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삼시세끼 어촌편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어쩌나, 정말 끝났다. 시즌제 예능이라, 더 방영해달라고 요청할 수 없는 노릇이고, 아쉬움에 볼멘소리만 자꾸 나온다. 내년 겨울에 다시 삼시세끼 어촌편은 방영될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제작진들과 출연자들은 그들을 목 놓아 기다리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처럼 삼시세끼의 종영이 아쉬운 사람이 더러 있는 것 같다. 삼시세끼 기사 댓글들의 분위기나, 주변 사람들의 전언으로 미루어 볼 때 아쉬움이 오로지 나의 감정만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감히 영화 한 편을 추천하려 한다. 나처럼 만재도 향수병을 앓는 이들에게, 조금의 위안이 될 수 있는 영화 <남극의 쉐프>를 말이다.

 

영화 <남극의 쉐프>는 삼시세끼와 정말 닮아있는 영화다. 물론 둘 사이의 표절 시비를 거는 것은 아니다. <남극의 쉐프>를 보면 삼시세끼가 떠오르고, 삼시세끼를 보면 <남극의 쉐프>가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오버랩이라고나 할까? <남극의 쉐프>는 남극 탐사 대원들을 따라간 쉐프에 대한 이야기다. 만재도 식구들을 책임진 차쉐프에 대한 이야기와 분명 맞닿아있다. 지금부터 <남극의 쉐프>와 삼시세끼, 두 작품이 어떻게 닮았는지 면밀히 살펴보도록 한다.

 

공간에 대한 이야기 : 만재도 vs 남극

 

만재도는 날씨의 변덕이 심한 곳이고 당연한 얘기지만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다. 촬영 당시 겨울인 까닭에 섬 자체가 춥기도 하고 쳐 놓은 천막이 쓰러질 정도로 바람이 거세게 부는 곳이었다. 조금만 걸어가면 섬의 끝에는 늘 바다가 기다리고 있고, 이곳에서 삶을 영위해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촌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야 했다. 차승원과 유해진은 생전 처음 보는 낚시 도구들을 들고 나가 물고기를 잡아오기도 하고, 바다 위에 엉겨 붙은 톳과 홍합을 캐기도 했다. 다행인 것은 만재도는 어촌 생활이 조금만 익숙해지면, 식재료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 먹고 살기에 참 풍족한 섬이었다. 

<남극의 쉐프>의 남극은 만재도에 비할 수 없는 혹독한 겨울이 자리한 곳이었다. 더군다나 탐사대원들이 주둔한 돔 후지 기지는 해안에 있는 기지에서 한참 내륙 쪽으로 들어간 곳에 위치해있어, 팽귄이나 바다표범 같은 남극 생물들을 구경할 수 없는 설원만이 펼쳐져 있다. 그래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해안 기지에서 통조림과 같은 식자재들을 공수 받는다. 탐사 대원들이 유일하게 채집할 수 있는 식재료는 눈이다. 눈을 끓여 물을 먹거나, 눈 위에 주스를 부어 팥빙수를 해 먹는 등 남극이 아니고서야 볼 수 없는 먹방 풍경을 보여준다.

 

남자들의 쿡방 이야기 : 차쉐프 차승원 - 남극 쉐프 니시무라 준(사카이 마사토 분)

 

차승원은 방송 내내 주방에 상주하다시피 한다. 그는 유해진과 손호준 그리고 여타 게스트들을 어깨에 짊어진 채 하루 세 끼를 책임진다. 똑같은 요리가 반복될 만도 한데, 그는 늘 새로운 요리를 밥상에 올리려 애쓴다. 제작진의 등쌀에 떠밀려 어쩔 수 없는 것도 있겠지만, 그의 다채롭고 화려한 요리 실력에 좌우지간 혀를 내둘렀다.

 

차승원이 형으로서 동생들을 책임지는 마음으로 요리를 했다면, 남극의 쉐프 니시무라 준은 8명의 탐사대원들 중에 막내 격에 있다. 그는 여타 7명의 탐사대원들의 입맛에 대해 고심하면서, 혹은 그들의 짙은 향수병을 달래 줄 요리들을 선보인다. 주방에서 진두지휘했던 삼시세끼 차승원의 카리스마를 니시무라 준은 보여주진 못한다. 하지만 누구보다 세심하게 탐사 대원들을 관찰하면서 정성스레 요리하는 모습을 통해 그는 다른 의미의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고, 그가 차린 밥상에도 삼시세끼 차승원의 밥상에 들어있던 온기가 고스란히 베여 있다.

 

그래도 가족 이야기

 

차승원이 딸의 생일을 위해 왕복 24시간을 무릅쓰고 서울에 다녀온 것처럼, 남극에서도 결코 왕래할 순 없지만 가족을 그리워하는 8명의 탐사대원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국제통화료가 많이 나와(때는 1997년) 모래시계를 옆에 엎어 두고서 수화기를 부여잡고 있는 대원들의 모습은 애잔하기 그지없다. 남극의 극한 추위도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외로움에 비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 줄 수 있는 것은 피로 묶여있는 사이는 아니지만, 또 다른 가족 돔 후지 기지 대원들이다. 각자 라이프 스타일이나 취향이 다르고, 또 시간이 흐를수록 예민해져 가는 대원들 사이에는 다툼도 존재하지만, 그들은 오랫동안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로 서로를 인정한다. 영화는 그들 사이에 갈등의 골 보다는 한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줄곧 비춘다. 삼시세끼 또한 그랬다. 파란 집 지붕 아래 차승원,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은 흡사 가족 같은 분위기를 드러냈다. 매일같이 조그마한 밥상머리에서 고개를 숙인 채 함께 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은 가족이 아니고서야 보기 드문 풍경이기 때문이다.

 

삼시세끼 남극편이라고 할 만큼, <남극의 쉐프>는 비슷한 구석이 많은 영화다. 어느 것을 원조라고 굳이 추켜세울 필요 없이, 삼시세끼의 종영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에게, <남극의 쉐프>를 재밌게 봤던 사람들에게 서로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 같다. 완연한 봄이 시작된 지금, 겨울의 추억을 함께 나누는 것에 조금은 이해해달라.

 

* 사진 : tvN, 남극의 쉐프 스틸컷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늙은도령 2015.03.24 05:35 신고

    먹는 것, 그것도 직접 만들어먹는 것.....
    어쩌면 과학기술의 발전이 뺏어간 인류의 원초적 기쁨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