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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 세상을 쓰다

<킬미힐미> 19회, 마지막 회까지 흥미를 놓치지 않는 진수완 작가의 필력 이제 거의 다 왔다. 의 이야기다. 보통 16부작인 다른 미니시리즈와 달리 는 상대적으로 긴 호흡인 20부작을 방영하기로 처음부터 결정된 작품이었다. 시청률은 화제성만큼 높게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방송이 끝날 때마다 메인을 장식하는 기사들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이 드라마가 히트했음을 확실히 단언할 수 있다. 더하여 진수완 작가가 이 작품을 2008년부터 미리 구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드라마 초반에 시달렸던 여러 풍문(?)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보통 드라마가 히트를 하면 종영할 때쯤 연장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가곤 한다. 특히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 드라마일수록 그랬다. 그러나 연장을 한 작품 대부분 마지막에 좋은 평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 보고 싶어서 연장을 했는데 도리어 아쉬움을.. 더보기
나는 불안하다, 고로 존재한다. 알랭 드 보통 <불안>을 읽고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겨 우리 자신과 비교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질투할 사람도 늘어난다. (58쪽) 우리는 언제나 불안을 안고 산다. 그런데 이 불안감의 원인은 일차원적이지 않다. 나만 해도 불안을 느끼게 되는 상황이 다차원적이고 복합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우선 나는 언론사 준비생 신분이다. 가고 싶은 언론사를 가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문제는 그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데 있다. 날고 기는 경쟁자들을 제쳐 두고 원하는 곳을 가면 좋겠지만 그런 언시생(언론사 시험 준비생)들이 대다수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서 나 역시 가고 싶은 언론사가 (있지만 사실상) 없다. 얼마 전 학교 언론사 준비반을 나왔다. 1년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곳 사람들은 각기 다른 개성의 소.. 더보기
<해피 해피 와이너리>에 대한 두 가지 키워드 좋은 기회로 (이후 ) 시사회를 보고 왔다. 여성 감독 미시마 유키코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그의 전작이자 의 전편이라고 할만한 도 보지 못했다. 말하자면 나는 아무런 기대 없이 영화를 보러 갔던 셈이다. 직전에 (알레한드로 곤잘레즈 이냐리투, 2014)에 대한 글(‘ 알레한드로 곤잘레즈 이냐리투만의 '연극적 롱테이크'’)에서, 나는 ‘기대가 높을수록 실망할 여지가 많다’라는 경험적 확신이 보란 듯이 깨졌다고 밝혔다. 그리고 정 반대의 측면에서, 도 지금껏 축적된 경험이 결코 보편적인 진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해주었다. 그러니까, 를 나는 아무런 기대 없이 봤지만, 영화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생각보다 별로였다. 하지만 실망했다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기대 자체가 없었으니까.(기대와 실.. 더보기
삼시세끼를 명품예능으로 만든 제작진의 고군분투 나는 삼시세끼 어촌편을 좋아한다. 차줌마 차승원도 좋고, 참바다 유해진도 좋고, 손호준도 좋고, 산체도 좋고, 벌이도 좋다. 좋다 연발이다. 그런데 이제 좋다가 아쉽다로 변하기 시작했다. 막바지로 다다르고 있는 프로그램은 어느새 작별을 고할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 기간 약 두 달 만에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만일 삼시세끼가 아니라 다른 예능 프로그램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폭발적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1회부터 시청자들의 오감을 만족하게 한 삼시세끼의 무자극 무공해 펀치는 강력했고, 연일 상승세를 타더니 이제는 지상파 예능도 녹다운시킨 괴물 예능이 되었다. 삼시세끼 그 이름 앞에는 바로 나영석이라는 스타 PD가 떡하니 서있다. 그가 만지는 프로그램은 연일 대박을 터뜨리면서, 나영석이면 믿고.. 더보기
예비군을 위한 나라는 없나? 예비군 시즌이 돌아왔다. 주위 친구들이 속속 훈련 통지서를 받았다. 나는 오늘(3월 9일) 향방작계를 다녀왔다. 작년엔 학생예비군이라 8시간만 교육을 받았는데 올해는 동원미지정자로 분류됐다. 알아보니 후반기 향방작계와 24시간(3일간 나누어 실시) 동미참 훈련을 더 받아야 한단다. 주변 친구들 말로는 2박 3일 동원훈련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며 부러워하는 눈치다. 그렇다고 좋지만은 않다. 365일 중 5일을 예비군으로 살아야 한다고 하니,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문득 무의식적으로 나온 한숨의 근간이 궁금해졌다. 군대를 다녀온 이라면 누구나 국방의 중요성을 알고 있을 테고, 때문에 예비군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할 것이다(매번 귀찮고 번거로워 하면서도 소집 명령을 받으면 대부분의 예비군들은 .. 더보기
