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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맨도롱 또똣> 아무 이야기도 아닌 이야기가 설레는 방법

드라마의 제목도 생소하고 배우들도 생소하다. 주연인 유연석과 강소라도 인지도는 높지만 지상파 드라마의 메인은 처음이다. 그나마 이 드라마의 색을 가늠할 수 있었던 건, 홍자매가 작가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과, 제주도가 드라마의 배역만큼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는 점이었다.

첫 방송을 본 결과, 드라마는 예상한대로 흘러갔지만 의외로 신선함과 설렘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지난주까지 <앵그리맘>이라는 진지한 드라마에 빠져있어선지 몰라도 주인공 백건우(유연석 분)과 이정주(강소라 분)의 만남이 생뚱맞고 과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홍자매의 로맨틱코미디라는 것과, 밝음을 표방하는 드라마라는 것을 기억하고 계속 보다보니 드라마의 의외의 면들에 빠지게 됐다.

 

드라마의 진행은 단순했다. 쌍둥이라는 오해로 엮인 인연, 건우와 정주는 장난처럼 언젠가 다시 만날 걸 약속한다. 10년이 흘러 두 사람은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고, 이들의 인연은 여러 사건들로 꼬이게 된다. 위기 모면을 위해 결혼할 사이라고 한다던가하는 아주 단순하고 코믹스러운 설정과 사건들로 말이다. 

 

홍자매답게 말도 안 되는 웃긴 대사들과, 때로는 과한 연출로 이게 뭔가 싶긴 했지만 그걸 이기는 매력은 첫 방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 유연석과 강소라의 의외의 케미였다. 배우로서 가장 아름다울 이십대 후반과 삼십대 초반을 지나는 그들의 만남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 흐뭇했다.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와 <미생>의 안영이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지만, 젊은이들의 풋풋함과 티격태격이 가득한 만남을 보자니 절로 미소가 났다. 이래서 젊음이 좋다고 하나싶다.

 

그리고 부정할 수 없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경치가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을 탈출 하고 싶을 때 꿈꾸는 여행지 중에 하나가 바로 제주도다. 제작진은 사람들의 여행욕구를 아주 잘 이용했다. 잊을만하면 펼쳐지는 이색적인 듯 익숙한 제주도의 풍경이 시청자의 마음을 ‘맨도롱 또똣(기분좋게 따뜻)’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처음에 이걸로 될까 싶었던 것들을 이용해 제작진은 첫 방을 나름대로 선방했다. <킬미힐미>도 첫 방송 때는 CG도 많았고, 과하다 싶을 정도의 설정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드라마로 성장한 만큼, <맨도롱 또똣>에 대해서도 첫 방에 심한 판단을 내리지 않으려 한다.

 

화난 개미와 게으른 베짱이의 만남을 그리겠다며 드라마의 처음 제목은 <제주도 개츠비>였다가 안방극장을 기분좋게 따뜻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로 <맨도롱 또똣>으로 바뀌었다. 홍자매의 드라마가 제목처럼 좋은 기운을 주려면 기존의 <최고의 사랑>처럼 전국민 유행어를 만들만큼의 강한 캐릭터와 젊고 아름다운 두 배우의 케미를 제대로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한 코믹 설정과 제주도의 경치만으로는 미니시리즈의 긴 호흡을 이어갈 수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홍자매의 드라마가 <빅>이 아닌 <최고의 사랑>이길 바라며 기대를 걸어본다.

 

사진 출처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