가 되었다. 대세로 발돋움하게 한 것은 월요일 JTBC의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저 문장에 마침표로 대세임을 확인 사살한 프로그램은? 그것은 대세 인증 프로그램, 라디오스타 출연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훌륭한 요리 실력에 예능감을 겸비한 그의 파괴력은 가히 대단하다. 주방에 앞치마를 두르고 칼을 들었을 때는 온 신경을 요리에 집중하기만 해도 바쁠 텐데, 오랜 경력과 업계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그는 주방에서 상당히 자유로워졌다. 여유 있는 장인이라고 하기에는 뭐 한 것이 그의 자유로움은 허세로 직결한다. 오른손을 크게 올리며 소금을 뿌리는 동작하며, 앞치마를 요란스럽게 묶는 모습까지, 어느새 그 귀여운 허세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고 프로그램의 흥행과 동시에 .. 더보기
<인투 더 와일드> 로드 무비와 보이지 무비 사이의 삶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는 로드(road) 무비가 아니라 보이지(voayage) 무비로 봐달라.” 자신의 마스터피스 중 하나로 꼽히는 (My Own Private Idaho, 1991)에 대해 구스 반 산트(Gus Van Sant)는 이렇게 말했다. 로드무비란 길(road) 영화, 쉽게 말해 길 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다. 말하자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인물의 편력을 담은 영화가 바로 로드 무비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 하나를 들자면, 청년 체게바라(아르네스토 게바라)의 라틴 아메리카 여행기 (월터 살레스, 2004)가 있다. 보이지 무비는 로드 무비와 어떤 점이 다른 걸까? 보이지 무비는 ‘여행 영화’쯤으로 번역되기 때문에 로드 무비와의 차이를 식별하기 쉽지 않다. 구스 반.. 더보기
냉장고를 부탁해 셰프 캐릭터의 중심, 최현석과 김풍의 흥미로운 대결 이번 주는 문희준의 냉장고가 주인공이었다. 지난주 냉동인간 박준형의 냉장고에 이어 이번에는 90년대 아이돌 특집으로 초대된 두 번째 게스트 문희준의 차례. 문희준은 본인이 좋아하는 된장 요리와 늘 다이어트를 해야하는 본인의 처지에 한스러워하며 오늘만큼은 다이어트 해방 음식을 셰프들에게 요청했다. 남은 셰프는 4명, 인턴 셰프들과 달리 우선 시드권이 있는 최현석과 그와 대결을 강력히 원했던 김풍이 나란히 다이어트 해방 음식을 선택하며 이들의 대결이 성사되었다. 이 둘의 대결은 내가 가장 기다리고 기다렸던 매치업이었다. 딱 한 번 격돌한 적이 있는 이들은(첫 방송으로 기억, 그때는 최현석 셰프가 승리) 이후 각기 다른 상대들과 격돌하면서 정말 오랜만에 재대결을 이뤘다. 둘의 첫 번째 대결과 두 번째 대결 사.. 더보기
<파랑새의 집>과 <풍문으로 들었소>, 어떤 작품이 성공적인 후속작이 될까? 최종 시청률 43%, 오랜만에 경이로운 숫자였다. 지난주에 종영한 의 시청률 수치다. 막말해 대한민국 TV의 절반이 이 드라마를 봤다는 것이다. 게다가 는 ‘착한’ 드라마라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온갖 자극이 난무하는 최근의 주말드라마의 추세와는 다른 행보를 성공적으로 보여준 좋은 드라마였다. 아버지의 불효 소송이라는 신선한 설정을 유쾌하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풀어낸 것이 드라마의 성공요인이었다. 이번에도 KBS는 ‘착한’ 드라마 카드를 꺼내들었다. 주인공은 아버지에서 청춘으로 옮겨갔다. 취업을 눈앞에 둔 청춘들과 혈연을 뛰어넘는 어머니의 헌신에 관한 이야기, 이라는 KBS 새 주말드라마의 소개다. 벌써 2회까지 방영이 된 상황. 사실 KBS 저녁 8시 주말 드라마는 아주 안전한 드라마다. 평이 아주 안.. 더보기
새누리당 저가담배가 의미하는 것 명절부터 눈 찌푸리게 하는 소식이 나왔다. 이번엔 저가담배란다. 새해 담뱃값 오른 지 얼마 됐다고 다시 저가담배를 운운하는지 의뭉스럽다(물론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직접적으로 피곤할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발언의 당사자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다. 정부에 할 말은 하겠다더니 정부도 어이없어 할 만한 발언을 하고 말았다. 여당의 저가담배 아이디어는 아마도 다음과 같은 루트로 나왔을 것이다. 명절 전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역구를 돌다보니 과거 새누리당을 지지하던 노년층 대다수가 담뱃값 인상에 불만을 표한다. 재보궐을 앞둔 시점에서 노년층의 지지를 잃어서는 안 될 새누리당에선 이들을 달래기 위한 정책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아이디어’ 차원에서 저가담배 도입안이 나온 것이다. 비록 그.. 더보기
