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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라디오스타 최현석, 그의 허세에 담긴 요리부심

최현석은 어느새 대세가 되었다. 대세로 발돋움하게 한 것은 월요일 JTBC의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저 <최현석은 어느새 대세가 되었다> 문장에 마침표로 대세임을 확인 사살한 프로그램은? 그것은 대세 인증 프로그램, 라디오스타 출연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훌륭한 요리 실력에 예능감을 겸비한 그의 파괴력은 가히 대단하다. 주방에 앞치마를 두르고 칼을 들었을 때는 온 신경을 요리에 집중하기만 해도 바쁠 텐데, 오랜 경력과 업계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그는 주방에서 상당히 자유로워졌다. 여유 있는 장인이라고 하기에는 뭐 한 것이 그의 자유로움은 허세로 직결한다. 오른손을 크게 올리며 소금을 뿌리는 동작하며, 앞치마를 요란스럽게 묶는 모습까지, 어느새 그 귀여운 허세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고 프로그램의 흥행과 동시에 많은 시청자들을 웃기기 시작했다. 요리로 감동시키는 직업, 셰프가 유머러스함까지 더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제 그 질문에 답은 최현석이라고 적는 이들이 꾀 될 것이다.

 

우리는 최근 들어 브라운관에 등장한 셰프들을 본 적이 많았다. 에드워드 권, 레이먼 킴, 강레오 등등 올리브 채널이 보편화 되면서 요리하는 남자들이 친숙해졌고, 이들이 공중파 예능에 나들이를 나와 요리를 해줄 때면 연일 화제였다. 그런데 허셰프 최현석의 행보와 반향은 이들과 조금 다르다. 최현석 이전 유명 셰프들의 모습은 대체로 근엄했다. 그 근엄함의 원천은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다른 참가자들의 요리를 가감 없이 평가하는데에서 빚어졌고, 이들의 이미지는 다른 패널들과 MC들이 치켜세우면서 묘하게 타 방송에서도 이어졌다.

 

그런데 최현석은 다르다. TV에 출연하는 셰프들의 이미지 변화에 있어서 최현석 전과 후로 나누어질 정도다. 그는 품위와 권위로 점철된 우리가 알던 근엄한 셰프의 자태와는 조금 다르다. 그는 품위를 유지하기보다는 허세를 택했고, 이런 모습에 대중들의 셰프에 대한 새로운 갈망이 맞아떨어지면서 그는 대세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라디오스타 요리하는 남자 특집에 라인업을 올린 게스트들중에 단연 돋보였던 것은 역시 최현석이었다. 스튜디오에 앉아있음에도 그의 캐릭터는 토크에서도 십분 살았다. 틈새 자랑을 늘여놓는 것을 빼먹지 않고, 독하디 독한 라디오스타 MC들의 질문공세에도 뻔뻔함을 장착하며 결코 주눅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요리 채널에서 카메라 앞에서 방송을 했던 오랜 경력이 그의 선천적인 뻔뻔함에 더해져 어떤 방송에서도 긴장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의 허세 속에서는 세프 직업에 대한 애착이자, 본인 요리에 대한 자부심을 엿보았다. 첫 인사 때부터 그는 “안녕하십니까 뼛속 깊이 셰프의 피가 흐르고 있는 셰프 최현석입니다”라고 입을 떼었다. 조금 과장된 구석은 있었지만, 어쨌든 그는 철저히 본인을 셰프로 규정지었다.

 

 

그의 토크 중간 중간에도 그가 결코 예능인으로 귀착하지 않고, 자신을 요리를 만드는 셰프라는 것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방송에 자주 나오는 상황에서도 그는 오히려 주방에 들어가서 요리를 더 많이 만든다고 하며 결코 본업을 소홀히 하지 않았고, 방송에서 자신의 요리를 먹지 못하게 하는 셰프들이 있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보여지는 요리 먹는 요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셰프들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의 허세에는 칼이 숨어져있다. 그 칼은 주방에서 요리하는 도구를 의미한다. 그의 허세 뒤편에 자리한 요리부심이 허셰프라는 캐릭터를 결코 밉지 않게 만들었다. 만일 허세가 허세로 끝났다면 그의 캐릭터는 결코 호감형으로 자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허세 안에 꽉 들어찬 요리부심이 그를 결코 밉지 않은 허세 캐릭터로 만들어주었던 것 같다. 어떤 한 여성을 잊지 못한 채 그리움의 행동들(예컨대 독한 술잔을 비우는 식)을 허세라고 지칭했던 조정치의 <나의 허세>라는 노래처럼, 최현석의 허세는 요리의 애착을 벗어던지지 못한 채 발동하는 진심어린 행동인 것 같다.

 

사진출처 : MBC,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