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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파랑새의 집>과 <풍문으로 들었소>, 어떤 작품이 성공적인 후속작이 될까?

최종 시청률 43%, 오랜만에 경이로운 숫자였다. 지난주에 종영한 <가족끼리 왜이래>의 시청률 수치다. 막말해 대한민국 TV의 절반이 이 드라마를 봤다는 것이다. 게다가 <가족끼리 왜이래>는 ‘착한’ 드라마라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온갖 자극이 난무하는 최근의 주말드라마의 추세와는 다른 행보를 성공적으로 보여준 좋은 드라마였다. 아버지의 불효 소송이라는 신선한 설정을 유쾌하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풀어낸 것이 드라마의 성공요인이었다.

이번에도 KBS는 ‘착한’ 드라마 카드를 꺼내들었다. 주인공은 아버지에서 청춘으로 옮겨갔다. 취업을 눈앞에 둔 청춘들과 혈연을 뛰어넘는 어머니의 헌신에 관한 이야기, <파랑새의 집>이라는 KBS 새 주말드라마의 소개다.

 

벌써 2회까지 방영이 된 상황. 사실 KBS 저녁 8시 주말 드라마는 아주 안전한 드라마다. 평이 아주 안 좋은 드라마를 만들더라도 시청률이 20%를 상회할 정도로 안정적으로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렇기에 역으로 시청률에 못 미치는 저급한 드라마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가족끼리 왜이래>가 워낙 많은 칭찬을 듣고 명장면을 만들어냈었기에 <파랑새의 집>이 감당해야 할 부담감은 더욱 컸다고 본다.

 

드라마의 서사를 쭉 따라가면서 아쉬운 점이 참 많았다. 이 지면을 모두 할애해서 언급하기에도 아까울 만큼이었다. 이 시대의 청춘을 위로한다는 설정은 좋았다. 아쉬운 학벌 때문에 번번이 취직에 고생하는 주인공과 그 반대편에서 늴리리하며 노는 재벌집 아들의 갈등 구조는 너무 뻔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주인공의 여동생. 돌아가신 주인공 아버지와 재벌 아버지의 과거의 잊지 못할 관계까지.

 

누리꾼들의 반응도 썩 좋지 않았다. 설마하면서 따라간 2회까지 보면서 아쉬움만 남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갈등 구조가 기존의 막장 드라마 구조를 따라간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이야기가 뻔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 아쉽다는 말도 있었다. 전작에도 비판할 요소가 많았지만 그것보다 더 심했다는 말이 많았다. 실제로 취직 준비를 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도 드라마 속 청춘의 모습들이 너무 작위적이며 한 마디로 ‘주말드라마’스러웠다.

 

이런 점에서 결국 <파랑새의 집>도 그저 그런 안정적인 주말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꼭 재벌이 있어야 하나 싶고, 꼭 그런 극과극의 일어날법하지도 않은 갈등이 있어야 하나 싶다. 그런 아쉬움만 여러 가지를 남긴 <파랑새의 집>이었다.

 

그런데 재벌가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왠지 기대되는 작품이 하나 생겼다. 바로 SBS에서 23일부터 방영하는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다. 명작이라고 무수한 칭찬을 받은 <펀치>의 후속작이다. <펀치>는 권력관계라는 것을 아주 노골적으로 보여준 촌철살인의 작품이었다. 전작이 워낙 강렬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후속작에 대한 기대도 크게 갖고 있는 상황이다.

 

<풍문으로 들었소> 풍~문으로~ 들었소~ 라는 익숙한 가락의 노래 제목이다. 그 익숙한 가락의 <밀회>로 유명한 안판석 PD와 정성주 작가가 도전장을 내놓았다. 흥부가 나올 것만 같은 드라마인데 특권층이 주인공이다. 최고 상류층 가정의 아들이 벌인 일로 전혀 그들과 관계를 맺을 수 없었던 평범한 가정의 딸이 며느리로 들어오면서 진행되는 블랙 코미디다.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홍상수 영화의 모습에서 캐스팅을 결정했다는 유준상을 중심으로 유호정, 이준, 고아성 등이 모였다. PD의 뚝심이 느껴지는 출연진이다. 인터뷰에서 안PD는 젊은 배우들을 잘 모르기에 풍문이 아닌 직접 전작을 확인하며 자신이 바라는 연기상에 맞는 배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밀회>에서 김희애, 유아인 조합을 만들어낸 그이기에 이번에도 신뢰감이 느껴진다.

 

초기 기획에서는 이 드라마가 <밀회>처럼 무겁게 흘러가는 것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갑질 논란과 더불어 특권층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이들을 통렬하게 풍자할 수 있는 블랙 코미디로 방향을 바꿨다. 안PD에 따르면 ‘얼마 남지 않은 문학의 딸’이라는 정성주 작가가 표현할 막강의 필력이 기대된다.

 

더불어 안PD가 갖고 있는 특유의 롱테이크 촬영법과 품격 있는 영상 기술은 이미 티저에서부터 드러났다. 구수한 가락과 더불어 <밀회>가 기억나는 화려하면서도 긴장되게 하는 영상이었는데, 본방송에서는 어떻게 영상이 드러날지 그것 또한 기대 포인트다.  

 

이미 방영된 드라마를 보면서는 아쉬움을, 앞으로 방영될 드라마의 티저를 보면서는 기대감이 생겼다. 부디 오늘 새롭게 보는 <풍문으로 들었소>가 <밀회>의 기억을 더듬게 하고 <펀치>의 통쾌함을 잇는 그런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


사진제공 : KBS,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