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대한민국의 어두운 ‘고삐리’ 세계를 표현한다는 것. <앵그리맘> 7회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우던 개념이 있다. ‘숭고미’, ‘우아미’, ‘골계미’, ‘비장미’가 그것이다. 작품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할 때 분류하는 개념이다. 드라마처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작품에 이 개념을 도입하면 대부분의 것들이 포함되겠지만 <앵그리맘>에서는 특별히 골계미가 많이 느껴진다.

골계미는 정확히 뜻을 풀어보면 자연의 질서나 이치를 의의 있는 것으로 존중하지 않고 추락시킴으로써 미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풍자와 해학이라는 단어와도 깊게 연결되는 아름다움이다. 비장해 보이는 것들을 오히려 반대로 우스꽝스럽게 포장해서 더 의미를 부각시키는, 주로 코미디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대놓고 골계미를 드러낸 작품으로는 요즘 많은 화제를 불러오고 있는 <풍문으로 들었소>를 들 수 있겠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고삐리’로 산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조금은 과장되게 보여주는 작품인 <앵그리맘>에서도 해학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비리와 범죄, 비윤리성으로 얼룩진 학교의 어두운 면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데도 그렇다. 그 골계미의 비밀은 제작진이 드라마의 내용과 정반대로 배치하는 ‘음악’에서 찾을 수 있다.

 

이미 몇 번의 인터뷰와 기사에서 드러났듯, <앵그리맘>의 연출자는 기존 드라마의 문법과는 조금 다른 행보를 선택했다. 특별히 드라마의 주요 요소인 배경음악을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 그랬다. 충분히 진지하고, 긴장감을 부여해야 할 상황에 그는 통통 튀고 때로는 귀에 거슬리기도 하는 재즈라는 장르를 선택해서 작품을 완성했다. 몇몇 장면에서는 가끔 드라마가 아니라 뮤지컬을 보는 느낌으로 연출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연출자는 왜 이런 방법을 선택했을까. 이미 그는 자신만의 이유를 밝혔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 나는 오늘에서야 확실히 의미를 깨달았다. 앞서 언급했던 ‘골계미’라는 것을 연출자의 음악을 통해 <앵그리맘>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었다.

 

7회의 초반부에 조강자(김희선 분)가 이경(윤예주 분)이 죽은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되고 아란(김유정 분)과의 대화를 통해 진실이 드러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상황은 꽤나 심각하다. 죽은 사람이 왜 죽게 되었는지 드러나는 장면이니까. 그런데 여기서 아주 듣기 좋은 색소폰 중심의 재즈가 흘러나온다. 듣기 좋다 못해 화려하다. 마치 재즈 클럽에 앉은 것처럼. 하지만 내용은 더없이 무거웠다. 이경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도정우(김태훈 분)에게 알리고, 정우는 분노에 휩싸인다. 이 장면이 전환될 때까지 음악은 끝까지 따라간다. 여기서 나는 골계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진실이 밝혀지는 진지한 상황에서 권위를 무너뜨리는 해학의 느낌을 음악 하나로 얻어냈다고 할 수 있겠다.

 

중반부에서는 음악 말고도 다른 방법으로 해학의 느낌을 살렸다. 강자가 정우를 교육청에 고발하는 장면에서 빅밴드의 재즈가 흘러나오면서 이토록 진지한 순간을 발랄하게 표현한다. (옆에서 강자의 친구들 또한 코믹스럽게 십분 활약했다) 이렇게 무거워질 수 있는 부분들을 재미있게 표현해낸 것에서 제작진의 센스를 엿볼 수 있었다.

 

해학적으로 드라마를 풀어간다고 해서 제작진이 진지함을 놓친 것은 아니다. 고발당한 정우가 역시나 쉽게 넘어가지 않고 하루 만에 이사장이라는 더 높은 자리로 돌아오면서 상황은 복잡하게 흘러간다. 정우가 아란에게 협박을 하고 그 협박에 무너지는 아란과 아이 때문에 괴로운 강자의 모습까지 7회는 빠르게 전개되었다. 다음 내용이 계속 궁금해질 정도로.

 

음악과 몇 가지 장치들을 통해 골계미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준 덕분에 <앵그리맘>은 자칫 막장 드라마라고 비난 받을 수 있는 요소를 유쾌하게 돌파했다. (사실 드라마 초반에 막장적인 요소가 너무 많은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이미 있었다) 연출자의 위트 덕분에 드라마는 막장으로 보이지 않고 시청자들의 호흡을 능수능란하게 조절하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학교 폭력과 비리라는 어두운 주제를 표현해내는 배경음으로 재즈를 넣기로 한 것은 제작진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재즈도 흑인 노예들의 어려움과 힘듦을 풀어내는 것에서부터 나온 것이 아닌가. 확실한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선택을 한 제작진이 앞으로도 드라마의 호흡을 잘 이끌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디 막장 드라마로 마무리되지 않길 바란다.

 

사진 출처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