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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 세상을 쓰다

청춘을 세대로 규정하는 나라 오포세대, 달관세대, 청년실신시대, 절망세대 등 청춘을 옥죄는 단어들이 물밀 듯이 생겨났다. 이런 단어들을 접할 때면 원인 모를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누군가 청춘은 설레는 봄과 같다고 했는데 이제는 통하지 않는 말인가 보다. 청년위기론엔 보수, 진보가 없다. 언론은 너나 할 것 없이 도서관을 지키는 청년들을 조명하고, 청년실업을 걱정하며, 이대로는 국가에 미래가 없다고까지 경고한다. 다 맞는 얘기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10년, 20년 전 청춘들도 힘들고 고민 있기는 마찬가지였을 테니까 말이다. 가장 먼저 불편하고 찝찝한 느낌을 준 기사는 조선일보의 시리즈였다. 기사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달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니 어쩌면 정말로 달관을 하고 있었는.. 더보기
삼시세끼 종영이 아쉽다면? 영화 <남극의 쉐프>를 보라 삼시세끼 어촌편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어쩌나, 정말 끝났다. 시즌제 예능이라, 더 방영해달라고 요청할 수 없는 노릇이고, 아쉬움에 볼멘소리만 자꾸 나온다. 내년 겨울에 다시 삼시세끼 어촌편은 방영될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제작진들과 출연자들은 그들을 목 놓아 기다리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처럼 삼시세끼의 종영이 아쉬운 사람이 더러 있는 것 같다. 삼시세끼 기사 댓글들의 분위기나, 주변 사람들의 전언으로 미루어 볼 때 아쉬움이 오로지 나의 감정만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감히 영화 한 편을 추천하려 한다. 나처럼 만재도 향수병을 앓는 이들에게, 조금의 위안이 될 수 있는 영화 를 말이다. 영화 는 삼시세끼와 정말 닮아있는 영화다. 물론 둘 사이의 표절 시비를 거는 것.. 더보기
<리바이어던> 불가항력으로서 리바이어던이란? 에 대해 얘기할 때 굳이 홉스Th. Hobbes가 인용될 필요는 없다. 달리 말해, 은 단지 국가 권력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물론, ‘리바이어던’하면 우선 홉스가 떠오르고, 자연스레 권력을 위임받은 강력한 국가의 비유적 형상(작은 인간들로 구성된 거인)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러한 의미나 비유로서의 리바이어던은 사실 홉스의 주석 혹은 해석이다. 무시무시한 괴물로서 리바이어던 그 본래의 형상은 성경 몇 군데(특히 )에 드러나 있다. 리바이어던의 본디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간략히만 를 살펴보자. 욥은 신을 충실히 섬기고, 죄를 짓지 않으며, 부족함 없이 살고 있었다. 그때, “욥의 신실함은 그저 그의 풍족함 때문”이라고 사탄이 도발하자, 신(하나님)은 욥을 시험하기에 이른다. 끔찍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더보기
<앵그리맘>, <킬미힐미>와 닮은 구석이 있는 가족 치유 드라마 지난주까지 열풍이 거셌다. 출연진의 환상적인 연기와 더불어 아픔에서 비롯된 다중인격을 치유하는 이야기를 보여준 덕에 시청자들은 20부 내내 드라마에 푹 빠졌다고 고백했다. 이 드라마 덕에 우리는 자신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둔 상처를 꺼내보게 되었고, 정신적으로 힘든 일들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좋은 흐름을 받아 MBC는 또 한 번 영리한 선택을 했다. 이번엔 자신만 회복하는 걸 넘어서는 이야기다. 은 ‘모성’ 이라는 부분을 강조하며 ‘가족’의 회복을 말하려는 이야기다. 2014년 MBC 극본공모 당선작으로, MBC는 신인 작가의 작품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작가의 네임밸류는 포기하고 오롯이 이야기에 도전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또한 이 드라마는 90년대 청춘스타 김희선이.. 더보기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 무엇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빔 벤더스(Wim Wenders)의 세 번째 다큐멘터리 ()은 말할 것도 없이 사진작가 세바스치앙 살가두(Sebastião Salgado)에 바치는 헌사다. 이 말은 혹시 이 영화를 ‘사진’에 대한 영화쯤으로 알고 보러 갈, 혹은 보고 온 사람들에게 던지는 화두다. 는 수많은 사진을 헤집지만, 언제나 에두른다. 말하자면 사진들은 하나의 거울이다. 그리고 거울은 앞에 있는 살가두를 비춘다. 영화는 살가두의 삶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는가. 1. 무엇 - ‘제네시스’를 향해 온 살가두의 삶 누군가는 원제엔 Genesis라는 단어가 없고, 단지 The Salt of the Earth라는 점을 근거로 ‘제네시스’를 지워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 얼마 전 끝난 동명의 사진전을 홍보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은 .. 더보기
