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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 슬로운>, 캐릭터가 주는 속도감 타격감. 영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 굉장히 이질적인 표현이지만, 영화 을 설명하는 데 있어 이보다 적합한 단어를 찾기는 어렵다. 시종일관 빠르고 경쾌하게 치고 올라가는 영화는, 약간의 ‘클리셰’가 됐을지도 모를 영역들마저 특유의 속도감으로 극복해나간다. 영화는 제4의 벽을 넘지 않으면서도, 이미 관객의 의중과 반응 정도는 예전에 예측했다는 듯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만든 건, 바로 캐릭터의 힘이다. 엘지자베스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 분). 업계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로비스트인 그는, 그 명성에 걸맞게 날카롭고 차갑다.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치고 들어오는 그의 전략은, 적은 물론 아군마저 계산 범위에 두고 움직인다. 하루 16시간을 일하고, 각성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약을 달고 사는.. 더보기
<재심>, 힘을 좀 뺐더라면 김태윤 감독의 신작 은 2016년 11월 17일 무죄 판결이 난 익산 약촌 오거리 사건을 토대로 한 작품이다. 도입부의 설명과는 달리 영화의 메인 플롯은 사건이 일어난 거의 그대로를 담고 있으며, 세부적인 부분들 역시 현실을 강하게 반영했다. 영화적 장치일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부분들 - 별명인 '다방 꼬마'나 여관에서의 폭행과 같은 강압적 수사, 모티브가 된 박준영 변호사와 변호사 준영의 유사성 등 - 마저도 사소한 디테일까지 포함되는 경우가 제법 많은 정도다. 지나치기 쉬운 수원역 노숙자 살인사건에 대한 묘사 역시, 모델인 박준영 변호사에 대한 헌사를 위한 치밀한 장치로 느껴질 정도다. 정리하자면, 영화는 생각 외로 영화를 위해 현실을 감하는 일이 거의 없이, 현실을 반영했다. 그럼에도 영화 이 현.. 더보기
<너의 이름은.> 친절해진 마코토 ‘아련함’을 그리다 를 보면서 ‘이게 뭐야’란 생각을 하고, 노래에 꽂혀 스치듯 를 봤던지라 본격적으로 신카이 마코토란 감독의 애니메이션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디게 된 계기는 사실 이 처음이었다. ‘빛’을 잘 그리는 감독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배경화면 등을 그려냄에 있어 거의 실사에 가까운 수준의 묘사들을 담아냈던 영화는 비교적 간단한 스토리 전개에도 불구 여전히 인상에 깊게 남아 있다. 아직도 맥주에 초콜릿을 안주로 먹고, 어쩌면 아직 가보지 못한 비 오는 날의 도쿄가, 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할 정도로. 그런 점에서 일본에서의 폭발적 화제로 기대를 모았던 은 비교적 차분하고 침착한 - 감독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무라카미 하루키’적인 - 이전의 작품들과는 분명 차이를 보인다. 신카이 마코토가 그려내.. 더보기
<쿼바디스> '맞춤제작'된 신앙이란 * 개봉한 지 2년이 넘은 영화지만 전혀 위화감은 들지 않았다. 영화 속 한국교회의 현실은 2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다. 한국교회는 지속적으로 크고 작은 논란의 중심에 있어왔다. 다른 종교와의 비교, 여러 교단 간의 비교 등 다양한 논쟁들은 내게 꽤나 흥미로운 주제였다. 나는 종교를 소명의식이나 믿음보단, 사회학적인 비판내지는 사고의 차원에서 보는 편이기 때문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기독교 인구는 약 967만 명이다. 대략적으로 국민 5명중 1명은 기독교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기독교는 어마어마한 규모와 그에 따르는 영향력과 책임감이 따르게 되었지만 책임감은 잊혀진지 오래고 일부 대형교회를 주축으로 한 영향력은 일종의 권력이 되었다. 나아가 이 권력은 교회에 그치지 않고 자본, 정치.. 더보기
<나, 다니엘 블레이크> 켄 로치가 삶의 무게를 말하는 방법 ‘영알못(영화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2016년 칸 황금종려상까지 받은 영화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는 것 자체가 희극에 가까울 수는 있으나, 엄밀히 말해 영화 는 영화의 영상미나 극적 구성 측면에서 새롭거나 참신한 시도를 보여준 것이 없다. 으레 그랬듯이 그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 - 더 자세한 확인은 힘들지만, 아마도 신인들 - 을 쓰고, 플롯 자체가 확 튀는 구성도 아니다. 몇몇 움찔하게 만드는 부분들은, 사실 클리셰에 가까운 무엇. 다만 를 보면서 든 생각은, 이 영화에 다큐 3일이나 인간극장의 자막에 깔려도 크게 이상하게 여겨지진 않을 것 같다는 점이었다. 영화지만, 어쩌면 저 멀리 영국 뉴캐슬 어디에서 실제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별로 위화감이 없을 것만 같은 영화, 다. 영화와.. 더보기
