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슈

당신이 놓치기 쉬운 2편의 설날 시사교양프로그램

다시, 설날이다. 언제부턴가 내게 설날은 즐거운 명절인 동시에 불편한 이벤트로 자래매김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동안 못 봤던 친척들을 만난다는 것에서 묘한 설렘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만나서 서로 의례적인 안부를 물을 때, 이후 서로 공유할 만한 주제가 없을 때 명절의 허무함을 느끼곤 했다. 그럴 때 난 항상 TV를 틀어 어색한 공기를 전복시키려 했다.

다만 TV의 프로그램에서도 모든 가족, 친척들의 취향을 맞추기는 어려웠다(어려웠을 것이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족들은 기호, 연령층에 따라 서로 다른 예능, 영화, 드라마에 열광한다. 이러한 편차들은 대개 누군가의 배려와 양보 속에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가령 부모님은 주말마다 가족끼리 왜 이래라는 드라마를 보시는데, 이 드라마가 상당히 높은 시청률을 얻고 있음에도 나는 이 드라마가 재미가 없다).

 

그래서 골라봤다. 설날에 무슨 시사/교양이냐고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또 시사/교양이라고 해서 취향 차이 없이 시청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제까지 여러분이 가족들과 함께 설날에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본 적 없다면 한번쯤은 시도할 만하지 않을까. 글을 끝까지 읽은 후 판단해주길 바란다. 어차피 선택은 그대들 몫이니까.

 

1. ‘토토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토요일 토요일은 무도다>

 

<토요일 토요일은 무도다>(이하 토토무)는 <무한도전>의 ‘토토가’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연말, ‘토토가’는 90년대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토토무에서는 약 3달간 ‘토토가’의 섭외부터 무대 뒤의 에피소드 등 제작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낼 예정이다. 여기에 그동안 공개된 적 없었던 <무한도전>의 제작 현장을 볼 수 있어 무도 팬들의 기대치를 높여줄 전망이다.

 

‘토토가’에서 예기치 못한 한 멤버의 하차로 인해 터보를 섭외하고 이 과정에서 계획에 없던 김정남을 섭외하는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 대목에선 김태호 PD의 재빠른 대처와 PD적 역량을 엿볼 수 있을 듯하다. 여기에 PD와 무도 출연진의 진솔한 인터뷰가 더해지고 현장에서 늘 고생하는 제작진과 스태프들의 생생한 모습도 제3의 카메라를 통해 담아내 무도의 이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무한도전은 누구나 한번쯤은 봤을 국민 예능이고, 그 예능의 뒷이야기를 다큐로 풀어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다만 ‘토토가’를 보지 않았을 경우 이 프로그램은 건너뛰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토토무는 명백히 ‘토토가’의 확장판일 테니 말이다. 토토무의 내레이션은 영화배우 소지섭이 맡는다. 방송은 20일 오후 8시 40분에 MBC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토크콘서트의 방송판,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말아요 그대>

 

김제동이 돌아왔다. 무려 6년 만의 단독 MC다. 물론 <톡투유>는 정규편성이 아니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호응이 좋아야 정규편성이 될 예정이다. 감히 예상하자면 나는 이 프로그램이 정규편성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확신의 근거는 있다. 직접 <톡투유> 1회 녹화에 방청객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김제동의 <톡투유>는 토크콘서트의 방송판이다. 대본도 없고, 제작진의 개입이 전혀 없기에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토크가 이어진다(제작진이 편집하면서 엄청 고생했을지도 모르겠다).

 

녹화는 3시간 정도 이뤄졌다. 김제동이 뉴스펀딩 <애국소년단>에서 밝혔듯이, <톡투유>는 고민 해결 프로그램이 아니다. 한쪽 팔이 불편한 사람이 있으면 양 팔이 불편한 사람이 나와 서로를 위로해주고, 헤어진 지 1개월 된 사람은 헤어진 지 3개월 된 사람으로부터 위로를 받는 그런 프로그램이 톡투유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메인은 김제동이 아니라 방청객들이다. 그래서 반갑다. 특이한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공감할 여지가 많다.

 

첫 방송의 게스트로는 만화가 강풀, 학원강사 최진기, 가수 요조가 참여했다. 게스트들 모두 방송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이들이라 반가움을 더한다. 이들의 사유의 깊이와 진솔함이 더해져 방송은 더욱 더 풍부해진다. 첫 방송의 주제는 ‘사랑’이었지만, 그밖의 다른 이야기도 많이 나온 만큼 어떻게 방송이 될지 사뭇 기대가 된다. 20일 오후 8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공교롭게도 토토무와 겹친다. 선택은 여러분이 내리시길).

 

설날에 놓치기 쉬운 2편의 시사교양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봤다. 시사교양프로그램이 예능, 드라마와 구분되는 명확한 점은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 나와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점일 것이다. 언뜻 그려지지 않는 가족·친척들과의 시사교양프로그램 시청, 이번 기회에 한번 도전해보는 게 어떨까. 방송을 본 후 대화의 물꼬가 트인다면 그것만으로 성공이다.

 

*사진 출처: MBC,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