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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사진

[금주일기2] Prologue 나는 그곳에 없었고, 그곳으로부터 나는 도망쳐나오고 있다. 이곳을 향한 여정. 그 어디로도 떠나지 않는 여행이 시작됐다. 그 이름하야 술여행. by 벼 더보기
[금주일기] 지향(1.9) 지향과 지양을 구별못해 시험문제를 하나 틀렸다. 고등학교 3학년 중간고사. 윤리시험이었다. 씩씩대며 교무실에 찾아간 내게 선생은 다만 "책 많이 읽고 생각을 넓게 하라"고 타일렀다. 지금 그 교훈인지 꾸짖음인지 모를 가르침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지만 최소한 선생 덕분에 나는 그 후로 단 한 번도 지양과 지향을 혼동하지 않을 수 있었다. 10여년 만에 불러본다. 이렇게 말하면 내 나이가 드러나겠으나, "그러면 내가 너무 드러나잖아요"라며 굴러온 기회―중고책 따위,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비지떡도 공짜라면 기회라고 생각하는 편이니, 어쨌든―를 걷어찬 홍모 감독의 영화 속 주인공과 달리 나는 드러내보일 만하달 게 그리 없을 뿐더러 차라리 비교하자면 관종에 가까우니까. 오~겡~끼~데~수~까~~? .. 더보기
[금주일기] 보건의학(1.5) 보건의학에서 규정하는 '고위험 음주'란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성의 경우 소주 7잔, 여성은 5잔 이상 마시는 횟수가 한 달에 1회 이상인 경우다. 그렇게 따지면 나는 '개초핵꿀위험 음주'를 하고 있다. 행보카다. 교대 '아는 형님'에서 숙성삼겹살 무한리필에 '타협노선의 생주스' 무한리필을 먹었다. 핵꿀맛. 다만 얼마나 먹고 마셨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P들과 끊임없이 교육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얼마나 잘못 키워져왔나. 언젠가 세상은 오타쿠가 될 것이다(Thanks to 들뢰즈). 두 시간여에 걸친 얘기의 결론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너도 이미 글렀으나 그래도 세상은 아직까지 살 만하다, 고 믿는 와중에 내일은 금요일이다. 딱히 특별한 감상은 없다. '금요일'이라 할 만한 금요일이.. 더보기
[금주일기] 마음(1.4) 마음에 없는 소리를 늘어놓는다. 사실 마음이 뭔지도 모르겠다. 신촌 '뉴욕 야시장'에서 '생맥주' 500cc를 1잔 마셨다. 더보기
[금주일기] 소설(1.2) 소설과 자소서를 번갈아 쓰다가 동시에 때려친다. 에라이 내 인생아. 둘이서 충무로 '서래'에 갔다. 모듬에 '참이슬 후레시' 2병과 '카스'를 1병 시켰다. H는 첫 1잔만 섞어마셨다. 나머지는 소주만 받았다. H는 막창이 맛없다고 했다. 고무같이 질기다고 했다. 내가 다 먹겠으니 너는 다른 부위를 먹으라, 고 말했다. 한두 점은 너무 질겨 씹다말고 뱉었다. 2차로 '하얀집' 옆 술집에 갔다. '하얀집'은 어느새 우리의 단골집이 됐다. H는 이제 '하얀집'은 지겹다, 고 했다. 마침 이날은 '하얀집'이 문을 닫은 날이기도 했다. 간장새우와 '참이슬후레시' 1병을 시켰다. 10분쯤 지나 "간장새우가 안 된다네" 사장이 말했다. 왜 이제야 말하느냐고 따질 수도 있었으나, 그렇다면 아무거나볶음을 달라고 했다... 더보기
[금주일기] 모두(1.1) 모두에게 복된 새해. 미리, 성공. 설마 남은 시간 동안 마시지 않겠다. 천상병은 막걸리를 밥처럼 마셨다고 한다. 시에다 그렇게 적어놨다. 호기롭다. by 벼 더보기
[금주일기] 신대철(12.31) 신대철의 공연은 끝내줬다. 봄 여름이 지나면 가을 겨울이 온다네, 를 지독한 아이러니로 만들어버리는 형식적 미학.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사일 연속 낮술. 수유 '베틀 아구찜'에서 '참이슬 후레시'와 '산삼주'를 마셨다. '스텔라맥주'와 '하얼빈맥주' 입가심으로 마무리. by 벼 더보기
[금주일기] 술(12.30) 술을 마셔야 힘이 난다. 술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크리스 카일을 뛰어넘는 100발 100중의 명사수. 나의 최강 에너지원. 어느 문학잡지의 뜬금없는 애정고백처럼 "나는 술에게 질리지 않을 거야!" 낮에 오장동 복집에서 아구찜에 '참이슬 후레시' 4잔을 마셨다. 3일 연속 낮술. by 벼 더보기
[금주일기] 강요(12.29) 강요는 폭력이다. 당신이 왜 이곳에 있는가. 이곳은 우리면 충분하니,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대로 거기 당신의 자리로 돌아가라. 웃으며 안녕. 점심. 설렁탕집에 갔다. 연이은 낮술. 네명이서 '처음처럼' 1병을 마셨다. 특대설렁탕과 그냥 설렁탕의 차이는 도가니의 유무였다. 저녁에는 사당에서 중학교 3학년 8반 동창들을 만났다. 동창회라기보단 송년회에 가까웠다. '전주집'에서 우선 4명이 만났다. 모둠과 입가심거리(김치찌개)에 '밤막걸리' 6통을 마셨다. 뒤늦게 합류한 J의 몫까지 더한 것이다. '통통 새우전'을 추가로 시켰다. 2차로 'BHC'에 갔다. 뿌링클치킨에 '사민주의의 주스' 500cc 2잔을 마셨다. 마지막으로 C까지 합류했다. 맵스터치킨을 시키고 '절제의 무기' 500cc를 더 마셨다. by 벼 더보기
[今酒일기] 사랑(12.28) 사랑을 말하다 어느새 얘기가 알랭 바디우로 빠진다. "불가능성의 가능성이라는 것이 있다. 그건 말하자면 거대한 '과일' 진열장에 개구리 한 마리가 들어가는 순간이다. 사과, 배, 감, 딸기 가운데 청개구리 한 마리가 뛰어드는 찰나다. 모든 것이 가능한 순간이자 모든 것이 무너지는 그런 순간이다." "아니, 그건 그렇고. 그래서 니 생각이 뭐냐고." 누군가 잘라 묻자, 나는 되묻는다. "니 생각이 아닌 건 뭔데." 3년 전 얘기다. 부끄럽다. R이 운영하는 편의점. 온갖 물품으로 가득찬 창고에서 셋이 술판을 벌였다. '타이완 카스테라'에서 사간 치즈 카스테라를 메인 안주로 '와인' 1병과 '샹그리아' 1병을 마셨다. 막판에는 여기에 '맥키스'를 섞어마셨다. 편의점에서 파는 닭가슴살 튀김과 치즈, 오뎅 등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