[바꼈스오피스] 37주차(9/12~9/18) * [바꼈스오피스]는 저희가 새로운 기준을 통해 제시하는 영화 순위입니다. 현행 박스오피스는 오로지 영화가 벌어들인 수익, 관객수 등 절대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하여 순위를 매기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바꼈스오피스]는 일종의 ‘대안적 박스오피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새로운 기준에 맞춰 영화 순위를 다시 매긴 뒤 따로 코멘트를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이 작업이 최대한 객관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준이라는 것도 사실상 주관적인 가치 판단에서 벗어날 순 없을 텐데, 딱 거기까지를 주관적인 개입의 마지노선으로 삼으려 합니다. *** 현재 상영중인 모든 영화를 다 다루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불가피하게 ‘박스오피스’ 20위권 내에 있는 영화들만 다뤘습니.. 더보기
<고산자> 가능성만의 향연, ‘국뽕’ 판타지는 이제 그만 잘 다뤄지지 않는 참신한 소재, 유명한 감독, 안정적인 원작 소설 기반, 탄탄한 배우진. 차려놓은 밥상만 놓고 봤을 때 영화 (이하 )는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을 작품이었다. 구성이 다소 평범했음에도 자연을 담은 씬들 중에서는 탁월함의 가능성이 내비치는 듯한 아름다움 역시 존재했다. 섞어놓은 유머들이 거슬렸지만 그저 우스개꺼리로만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영화 에는 수많은 펼쳐지지 않은 많은 가능성들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모든 가능성을 접고 스스로 평범 이하의 한국 영화로 전락해버렸다. 는 도입부부터 스스로의 색깔을 명확히 하는 영화다. 김정호(차승원 분) 위로 펼쳐지는 자연환경을 담아내는 카메라는 마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광활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내지만, 그 탁월함의 경계에서 모든 것이.. 더보기
54살 먹은 이 영화, 여전히 오싹하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 * 영화 ‘싸이코’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CJ CGV는 이번 추석을 맞아 특가로 영화 예매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정 영화를 선정해 7000원에 제공하는 행사.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늘어선 영화들 중에 눈에 띄는 작품이 몇 개 있었다. 잘 됐다 싶었다. 평일/휴일 없는 취업준비생이라지만 그래도 평일과는 다르고 싶었다. 알프레드 히치콕, 상식으로만 외던 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다니, 어느새 난 극장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었다. 우선 바로 밑에 걸린 동영상을 재생시켜보자. 4분 남짓 재생될 이 음악 하나면 사실 영화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본 것만 같은 기분을 제공할 것이다. 이날 내가 만난 영화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스릴러물, ‘싸이코’(PSYCHO).. 더보기
[바꼈스오피스] 36주차(9/5~9/11) * [바꼈스오피스]는 저희가 새로운 기준을 통해 제시하는 영화 순위입니다. 현행 박스오피스는 오로지 영화가 벌어들인 수익, 관객수 등 절대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하여 순위를 매기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바꼈스오피스]는 일종의 ‘대안적 박스오피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새로운 기준에 맞춰 영화 순위를 다시 매긴 뒤 따로 코멘트를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이 작업이 최대한 객관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준이라는 것도 사실상 주관적인 가치 판단에서 벗어날 순 없을 텐데, 딱 거기까지를 주관적인 개입의 마지노선으로 삼으려 합니다. *** 현재 상영중인 모든 영화를 다 다루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불가피하게 ‘박스오피스’ 20위권 내에 있는 영화들만 다뤘습니.. 더보기
<밀정>이라는 회색지대에서 발견한 색다른 세 가지 포인트 ※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말이다. 햇살이 창틈으로 내리 쬐는 것에 맞춰 느긋하게 눈을 뜬다. 오전 9시, 모닝커피 한 잔 내려놓고 음악을 튼다. 1920년대 재즈인 루이 암스트롱의 'When you're smiling'이 흘러나온다. 한가롭게 커피와 음악에 취해본다. 행복한 주말의 시작이다. 우리가 늘 꿈꿔온 주말 아침의 풍경이다. 그런데 위의 문단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 독립을 위해 투신한 의열단을 다룬 영화 과 연결고리가 있다. 힌트는 1920년대 재즈가 되겠다. 밀정은 등의 영화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온 김지운 감독의 신작이다.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송강호 분)이 당시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뒤를 캐다 핵심 일원인 김우진(공유 분)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정출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