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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힐미

지극히 주관적인 2015년의 한국 드라마 이야기 연말연시는 항상 시상식과 위성연결로 보는 보신각 타종 행사와 함께 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방식의 새해맞이일 것이다. 날씨도 춥고, 쉬는 날에는 그저 쉬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방식이다. 그리고 하나 더, 2016년으로 바뀌자마자 우리는 주요 지상파 방송사의 연기대상 발표를 듣는다. 새해를 내줄 만큼 연기대상은 방송사 시상식의 꽃이다. 이번 해의 드라마는 어땠을까. 연기대상 후보들 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꽤 즐겁다. 누가 받을까 예상을 해보고, 내가 좋아하는 연기자가 내심 상을 탔으면 한다. 그런 즐거운 상상은 독자들에게 맡기고, 오늘은 ‘2015 별밤 드라마 회고식’을 해볼까한다. 1. 새해에 일어난 반전, 시청자를 7색 매력에 빠지게 만든 는 확실히 강력했다. 필자는 의 초반 1,.. 더보기
<너를 사랑한 시간> 너무나도 섬세한 우리의 현실을 드라마가 보여주려면 요새 단어로 ‘심쿵’하게 만드는 남자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로맨스 드라마의 선두주자, 이진욱이다. 드라마의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여심을 흔들려고 작정하고 쓴 대본을 구현하는 그의 연기는 일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멜로드라마의 진부함을 지적하고 있지만, 이진욱과 하지원이 보여주는 연기에 대해서는 그래도 박수를 보내고 있다. 드라마는 진부하다. 순진하지만 당차고 매력이 넘치는 여자가 꼭 사랑 앞에서 데이고 힘들어한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17년지기 남자는 정말 누가 봐도 반할만한 멋진 남자다. 하지만 그는 17년지기 여자를 짝사랑한다. 둘의 감성은 이미 통했으나 이성의 끈을 붙잡고 겨우 아닌 척 친구로 지내고 있다. 이 진부한 이야기를 살리기 위해 드라마는 디테일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4회 동안 에.. 더보기
<맨도롱 또똣> 아무 이야기도 아닌 이야기가 설레는 방법 드라마의 제목도 생소하고 배우들도 생소하다. 주연인 유연석과 강소라도 인지도는 높지만 지상파 드라마의 메인은 처음이다. 그나마 이 드라마의 색을 가늠할 수 있었던 건, 홍자매가 작가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과, 제주도가 드라마의 배역만큼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는 점이었다. 첫 방송을 본 결과, 드라마는 예상한대로 흘러갔지만 의외로 신선함과 설렘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지난주까지 이라는 진지한 드라마에 빠져있어선지 몰라도 주인공 백건우(유연석 분)과 이정주(강소라 분)의 만남이 생뚱맞고 과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홍자매의 로맨틱코미디라는 것과, 밝음을 표방하는 드라마라는 것을 기억하고 계속 보다보니 드라마의 의외의 면들에 빠지게 됐다. 드라마의 진행은 단순했다. 쌍둥이라는 오해로 엮인 인연, 건우와 정주는 장.. 더보기
킬미힐미와 닮은 듯 다른 <A씨에 관하여> (하) 꽤나 괜찮은 반전, 두 번째 Chapter는 기억을 찾는 연인의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이 이야기가 앞의 보다 짜임새 있었고, 후미에 반전까지 있어 앞선 이야기보다 흥미롭게 느껴졌다. 오후가 되면 기억이 과거로 돌아가는 유소현과 그런 그녀를 돌보는 이안의 일상은 곧 터지기 전의 폭탄과 다름없다. 과거의 기억으로 살아가는 여자와 그런 그를 돌보는 남자 사이의 갈등은 치유의 과정에서 심화되고 폭발한다. 소현의 하루는 다층적이다. 오전에는 스물넷, 오후에는 스물셋, 저녁에는 고등학생으로 살아간다. 부모가 모두 사고로 세상을 떠났기에 소현을 돌봐줄 이는 그녀의 연인 이안밖에는 없다. 이안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소현의 병을 고치려 하지만 소용없다. 기실 그녀의 병은 트라우마에서 비롯됐다. 부모가 교통사고를 당한 .. 더보기
킬미힐미와 닮은 듯 다른 <A씨에 관하여> (상) 솔직히 고백하겠다. 오랜만에 읽은 소설 치고는 꽤 괜찮았다. 그러나 걸작으로 꼽을 만큼 좋지도 않았다. 하지만 책을 쓴 저자의 나이는 열일곱. 소설을 쓸 당시 나이가 열여섯이란다. 도대체 뭘 하는 친구일까. 10년 전의 나는 책을 쓰기는커녕 읽지도 않았는데…. 갖은 생각을 뒤로 한 채 소설이 전하는 메시지를 재차 곱씹는다. 는 치유의 이야기다. 소설은 크게 3가지 Chapter로 나뉜다.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로 고통 받는 한 소녀의 이야기인 ,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 무언가에 쫓기듯 열차에 올라야만 하는 한 남자가 등장하는 . 3가지 이야기는 독립적이면서 유기적이다. 모두 개별적인 사건이지만 동시에 A씨가 등장한다. A씨의 정체는 수수께끼다. 에필로그에서 그 정체는 드러나지만 독자들은 아리송할.. 더보기
