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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앵그리맘>, <킬미힐미>와 닮은 구석이 있는 가족 치유 드라마

지난주까지 <킬미힐미> 열풍이 거셌다. 출연진의 환상적인 연기와 더불어 아픔에서 비롯된 다중인격을 치유하는 이야기를 보여준 덕에 시청자들은 20부 내내 드라마에 푹 빠졌다고 고백했다. 이 드라마 덕에 우리는 자신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둔 상처를 꺼내보게 되었고, 정신적으로 힘든 일들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좋은 흐름을 받아 MBC는 또 한 번 영리한 선택을 했다. 이번엔 자신만 회복하는 걸 넘어서는 이야기다. <앵그리맘>은 ‘모성’ 이라는 부분을 강조하며 ‘가족’의 회복을 말하려는 이야기다. 2014년 MBC 극본공모 당선작으로, MBC는 신인 작가의 작품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작가의 네임밸류는 포기하고 오롯이 이야기에 도전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또한 이 드라마는 90년대 청춘스타 김희선이 억척스러운 엄마 역할에 도전하고, 미모와 연기력에서 성장세를 멈추지 않는 김유정의 등장으로 이미 1차적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사실 가장 걱정이 되면서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 김희선의 연기다. 엄청난 미모를 자랑했고, 현재는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은 엄마가 되었지만 그녀의 연기력에 대한 부분에서는 논란이 없진 않았다. 그건 그녀의 미모가 워낙 아름다워서였을 것이다. (대부분의 미녀 스타가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듯)

 

여러 도전 요소를 안고 드라마는 시작됐다. 신인 작가, 청춘스타의 엄마 역할 등 걱정되는 부분은 확실히 있었다. 하지만 방송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주관적인 평을 내리자면 생각보다 괜찮다는 것이었다. 타이틀이 <앵그리맘>이어서 ‘앵그리버드’를 패러디한 조금은 유치한 부분이 있지만 내용은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학교 폭력을 당하는 아이를 가진 엄마,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사학비리까지 다양한 갈등 요소가 이 드라마 속에 숨어있었다.

 

<앵그리맘> 조강자(김희선 분)은 정말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엄마다. 동안 외모임과 동시에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아 사춘기 딸 오아란(김유정 분)을 키우며 살고 있다. 시어머니와 철없는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중에 아란의 학교폭력 흔적을 발견하고 이 깊고도 깊은 문제에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아란은 자신의 친구가 학교폭력을 당하는 걸 막기 위해 자신도 함께 그 문제에 동참하지만 그 문제가 단순한 괴롭힘이 아니다. 그 친구를 둘러싼 수많은 사학비리가 얽혀 있고 관계가 얽혀 있었다. 그걸 알 리 없는 모성이 투철한  조강자는 자신의 동안 외모를 이용해 아예 학교에 들어간다. 시청자는 점점 갈등 속으로 흥미롭게, 또한 깊게 빠져든다.

 

드라마 초반부에서 작가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아주 잘 벌려 놨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지난주까지 방송되던 <킬미힐미>를 떠올릴 수 있다. 다중인격이라는 문제와 더불어서 재벌의 권력 투쟁까지 갈등을 아주 잘 엮었었다. <앵그리맘>에서 더 마음에 드는 점은 재벌의 권력 투쟁보다 더 흥미롭고 현실에 다가올 수 있는 사학비리라는 것을 갈등에 넣은 점이다. 학교폭력과 사학비리는 현실에서도 뼈저리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것들을 작가는 잘 짚어낸 것 같다.

 

김희선의 연기도 확실히 더 좋았다. 딸인 아란이 협박을 다해 충격으로 쓰러져 있는 1회의 장면에서 그걸 보고 놀라는 장면이 자칫 어색할 수 있었지만, 사실 그녀가 정말 딸이 있기 때문에 정말 엄마의 마음으로 다가가는 듯 보였다. 그녀가 자신의 딸과의 경험들을 살려서 연기에 녹인다면, 이 드라마에서 연기력 논란은 거의 없어질 것 같다는 예상도 조심스레 든다.

 

연출 면에서도 붉은 빛과 주홍 빛깔이 어우러진 특유의 조명 색이 이 드라마의 분위기를 잘 만들어나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카메라워크나 조명이 부각되는 요즘(<풍문으로 들었소>가 대표적이다), <앵그리맘>도 제목과 어울리는 분위기로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여러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들이 많이 보였지만 아직은 두 번의 방송밖에 없었기 때문에 속단하기는 이른 것 같다. 하지만 첫 주의 느낌은 확실히 좋았다. 이전에 고현정이 주연을 맡아 학교의 현실을 낱낱이 드러낸 리메이크 드라마 <여왕의 교실>처럼 <앵그리맘>도 이 사회에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다음주가 기대 된다.

 

사진 제공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