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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금 특별한 기획을 준비해봤다. 이전까지는 드라마 리뷰를 주로 했었다. 드라마를 보고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재미난 요소들, 메시지를 전달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현실을 먼저 보고 드라마를 떠올리는 일을 하고자 한다. 항상 우리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를 수동적으로 보면서 작가의 메시지를 주입받았었는데 이건 좀 색다르지 않은가? 드라마의 본질을 알면 지금 드라마들이 왜 방영되고 있는지, 왜 그런 이야기를 꺼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작가보다 앞서서 내 나름의 시각으로 드라마를 본다는 것, 왠지 설레는 일일 것 같다.

드라마를 한자로 풀면 劇(극) 이라고 할 수 있다. 무언가를 연기하고 보여주는 일인데, 이 한자어에는 작은 비밀이 있다. 극이라는 한 개의 한자를 구성하고 있는 세 한자를 살펴보면, 호랑이를 뜻하는 부수 한자어, 멧돼지, 칼을 뜻하는 부수들로 되어 있다. 좀 더 쉽게 말해 호랑이와 멧돼지가 칼을 들고 맞서 있는 상황을 선인들은 ‘극’ 이라고 표현했다. 모순적이고 극단적이며 갈등이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드라마의 본질은 갈등에서 찾을 수 있다.

 

드라마는 인류가 시작될 때부터 있었다고 한다. 동물에 비해 육체적으로 너무 약한 인간이 살기 위해 주술적으로 한 행동들이 바로 극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극은 점차 발전하여 우리가 텔레비전을 보면서 어떤 장면을 통해, 어떤 대사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으로 발전했다. 이렇듯 극, 드라마라는 존재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 지켜지고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호구의 사랑>, <앵그리맘>이나 리뷰할 것이지 무슨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꺼내느냐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드라마는 인류의 불안감, 욕망을 해소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고, 또 한자어 ‘극’에서 보았듯 갈등이라는 것에서 본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저 드라마들이 왜 나오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앵그리맘>을 예로 들어보자. 제목에서부터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화난 엄마의 이야기.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엄마는 왜 화가 났을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바람 난 남편 때문일 수 있고, 속을 썩이는 자녀 때문일 수도 있고, 평생 가족 뒷바라지만 하다 화가 난 자신의 상황 때문일 수도 있다. 이유는 만들어내기 나름이다. 하지만 제목에 들어간 두 가지 단어, ‘앵그리’와 ‘맘’이라는 단어를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정확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일단 ‘엄마’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모성을 찾을 수 있다. 엄마라는 이름 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따뜻함과 애틋함이 있으니까. 그런 엄마가 화가 났다면, 그 이유는 결국 자식 때문일 수밖에 없다. 그런 자식이 속을 썩여서 엄마가 화가 날까? 그렇지 않다. 어떤 상황에 힘들어하는 아이를 바라보게 되면 엄마는 미쳐버리게 된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어떻게든 돕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인과관계로 학교폭력을 당하는 아이를 구하려는 화난 엄마의 이야기가 <앵그리맘>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가 왜 지금 방송되어야 했을까? 사실 간단하다. 이 세상에 암암리에 문제되는 것들, 또는 대놓고 문제되는 것들을 수면 위에 올리고 공론화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킬미힐미>는 기사에서 밝혀졌듯, 진수완 작가가 몇 년 전에 이미 집필한 작품이었다. 작가는 놀라운 혜안으로 인간 마음 속 깊은 상처와 그로 인해 생겨나는 정신적 문제들을 공론화하려했지만 시기 상 지금에서야 방영됐다. 그 이유는 드라마를 보는 우리들이 지금 너무나도 지쳐있고,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에게 따뜻함과 치유의 메시지를 안겨줄 수 있던 드라마가 <킬미힐미>였고, 그 드라마는 그렇게 탄생했다. 

 

앞에서 살짝 이야기한 <호구의 사랑>을 봤을 때도, 우리 시대의 호구남들이 많이 탄생하고 있기에 그 드라마는 호구이지만 호구 아닌 착한 남성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또 성폭행으로 고통 받은 여성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네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렇게 드라마의 본질을 아주 조금만 알아도 우리가 보는 드라마가 만들어진 이유와 메시지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드라마가 쪽대본이 난무하고 어렵게 제작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허투루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심지어 날림이라고, 막장이라고 비난 받고 있는 드라마마저도 그 안에 나름대로 치밀한 구성이 있고 현실에서 가져온 이야기들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시청자라는 수동적 위치에 있긴 하지만 단순히 드라마를 감정적으로만 보기 보단 깊게 이해하고, 한 발 앞서서 보기 원한다. 그래야 우리 드라마들이 더욱 발전할 수 있으니까. 시청자들이 조금은 더 영민해졌으면 좋겠다. 그걸 위해서는 우리가 딱 한 가지의 진실만 붙잡고 있으면 될 것 같다. 드라마는 우리의 삶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거꾸로 말하면 사실 우리의 삶은 드라마와 다름없다는 사실 말이다.

 

사진출처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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