[단막극 다시보기] 로맨틱코미디의 정석 <조금 야한 우리 연애> 세상엔 많은 정석이 있다. 어떤 것의 기본이 되는 지침서와 같은 것. 이를테면 같은 것들이 있겠다. 드라마에도 정석이 있다. 갈등은 이렇게 구축하고, 대사는 이렇게 써야한다는 기본 원칙을 아주 잘 따른 드라마들을 우린 본받아야 할 정석이라고 본다. 이번엔 단막극 중에서도 로맨틱코미디의 정석이라고 불리는 드라마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조금은 자극적인 단어가 있지만 그래도 평범한 제목이다. 내용도 평이하게 흘러가지만 이 드라마, 꽤 재밌다. 2010년작 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봐도 웃을 수 있을 만큼 잘 만들어졌다(2010년작 단막극을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사실이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이따금씩 블로거들이 리뷰를 할 정도로 오랫동안 회자되는 작품이다. 이선균과 황우슬혜. 로맨틱 코미디.. 더보기
광기어린 폭력은 명백한 테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안타까운 일이다. 대사는 한 나라를 대표해서 파견되는 그 나라의 얼굴이다. 그 얼굴에 깊은 생채기가 낫다. 자상을 입고 긴급히 몸을 피신하는 리퍼트 대사의 모습에 우리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그의 의연한 대처 역시 놀라웠다).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최근 들어 눈에 띈다. 끔찍한 장면을 연출한 이는 김기종 씨다. 연일 언론에서는 그의 행적을 쫓았고 그 결과 그는 과거에도 몇 차례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그는 주한 일본 대사에게 콘크리트 조각을 던졌고, 청와대 앞에서 분신자살 소동을 벌였으며, 박원순 서울시장 앞에서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이런 전력을 무시한 채 그를 단순히 문제적 개인으로만 바라보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그가 진보단체로 분류되는 우리마당 대표로 있다는.. 더보기
삼시세끼, 슈퍼맨파이터 추성훈의 반전 매력 3가지 옥타곤에 근육질 몸매의 남자, 살기 가득한 눈으로 상대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링이 울림과 동시에 혼신의 힘을 다하여 펀치를 휘두르고 또 주무기인 유도 기술을 펼치며 상대를 제압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가 옥타곤에서 내려오면? 사랑이 아빠로 변신, 딸바보적 기질을 마음껏 뽐냈다. 우리가 기억하는 추성훈은 두 얼굴의 사나이었다. 옥타곤의 추성훈과 사랑이 아빠 추성훈. 추성훈의 매력은 이 두 얼굴의 온도 차 때문에 더 배가되었다. 상대를 냉혹하게 쓰러뜨리는 추성훈의 팔은 사랑이를 사랑으로 안는 팔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추성훈이 만재도에 도착했다. 드라마 에 함께한 차승원과의 인연으로 삼시세끼 어촌편 게스트로 참여했다. 일본에서 만나면 허름한 찻집에서 그와 차를 마신다는 차승원의 말로 짐작하면, 그들의 사이는 .. 더보기
<버드맨> 알레한드로 곤잘레즈 이냐리투만의 '연극적 롱테이크'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기대감을 애써 누르며 영화관을 찾았다. 기대가 높아서 좋을게 없다는 걸 경험상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란 게 누른다고 눌러지는 건 아닐 터. 솔직히 말해, 기대를 잔뜩 숨긴 표정만을 겨우 남긴 채 영화를 보러 갔다. 물론, 그 아래엔 터질 듯한 기대감이 들끓고 있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경험이 모든 걸 설명해주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니. 근래에 보러 간 영화들을 다 합친 것 보다 더 큰 기대를 안고 갔지만, 늘 그렇듯 을 보고 기대가 꺾이긴 커녕 기대를 넘어서는 강렬한 울림을 받았다. 영화를 둘러싼 수많은 호평들이 결코 공허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영화관을 나설 때의 그 충만함을 공유하고 싶다. 에 대한 호평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촬영’이다... 더보기
연말 연기대상은 차도현, 아니 신세기, 아니 지성에게! <킬미힐미> 17회 반전의 반전. 발견의 발견. 진실의 진실. 모든 것들이 터져나온 17회였다. 차도현(지성 분)과 오리진(황정음 분)은 자신들의 출생의 비밀을 모두 알게 되면서 혼란, 분노, 슬픔, 고통 이 모든 복합적인 감정을 17회에서 드러냈다. 연이어 반전이 나왔기에 이것에 대한 언급은 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전개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다. 확실한 건 두 주인공이 맞닥뜨린 진실이 지금까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만큼 충격적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17회에서 중요했던 것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알게 되고, 사고의 범인을 알게 되는 현실을 맞닥뜨렸을 때 주인공이 어떻게 반응했냐는 것이었다. 인물들은 당연히 울고, 눈물 흘리고, 오열 했다.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받아들인 사람들의 반응대로 이들은 계속 울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