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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꽃보다 할배, 네 번째 여행이 품은 새로운 이야기

<삼시세끼 어촌편>이 끝나니 <꽃보다 할배>가 막 바로 시작했다. 아닌 게 아니라 나영석 PD는 참 바쁘겠다. <삼시세끼>와 <꽃보다 할배> 두 프로그램의 수장으로서, 금요일 밤에 tvN 채널을 고정적으로 기웃거리게 된 수많은 시청자들의 맥이 빠지게 하지 않기 위해서 그는 불철주야 자신이 책임진 프로그램에 매진하는 것 같다. <삼시세끼 어촌편> 방송이 중반을 넘어섰을 때 즈음인가? 믿음직한 삼시세끼 제작진에게 편집의 권한을 일임한 채로 그는 꽃보다 할배 팀과 함께 네 번째 여정의 길에 올랐었다.

이번이 무려 네 번째다. 처음 <꽃보다 할배> 유럽편이 방영했던 재작년, 시청자들은 할아버지 4명이 여행을 떠나는 단순한 포맷의 프로그램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기존에 보지 못했던 형식, 예능 프로그램과는 뭔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출연진들의 조합, 그리고 케이블 채널의 한계성까지, 3년 뒤 <꽃보다 할배>가 tvN의 간판이자 지상파를 위협하는 킬러 콘텐츠를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는 당시에는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그런데 <꽃보다 할배>는 보란 듯이 성공했고, 시즌제 예능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벌써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과연 <꽃보다 할배>의 네 번째 여행은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 성공에 대해 쉬이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단순히 첫 방송을 놓고 봤을 때는 합격점을 내놓고 싶다. 그들이 떠난 여행에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숨어있을 것 같은 예감이 곳곳에서 들었기 때문이다. 여행은 늘 예기치 못한 우연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감히 예상할 수는 없다. 다만 나는 지난 <꽃보다 할배> 시즌에서 볼 수 없었던 여행담을 이번 두바이-그리스 여행에서는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최지우의 투입, 인물들간의 새로운 관계도 형성

 

나영석 PD의 우려는 단 하나였을 것이다. 자칫 익숙해진 포맷에, 시청자들이 조금 지루해하지 않을까하는 것. 그래서 그는 대책이 필요했다. 그를 필두로 <꽃보다 할배> 제작진이 내놓은 대책은 첫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바로 최지우의 투입이었다. 나영석 PD와 최지우의 인연은 거슬러 올라가면 1박 2일 시즌 1 여배우 특집 때부터 삼시세끼 정선편의 게스트까지 꽤 오랜 세월을 함유하고 있다. 이번에 전격 합류할 수 있었던 것은 최지우 입장에서 나영석 PD에 대한 신뢰를 지난 그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시간들을 통해 쌓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첫 방송에서 최지우의 모습은 어땠나? 이번 여행을 위해 준비를 참 많이 한 모양이었다. 나영석 PD에게 이미 호텔 예약 미션을 하달 받은 상태에서, 그녀는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괜찮은 숙소를 예약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여행에 필요한 영어 표현들을 공책에 적어오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남들이 자는 비행기에서 스탠드의 등을 켜 놓은 채로 가이드북을 들여다 보기도 했다. 여행 중에는 할배들에게 손녀처럼 사근사근하게 다가가며 그들의 이야기 벗이 되어 주기도 하고, 세심하게 선생님들을 챙기면서 이서진과 또 다른 느낌의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이서진과의 구도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여행엔 늘 실속과 실리를 추구하는 이서진과 낭만적 여행에 대해 기대하고 합류했던 최지우는 이미 여행을 대하는 자세부터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더군다나 그들은 할배들의 여행을 책임지는 가이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들로서 서로의 롤이 겹치지 않게 분담을 잘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사실 방송이 시작하기 전에는 나이도 얼추 비슷한 그들의 로맨스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많았을 것으로 사려 되는 데, 첫 방송에서도 뉘앙스가 있었지만, 아마도 그들의 불구경을 보는 횟수가 훨씬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행이라는 것이 멀리서 보면 희극인데,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법이다. 계속해서 로맨스 구도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제작진의 노력이 있을 테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갈 공산이 커 보이는 건 왜일까?

 

두바이에서 그리스, 신문명과 고대 문명 사이

 

보색 효과라는 것이 있다. 노란색은 검정이 있어야 빛나듯, 이번 <꽃보다 할배>의 여행 테마도 그런 보색 효과를 노린 듯하다. 문명의 배꼽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를 향하기 전에 들린 두바이는 휘황찬란한 도시가 자리한 곳이다.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첨단 과학의 메카라고 할 수 있다. 신화의 땅이자 문명의 발상지인 그리스는 철학과 역사가 숨 쉬는 땅이고, 사막의 한 가운데에 마천루들이 자리한 두바이는 기술과 과학이 현재진행형인 땅이다.

 

오늘 방송에서는 앞서 이야기한 두바이의 진풍경을 보여줬다. 모래 위에다가 신기루를 현실로 바꿔 놓은 것 같다는 이순재의 말처럼, 사막 한 가운데에 빼곡하게 빌딩들이 숲을 이룬 두바이는 그 위용이 대단했다. 특히 방송 끝에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봤던 분수쇼는 두바이의 자랑이자, 자연의 대척점에 있는 문명의 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두바이를 거쳐 도착하게 될 그리스는 이런 두바이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이다.

 

 

<꽃보다 할배> 제작진은 여행이라는 단순한 포맷이 공간과 사람만 변화를 줘도 새로운 이야기를 양산하기에 충분한 포맷임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시청자 입장에서 똑같은 프로그램을 보지만 다른 프로그램을 보는 신선한 느낌이 드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 일 것이다. 이제 첫 방송이다. 그들이 써내려갈 여행기의 이제 목차를 겨우 적었을 뿐이다. 두바이와 그리스에서 찍어 나간 그들의 발자국을 수집할 일에 벌써 신이 나기 시작했다.

 

사진출처 :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