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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앵그리맘> 현실을 정확히 은유한 신인 작가에게 박수를

나는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해야한다는 현실주의자다. 지난 몇 개월간 드라마 리뷰를 하면서 꾸준히 이 지론을 지켜왔다. 장르가 판타지고, 사극이더라도 그 안에 담긴 메시지만큼은 현실과 맞닿아있어야 진가가 드러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나는 드라마나 문학을 전공하지 않았고, 이론적으로 잘 알지 못한다. 화려한 이론의 잣대를 대보고 싶지만, 나는 그저 드라마의 작가가 대본을 집필할 때 숨겨둔 마음을 드라마를 보며 발견할 뿐이다.

<앵그리맘> 14회가 방영된 지 이틀이나 지났지만,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 고발하고, 비유한 진실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드라마를 보면서, 좀 청승맞게 울었다. 최근의(아직도 최근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고, 떠올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슬펐다. 이 일을 구체적인 단어로 언급하면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은유를 풀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그 일을 기억할 수 있다.

 

14회는 부실공사로 지어진 고등학교의 별관 붕괴 참사를 다뤘다. 이미 비리로 얽힌 사학재단의 탐욕이 나타났기에 전조는 있었다.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거나 바닥이 기울어서 펜이 바닥에서 한 쪽으로 굴러간다거나 하는 것들. 공사 책임자인 조강자(김희선 분)의 남편, 오진상(임형준 분)은 별관 붕괴의 위기 알아채고 이것을 학교 이사장과 회장에게 전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대피를 요청하는 교내 방송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회장은 몰래 보수 공사를 하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면서 자신과 자신의 아들 홍상태(바로 분)은 챙겨서 별관을 탈출한다.

 

다행히 문제를 알아챈 박노아(지현우 분) 선생 덕에 아이들은 별관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늦었고, 아이들이 모두 빠져나가지 못한 채 건물이 무너지고 만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아란(김유정 분)의 엄마, 강자는 사고 현장에 달려와 아란을 찾는다. 그리고 수많은 엄마들이 사고 현장에 뛰어와 건물 밑에 갇힌 아이들에게서 문자가 왔다며 찾아주지 않으면 자기라도 가겠다며 울부짖는다. 결국 아란의 아빠 진상을 비롯한 꽃다운 아이들 5명은 사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만다.

 

사고 후에 일어나는 일들이 더 기가 차고 가슴 아프다. 홍상복(박영규 분) 회장과 도정우(김태훈 분) 이사장은 생명의 죽음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여전히 그들은 권력을 잃을까 두려워하고,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한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의 책임을 묻다 자신의 함정을 제 손으로 파버린다. 극 초반, 도정우 때문에 죽은 이경(윤예주 분)의 엄마가 등장해 문제 해결의 새로운 열쇠가 된다. 기자인 그녀는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진정한 진실을 파헤치려 한다. 기회를 찾다 앞서 말한 회장과 이사장의 대화를 취재해 아란 엄마인 강자를 찾아온다. 그리고 드라마는 다음 주에 보일 새로운 전개를 약속한다.

 

이 글과 드라마가 정치적 논쟁으로 번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아마 안 될 것이다.(<앵그리맘>은 14회에서 자체 시청률 최저치를 기록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룰수록 영향력은 약해진다. 시청자들은 가볍고, 발랄하고, 재밌는 드라마를 더 찾고 있고,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안보는 사람보다 보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지금의 흐름대로 16회까지 잘 마무리를 짓는다면 이 드라마는 분명 웰메이드로 남을 것이고, 사람들의 입에서 오랫동안 오르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숭고한 일을 묵묵하게 이어가는 제작진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다. 은유와 비유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고, 또 문제의식을 심으려 애썼다. 물론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라고해서 현실을 바꿀 힘을 당장에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로를 줌과 동시에 의식을 깨우는 일을 하는 것이 드라마다.(두 가지를 다한다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도 이 드라마의 묵묵한 노력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15, 16회는 둘 다 리뷰를 해보려 한다.

 

작가는 이미 시놉시스에서 작년에 일어난 그 일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말했다. 분노와 안타까움을 비롯한 복합적인 감정을 그(또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표현했고,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이것이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파장을 일으키길 진심으로 바란다.

 

사진 출처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