쿡방 예능, 흥행의 열쇠는 남남캐미에 있다 셰프이자 의 저자 박찬일은 인생은 차가우니 밥은 뜨거워야 한다고 말했다. 겨울이 끝나가는 마당에 현실의 바람은 여전히 칼과 같다. 헌데 정말 가끔 현실의 냉혹함을 망각할 때가 간혹 있다. 김이 모락 나는 흰 쌀 밥을 숟가락으로 딱 펐을 때 그 순간 현실을 씻은 듯이 잊어버릴 만큼 벅찰 때가 있다. 이런 가녀린 현대인의 마음을 아는 듯 브라운관에서도 뜨거운 밥을 다룬 예능의 인기가 점점 치솟더니, 이윽고 쿡방이라는 장르를 탄생시켰다. 그렇다. 바야흐로 요리 예능 쿡방의 전성시대다. 한동안 먹방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더니, 먹는 것만으로는 도통 만족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예능이 대세를 이룬 것이다. 헌데 이 쿡방을 가만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더보기
청와대의 전략적 모호성은 광해군의 중립외교가 될 수 있을까?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미국은 한반도 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원하며, 중국 주도의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한국이 가입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이와 정확히 반대 입장이다. 16일엔 방한 중인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가 사드 도입에 긍정적 입장을 밝힌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만나 사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 입장에선 사드의 X밴드 레이더 기능이 부담스럽다. 자국 내 군사적 움직임 등을 고스란히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차관보가 연일 우리나라에 머물면서 간접적인 압박을 주고 있다. 외교적 진퇴양난이 따로 없다. 그런데 이 상황, 기시감이 든다. 병자호란 전 조선이 처한 대외 여건이 떠오른다. 대처 방식도 언뜻 보기엔 비슷하다... 더보기
삼시세끼 돼크라테스, 유해진 이 남자의 DIY 어촌편 1회, 차승원과 유해진은 고민에 잠긴다. 내용인 즉슨, 삼시세끼 먹고 잘 살려고 하는 건데 삼시세끼 먹다가 죽겠다는 것. 그만큼 어촌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이 참 어렵다는 것이었다. 고민에 연장선 격으로 유해진은 진지하게 차승원에게 질문한다. “배부른 돼지가 나아,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나아?” 삶의 가치관에 대한 질문에 차승원이 어리둥절 하는 사이 유해진은 명쾌하게 본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내놓는다. “돼크라테스!” 배부른 삶, 지혜로운 삶 두 가지의 삶을 모두 포기하기 싫었던 유해진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1회가 끝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 만재도에서 일군 그의 삶은 첫 회의 질문에 대한 대답과 닮아있었다. 우스갯소리 같았던 그의 돼크라테스 선언이 자연스레 현실이 된 것이다. 소크라테스.. 더보기
당당한 해커와 답답한 한수원, 국민들은 불안하다 지난해 12월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자료를 공개한 원전반대그룹의 해커가 12일 활동을 재개했다. 해커는 트위터에 ‘대한민국 한수원 경고장’이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한수원과 합수단(합동수사단) 분들 오랜만이네요. 바이러스 7000여개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도 축하 드려요. 나머지 9000여개는? 9000여개의 바이러스들이 무슨 명령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바이러스들이 원전에서 연락이 왔네요”라며 조롱했다. 아울러 그는 APR1400 원전의 도면과 스마트원전의 도면을 공개했다. APR1400은 MB 정부 시절 아랍에미리트에서 수주한 원전이고, 스마트원전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할 것으로 기대되는 원전이다. 특히 스마트원전은 한수원이 아닌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기술이기에 .. 더보기
<자유의 언덕> 시간과 인과의 전복적 배치란 “시간은 우리 몸이나 이 탁자 같은 실체가 아닙니다. 우리 뇌가 과거, 현재, 미래란 시간의 틀을 만들어내는 거죠. 하지만 우리가 꼭 그런 틀을 통해 삶을 경험할 필요는 없습니다.” 영선(문소리 분)과 마주한 모리(카세 료 분)의 말이다. 그리고 은 정말로 시간에 대하여,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제시한다. 영화는 크게 두 부분의 시점으로 나뉘어 있다. 우선, 모리가 영선을 찾으러 한국에 온 이후로 영선이 모리의 편지를 보기 전까지의 시간. 이걸 ‘A시간’이라 부르기로 하자. 또한, 영선이 모리의 편지를 접한 이후의 시간. 이건 ‘B시간’이라 이름 붙여보겠다. 영화는 A시간과 B시간을 교차 편집해 보여준다. 그리고 A시간이 보이는 방식은, B시간에서 영선이 읽는 편지와 이어진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