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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PD지망생이 본 <프로듀사>, 이건 모독이다.

5월 둘째 주 콘텐츠 파워 지수 1위란다. 그리고 뉴스 구독과 SNS 언급횟수에서 1위를 차지해 화제성을 입증했다고 KBS 뉴스는 말했다. 자화자찬이다. 화제가 된 것은 맞다. 하지만 그리 좋은 화제는 아닌 것 같다. 표민수PD 체제로 바꾸면서 드라마의 형태를 갖춰가려했지만, 나는 4회까지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내가 PD지망생이라서 이 드라마에 심한 잣대를 들이밀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의 잣대가 무리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잣대인지 하나씩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너무나도 먼, 별에서 온 그대가 사는 세상?

 

화제작 <별에서 온 그대>, <그들이 사는 세상>이 만났다고 해도 무방하다. 화려함과 위트로 무장했던 ‘별그대’, 감성과 극적 요소의 힘을 보여준 ‘그사세’, 이 두 드라마는 색깔이 명백히 다르다. 지향하는 바도 달랐다. 한 쪽은 대중성을 얻었고, 다른 한 쪽은 마니아층을 얻었다.  이 두 팀이 만났다니 대중적인 마니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너무 멀리 있는 별에서 온 그대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아이유는 전지현의 모습을 겨냥한 듯 거만한 최고 스타를 연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유는 우리 눈에 너무 착하다. 실제 모습이 거만하다고 아무리 우겨도 우리에게 그녀는 여전히 많이 자란 국민 여동생이다. 모든 역경을 거치고 신비로운 최고 CF스타 자리를 유지하던 전지현과 시작점 자체가 다르다. ‘별그대’의 화려함을 얻으려는 작전은 보기 좋게 실패했다.

 

그리고 차태현과 공효진, 김수현의 삼각관계를 보자니 문득 ‘그사세’ 속 애틋한 분위기가 떠오른다. 특히 멜로장면에서 흐르는 배경음악을 듣다보면 표민수PD의 연출 감성이 느껴진다. 하지만 멜로로 흐르다가도 코믹, 위트로 빠지는 것이 <프로듀사>였다. 나름 시청자와 ‘밀당’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더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멜로일 때만큼은 드라마답게 대놓고 감정을 표현하고 오글거렸으면 싶다. ‘그사세’의 작가는 우리가 아주 잘 아는 노희경 씨였다. 문학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대사에 힘을 주던 작가였다. 멜로인 듯 아닌 듯 어설프게 흘러가는 것보다 차라리 시청자의 뇌리에 깊게 박힐 대사가 필요하다.

 

드라마가 장난이니? PD지망생이 느낀 모독감

 

드라마 중간에 종종 이런 대사가 나온다. “지금 장난하는거야?” 지금 내가 드라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설명조와 나열의 상황을 많이 마주하게 된다. 신디(아이유 분)이 <1박 2일>에 출연하기 위해 입수/음식 조건을 내거는 상황에서는 실소(失笑)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런 나열의 상황은 <개그콘서트>의 콩트의 형식과 유사하다. 여기서 서수민PD의 영향력이 발휘된 것 같다. 개그와 드라마는 똑같이 극으로 통하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나 역시 전문분야가 아니기에 함부로 논하지 않겠다. 하지만 매번 글에서 언급하듯 드라마는 나열이라기보다 계속 갈등으로 몰려야만 한다. 그래야만 드라마가 이어질 수 있다.  

PD지망생으로서 화가 났던 부분도 있다. <프로듀사> 속 PD들의 지원동기를 들으면서 나는 상당한 박탈감을 느꼈다. 4회에서 백승찬(김수현 분)이 짝사랑하는 선배 신혜주(조윤희)의 휴직 사유가 그 이야기였다. 초기 설정에서 백승찬이 PD가 된 이유가 짝사랑하는 선배와 함께 있고 싶어서라는 것부터 어이가 없었지만, 신혜주가 휴직하는 이유는 자신의 결혼에 유재석이 사회를 봐주고, 김범수/박정현이 축가를 해주는 걸 기대했는데 주변에 PD밖에 없어서라는 것을 듣고는 화가 났다. 물론 나도 중학교 때 PD를 꿈꾼 이유는 <무한도전>에서 김태호PD가 출연진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고, 라디오에서 PD들이 가수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 부러워서였다. 물론 여전히 그런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머리가 조금은 큰 지금, PD가 되려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그렇게 가볍지 않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드라마는 박탈감을 선사했다. 설사 지금 PD가 된 분들이 그런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취직에 성공했다하더라도 굳이 드라마에서 이렇게 표현했어야 했는가. 드라마가 무거울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메시지까지 가벼워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지금 <프로듀사>는 메시지를 잃어버렸다. PD들의 세계를 보여주겠다고 나섰는데, 정말 보여주기에만 급급했다. ‘우리 이렇게 소소한 재미로 살아’ 라고 말하는 것 같다. 드라마가 이 정도 수준의 메시지를 주는 것에 그친다면 만들어질 필요가 없다. 적어도 ‘이렇게 살아보는 건 어때? 우린 이런 방향으로 살고 있어’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끔 해줬으면 한다. 그 방향은 사랑이어도 좋고, 일이어도 좋고, 성취감이어도 좋다. 부디 꿈을 갖고 도전하는 자들에게 절망감을 심어주지 않았으면 한다.

 

사진출처 :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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