불가능이란 없는 삼시세끼, 만재 베이커리 탄생 지난주 제작진의 미션에 차승원은 어묵탕을 보기 좋게 성공했다. 어묵으로 탕을 끓이는 것이 뭘 그리 대수로운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삼시세끼 만재도에서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 이곳에서 냉동식품 어묵 따윈 팔지도 않고 존재하지도 않는다. 직접 어묵을 만들어야만 했다. 어려운 미션에 당혹감을 내비친 것도 잠시, 차승원은 호기롭게 칼을 들고 생선에 달려들었다. 이윽고 우리는 지난주, 차승원이 생선살을 잘게 부수어 어묵 반죽을 만들고 튀겼던 장면을 그리고 그 어묵으로 어묵탕을 끓였던 것을 두 눈으로 지켜봤다. 그리고 브라운관을 여과 없이 통과해 전해지는 어묵탕에 뜨끈함에 말라가던 아밀라아제가 마구 샘솟았던 경험을 한 사람이 나 말고도 더러 있을 것이다. 차승원의 뛰어난 요리 솜씨에 제작진은 고난도의 요리 .. 더보기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 <걱정 말아요 그대>(<톡투유> 방청+시청 후기) 를 버리고 를 선택했다. 선택의 이유는 간단했다. 첫째는 모처럼 만에 김제동이 단독으로 MC로 나선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둘째는 직접 를 다녀온 만큼 방송이 어떻게 편집됐을까 하는 기대와 우려가 반반씩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제동은 다음 뉴스펀딩 에서 ‘걱정 말아요 그대’의 ‘그대’는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파일럿 프로그램이지만 6년 만에 단독 MC 자리를 꿰찬 만큼 부담감이 작용했을 것이다(물론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러면서 그는 걱정을 대신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걱정을 공감하고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진행자와 게스트가 아닌 시청자가 주인공인 프로그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화에 (방청객으로) 참여했고 첫 방송을 지켜본 내가 냉정하게 내린 결론은 .. 더보기
설날, 온 가족의 만남이 더욱 화기애애해질 단막극 두 편 벌써 설 연휴의 이틀이 거의 지나갔다. 우리는 오늘을 맞이함으로써 진정한 2015년 1월 1일 새해를 맞이했다. 설날에는 온 가족이 모여 서로 세배를 하고 덕담과 함께 세뱃돈을 주고받는 것이 미덕인데, 요즘 세상은 너무 퍽퍽해 오가는 말에 상처를 받고 홧병 나는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특히 무언가를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불편한 것이 명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가족이다. 1년에 몇 번 보지도 않는 친척인데 그래도 핏줄이라고 안 보면 또 괜스레 미안해지고 서운하지 않겠는가. 특히 서로 말하기 싫은 가족들이 대화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바로 TV보기다. 설 연휴만 되면 방송사는 기다렸다는 듯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방송, 실험적인 파일럿 방송 등을 편성해 가족들의 대화.. 더보기
예체능 안정환, 그의 승부욕을 깨운 시원한 족구 한 판 예체능 족구편의 출정식을 기억하는가? 대체로 무난한 출정식이었지만 단 한 사람에게는 참 얄궂은 시간이었다. 구호가 약하거나 액션이 단조롭다는 이유로 수차례 파이팅을 외쳐야했던 안정환에 대한 얘기다. 그는 강호동의 가혹한 파이팅 수련에 “이런 것까지 해야되냐”며 발끈했는데, 그의 투덜대는 행동과 결국 있는 힘껏 파이팅을 외치는 장면에서 예체능은 의도치 않은 재미를 챙겼고, 또한 본 게임에 키플레이어로 활약할 그의 승부욕에 제대로 시동을 걸었던 셈이었다. 이번 방송에서는 정환팀과 형돈팀으로 나눠 4:4 시합이 치러졌다. 총 3세트의 대결이었고 정환팀은 안정환이 주장인 팀이고 형돈팀은 정형돈이 주장인 팀이다. 방송을 보면 알겠지만, 안정환과 정형돈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예체능에서 앙숙의 관계를 이뤘다.. 더보기
당신이 놓치기 쉬운 2편의 설날 시사교양프로그램 다시, 설날이다. 언제부턴가 내게 설날은 즐거운 명절인 동시에 불편한 이벤트로 자래매김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동안 못 봤던 친척들을 만난다는 것에서 묘한 설렘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만나서 서로 의례적인 안부를 물을 때, 이후 서로 공유할 만한 주제가 없을 때 명절의 허무함을 느끼곤 했다. 그럴 때 난 항상 TV를 틀어 어색한 공기를 전복시키려 했다. 다만 TV의 프로그램에서도 모든 가족, 친척들의 취향을 맞추기는 어려웠다(어려웠을 것이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족들은 기호, 연령층에 따라 서로 다른 예능, 영화, 드라마에 열광한다. 이러한 편차들은 대개 누군가의 배려와 양보 속에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가령 부모님은 주말마다 가족끼리 왜 이래라는 드라마를 보시는데, 이 드라마가 상당히 높은 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