[인생은 드라마다] 우리 현실의 삶과 드라마의 깊은 관계에 대하여 오늘은 조금 특별한 기획을 준비해봤다. 이전까지는 드라마 리뷰를 주로 했었다. 드라마를 보고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재미난 요소들, 메시지를 전달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현실을 먼저 보고 드라마를 떠올리는 일을 하고자 한다. 항상 우리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를 수동적으로 보면서 작가의 메시지를 주입받았었는데 이건 좀 색다르지 않은가? 드라마의 본질을 알면 지금 드라마들이 왜 방영되고 있는지, 왜 그런 이야기를 꺼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작가보다 앞서서 내 나름의 시각으로 드라마를 본다는 것, 왠지 설레는 일일 것 같다. 드라마를 한자로 풀면 劇(극) 이라고 할 수 있다. 무언가를 연기하고 보여주는 일인데, 이 한자어에는 작은 비밀이 있다. 극이라는 한 개의.. 더보기
<앵그리맘>, <킬미힐미>와 닮은 구석이 있는 가족 치유 드라마 지난주까지 열풍이 거셌다. 출연진의 환상적인 연기와 더불어 아픔에서 비롯된 다중인격을 치유하는 이야기를 보여준 덕에 시청자들은 20부 내내 드라마에 푹 빠졌다고 고백했다. 이 드라마 덕에 우리는 자신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둔 상처를 꺼내보게 되었고, 정신적으로 힘든 일들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좋은 흐름을 받아 MBC는 또 한 번 영리한 선택을 했다. 이번엔 자신만 회복하는 걸 넘어서는 이야기다. 은 ‘모성’ 이라는 부분을 강조하며 ‘가족’의 회복을 말하려는 이야기다. 2014년 MBC 극본공모 당선작으로, MBC는 신인 작가의 작품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작가의 네임밸류는 포기하고 오롯이 이야기에 도전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또한 이 드라마는 90년대 청춘스타 김희선이.. 더보기
<킬미힐미> 19회, 마지막 회까지 흥미를 놓치지 않는 진수완 작가의 필력 이제 거의 다 왔다. 의 이야기다. 보통 16부작인 다른 미니시리즈와 달리 는 상대적으로 긴 호흡인 20부작을 방영하기로 처음부터 결정된 작품이었다. 시청률은 화제성만큼 높게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방송이 끝날 때마다 메인을 장식하는 기사들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이 드라마가 히트했음을 확실히 단언할 수 있다. 더하여 진수완 작가가 이 작품을 2008년부터 미리 구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드라마 초반에 시달렸던 여러 풍문(?)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보통 드라마가 히트를 하면 종영할 때쯤 연장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가곤 한다. 특히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 드라마일수록 그랬다. 그러나 연장을 한 작품 대부분 마지막에 좋은 평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 보고 싶어서 연장을 했는데 도리어 아쉬움을.. 더보기
연말 연기대상은 차도현, 아니 신세기, 아니 지성에게! <킬미힐미> 17회 반전의 반전. 발견의 발견. 진실의 진실. 모든 것들이 터져나온 17회였다. 차도현(지성 분)과 오리진(황정음 분)은 자신들의 출생의 비밀을 모두 알게 되면서 혼란, 분노, 슬픔, 고통 이 모든 복합적인 감정을 17회에서 드러냈다. 연이어 반전이 나왔기에 이것에 대한 언급은 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전개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다. 확실한 건 두 주인공이 맞닥뜨린 진실이 지금까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만큼 충격적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17회에서 중요했던 것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알게 되고, 사고의 범인을 알게 되는 현실을 맞닥뜨렸을 때 주인공이 어떻게 반응했냐는 것이었다. 인물들은 당연히 울고, 눈물 흘리고, 오열 했다.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받아들인 사람들의 반응대로 이들은 계속 울었다... 더보기
가려진 상처가 드러난 <킬미힐미> 11회, 이어질 전개 예상해보기 한껏 진지해졌다. 등장인물들은 많은 비밀을 알게 되었고, 시청자들은 그들보다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청자는 알지만 등장인물들은 모르고 있기에 엇갈리면서 생기는 서스펜스, 드라마가 후반부로 향하는데 꼭 필요한 장치다. 오리진(황정음 분)은 오빠 오리온(박서준 분)이 차도현(지성 분)의 뒷조사를 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차도현이면서 신세기인 그 다중인격자는 자신을 살린 사람이 혼수상태로 오랫동안 누워있는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11회는 내용 전개를 속히 하기 위해 새로우면서도 중요한 사실이 쏟아지는 시점이었다. 덕분에 인물들은 갈등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먼저 리진은 신세기의 강한 압박에도 이제는 밀리지 않고 도리어 더 큰 소리를 치면서 그를 압도했다. 결국 신세기는 오리진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