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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앵그리맘> 9회, 강자 씨, 이제 저희 손도 시원하게 따주세요.

요즘 우리가 사는 현실은 항상 그래왔지만 더욱 만만치 않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이라는 계속 기억해야 하는 시간을 지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어느 고인이 밝힌 리스트 때문에 시끄럽다. 젊은이들은 여전히 취업 준비에 헉헉대고 있으며, 어른들은 혀만 차고 있다. 무엇하나 우리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는 것이 없는 것만 같다.

<앵그리맘>이 탄탄한 전개를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지 못하는 건, 위의 문단에서 말했던 모든 사실들이 이 드라마에 담겨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몇몇 시청자들은 <앵그리맘>이 너무나도 현실을 가혹하게 드러내서 불편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딸을 지키기 위해 학교에 뛰어든 화난 엄마가 발견하는 진실들은 어둡고 슬프기 그지없다. 그녀의 작지만 당찬 노력은 번번이 권력과 힘, 돈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마치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그 모습을 우리는 현실에서 그대로 보고 있기에 드라마가 어쩌면 더 불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웃으면서 시름을 잊어보자는 마음이 생길 정도로. 

 

전개 상 반환점을 돈 <앵그리맘> 9회는 마구 가라앉은 분위기에 반전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드라마는 교육부 장관 강수찬(박근형 분)에게 직접 사실을 고발하는 편지를 쓴 조강자(김희선 분)가 학교 이사장 집에 몰래 설치한 CCTV로 장관과 이사장이 밀담을 나누는 현장을 목격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장관은 이사장에게 이런 쓰레기 민원도 장관이 처리해야하는 것이냐며 역정을 낸다. 불과 몇 시간 전 강자에게 사건을 꼭 해결해주마라고 약속하던 장관이었다. 그는 차기 대통령 감으로 불리는 인물이었고, 강자의 든든한 후원자 한공주(고수희 분)의 뒷조사에도 먼지 하나 안 나오는 일명 ‘사기캐릭터’였다.

 

가장 큰 힘이 될 줄 알았던 권력의 이면을 제대로 봐버린 강자의 노력은 비수가 되어 강자에게 돌아왔다. 도정우(김태훈 분)의 비밀을 알고 있는 학생의 존재를 모든 이가 알아버리면서, 화살은 강자의 딸인 오아란(김유정 분)에게 돌아간다. 그렇게 진실을 드러내고 문제를 고치려는 강자의 노력과, 모든 진실을 덮고 자신의 권력을 쟁취하려는 정우의 야망은 계속 충돌한다. 마침내 9회의 마지막에서는 아란이 정우의 사주를 받은 안동칠(김희원 분)에게 납치되면서 갈등이 터지고 만다. 동칠은 이미 강자와 악연으로 이어져있는 상황, 강자의 존재를 모른 채 아란의 엄마를 불러낸다. 상대방의 존재를 알고 있던 강자가 묵묵히 동칠 앞에 등장하면서 두 사람이 맞닥뜨리고, 드라마는 끝이 난다.

 

칼부림이 나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긴장감이 올라온 상황이다. 하지만 쉽게 예측할 수는 없다. 이미 그들은 칼부림을 냈었던 상황이고, 그로 인해 두 사람의 인생은 꼬여버렸다. 과거에는 동칠이 동생을 잃고, 강자는 재판을 받는 상황을 맞이했지만, 이번에 두 사람은 어떤 장면을 맞이하게 될까. 앞의 문장을 쓰면서 어떤 상황을 예상했지만 글로 옮기고 싶지 않다. 지금까지도 가혹했던 드라마가 더욱 무거워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다시 우리의 손도 따달라는 제목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자신도 비리의 온상 중에 하나라는 걸 알게 된 시대의 순정남 박노아(지현우 분) 선생도 9회에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는 항상 정직하고 강인한 아버지가 약한 자신을 위해 뇌물을 주었다는 사실에 한없이 무너지고 만다. 아버지 앞에서 울고, 임명장을 던져보고, 가슴을 치며 울어보지만 답은 나오지 않는다. 결국 사직서를 품에 안고 아이들 앞에서도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마는데, 그걸 알아 챈 강자가 노아의 손을 따주겠다며 달려든다. 이유는 모르지만 안색이 좋지 않은 선생에게 다짜고짜 손을 따주며 강자는 조금 더 아프더라도 썩은 피를 내보내야한다는 말을 전한다. 이에 노아는 자신의 손을 따주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리고 강자에게 말을 건넨다. 한없이 약한 자신이 나쁜 건 아니지만, 자신이 약해서 누군가가 대신 악역을 맡고, 자신이 누군가를 지킬 수 없다면 그건 나쁜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강해지겠다는 다짐을 전한다. 앞으로 박노아 선생이 강자와 함께 우리의 손을 시원히 따줄 인물이 되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품게 되는 장면이었다.  

 

정말 이제는 강자와 노아가 우리의 손을 따줄 때인 것 같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이제까지 많이 아팠고, 또 현실의 우리들도 많이 아팠고, 여전히 아프다. 특히 지난 8회에서 뇌물을 주고 시험지를 사면서까지 성적을 올리려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만 한 학생의 오열이 기억에 남는다. 왜 나는 안 되냐고 말하면서 화장실 바닥에 엎어져 엉엉 울던 그 학생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그 학생은 9회에서 체육관 창고에 갇힌 왕정희(리지 분)를 구할 수 있게끔 도운 유일한 친구였다. 이렇게, 우리들의 삶은 참 쉽지 않다. 착하게, 잘 살려고 하는데 현실은 정말 만만하지 않다. 또 드라마보다 더 가혹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렇게 어려운 시점에서 <앵그리맘>이 이제는 우리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드라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출처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