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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가능성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긴 언프리티 랩스타 종영

치타가 마지막 트랙을 차지하면서 언프리티 랩스타는 8화로 마침표를 찍었다. 시청률은 1% 정도였지만, 방송이 끝나고 포털을 장식하는 실시간 검색어와 연예 뉴스 헤드라인을 차지한다는 점 그리고 주변 지인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미루어볼 때 언프리티 랩스타의 콘텐츠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쇼 미더 머니의 스핀오프 격으로 제작된 언프리티 랩스타는 오로지 여성 랩퍼들을 위한, 여성 랩퍼들에 의한 방송이었다. 방송 초기에는 쇼 미더 머니의 등장하는 남성 랩퍼들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여성 랩퍼들을 대동했던 것이 시청자들에게 과연 통할 수 있을까 의구심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나의 의구심을 깨부수듯,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제작된 트랙들은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을 장식하며 방송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대략 실감할 수 있었다.

 

 

8화 방송 말미에 시즌 2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흘린 걸 보면, 엠넷 측은 쇼 미더 머니를 시즌 3까지 런칭한 것처럼 남매 프로그램 격으로 언프리티 랩스타를 시즌제로 도입해 키울 눈치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언프리티 랩스타의 시즌 2를 환영하는 바이지만, 반드시 개선했으면 하는 사항도 존재한다. 가능성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긴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 1을 지켜본 바로 말이다.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라면 : 남성 독식 힙합 씬에 여성 랩퍼들의 등장

 

현재 힙합 씬의 뚜겅을 열어 보면 죄다 남자들이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힙합을 더 잘해서라기 보다는 시류의 흐름 자체를 놓고 봤을 때 그렇다. 유행이라는 것은 속한 사람들과 속하지 못한 사람들을 가른다. 현재로 놓고 봤을 때, 아니 지금까지 힙합 씬의 유행 중의 하나는 바로 남성 힙합이었다.

 

남성들의 틈바구니에서 여성들이 낄 수 있는 틈은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언프리티 랩스타는 여성 랩퍼라는 또 다른 유행을 생산해내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여성 랩퍼로서 단지 윤미래만을 기억했던 대중들에게 신선한 펀치를 날린 셈이었다.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대중들은 기억할 수 있는 여성 랩퍼가 몇 명 늘었다.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라면 : 또 다시 기지개를 핀 악마의 편집

 

엠넷의 슈퍼스타 K가 자주 애용했던 악마의 편집은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으면서 지난 시즌 에서는 수그러든 눈치였다. 그런데 다시 악마의 편집이 기지개를 핀 프로그램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언프리티 랩스타였다.

 

언프리티 랩스타의 스토리 텔링 기법은 간단하다. 여성 랩퍼들 사이에 대결 구도를 만들어서 그들의 눈에 쌍심지를 불태우는 것. 누군가는 대결에서 승리하고 누군가는 대결에서 패배한다. 단 하나의 공식이 있는 상황에서 언프리티 랩스타 제작진은 악마의 편집을 통해 그들의 대결 구도를 아주 자극적으로 버무렸다.

 

 

악마의 편집이 단순히 대결 구도를 맛있게 살린다면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악마의 편집은 리얼리티 쇼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들을 너무 단순화시키고, 제작진은 단순화된 개인들을 책임지지 않고 방치한다. 악마의 편집은 각 인물들에게 성격 하나씩을 배정한 다음 다른 성격으로는 이동할 수 없게 묶어둔다. 방송이 끝나고 인터넷 뉴스에 달린 댓글들을 확인하면 알다시피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누군가를 헐뜯는 욕이나 누군가를 칭찬하는 말들만 주를 이룬다. 악마의 편집을 통해 각 인물에 몰입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져서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의 인기가 동반 상승한 점은 사실이었으나, 역으로 쇼의 희생양으로 상처를 가득 안고 퇴장한 출연자들도 존재했다.

 

어찌 됐든 시즌 1은 성황리에 끝마쳤다. 이 정도는 샴페인을 터트려도 되는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나는 여성 랩퍼의 등용문으로서 언프리티 랩스타는 환영한다. 그러나 악마의 편집으로 주무장한 언프리티 랩스타는 반대한다. 조금 이른 구석은 있지만 제작진이 시즌 2에 대해 생각하는 시점에서라면, 악마의 편집 카드는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다른 쪽으로 프로그램의 개선 방향을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진출처 : 엠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