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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 세상을 쓰다

<쎄시봉> 정우 연기와 음악은 좋았으나 기대 반 걱정 반 을 보러 갔다. 사실상 기대와 걱정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정도의 차이었으니까. 70년대 당시의 음악, 풍경, 인물들을 어떻게 재현해낼지 기대하면서도 동시에 과잉된 해석으로 또 하나의 신화가 재생산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지극히 주관적인 2월 개봉 영화 기대작’)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와 걱정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 기대는 무너졌고, 걱정은 같은 의미에서 사라졌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억지스러웠지만, 울림이 없지는 않았다. 아래 세 항목으로 나눠서 에 대한 감상을 적었다. 1. 이건 그냥 로맨스 영화잖아요? 영화는 70년대를 재현하는데 충실했다. 인물들의 싱크로율이나, 당시의 서울 풍경, 그리고 옷차림새 모두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하지만 나의 기대가 충족된 건.. 더보기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삼시세끼 판타지 TV를 통해 사람들은 대리만족한다.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TV가 구현해주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어 이상형인 상대 배우의 눈빛에 떨려보기도 하고, 지구 반대편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를 불과 30분 안에 돌아본다. 이처럼 TV는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하게 해준다. 사람들이 그토록 TV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대리만족하는 경험이 비루한 현실을 들출 때가 있다. 나는 할 수 없고 TV속 그들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열등감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밀려오며 한숨을 발사시킨다. 그리고 현실과 TV 사이에서 이내 좌절한다. 마치 TV 전원 끄기 버튼을 누르는 나를 TV가 ‘훗훗, 이 세계에 얼씬도 하지마’라고 하며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추방해버린다고나 할까? 비현실적.. 더보기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쿠바와 미국 사이에서 조만간(2월 26일) 빔 벤더스의 다큐멘터리 영화 이 개봉한다. 빔 벤더스의 영화 중 내가 본 거라곤 (1987)가 전부였다. 물론 그 한 작품만으로 빔 벤더스란 이름은 내 머릿속에 강렬히 각인되었다. 하지만 그의 다큐멘터리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에 를 보기 전, 선행학습의 하나로 을 봤다. 흔히 은 음악 영화로 알려졌다. 실제로 영화에선 낯선 듯 낯익은 풍의 음악들이 여러 방식으로(공연 실황, BGM 혹은 가벼운 연주/노래) 흘러넘쳤다. 그런데 영화가 오직 음악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당연히 영화는 소리뿐만 아니라 영상을 송출하는 매체다. 아무리 음악 영화라고 해도 거기서 단순히 ‘음악’에 집중하는 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다. 나는 영화에서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더보기
[사제폭탄테러 오군 인증샷 논란] 테러범이 우상이 되는 사회 여기 이상한 나라가 있다. 테러를 저지른 자는 풀려나 자랑하듯 인증 글을 작성하고, 테러를 당한 자는 강제추방 당한다. 국민이 직접 뽑은 국회의원은 테러범에게 격려 편지까지 보낸다(본인은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IS가 아니다. 우리나라 이야기다. 오늘(5일) 일간베스트 저장소에 문제의 글 하나가 올라왔다. 제목은 . 글쓴이는 지난해 12월 10일 ‘신은미·황선의 토크 콘서트’에서 인화물질이 든 양은냄비를 가방에서 꺼내 번개탄과 함께 불을 붙여 폭발을 일으킨 오모 군으로 추정된다. 그는 글에서 자신의 범행을 뉘우치기는커녕 떳떳한 모습을 보이고, 구치소에 있는 동안 받은 편지들을 공개했다. 그는 “폭죽만들다 남은 찌거기로 연막탄을 급조하게 만들어서 토크콘서트 해산 시키려고 했는데 뒤에 있던 할아.. 더보기
모든 인격이 총출동한 킬미힐미 9회, 신세기의 재등장을 예고하다 드라마의 재미는 주인공이 반대 인물을 만나 새로운 합을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 한마디로 정반합이 쉬지 않고 반복될수록 드라마는 재밌어진다. 좀 더 드라마적으로 말하자면 갈등이 많아질수록 그 드라마는 좋은 것이 된다. 의 제작진은 정반합의 원칙을 참 잘 알고 있다. 드라마는 지난주 킬힐 커플, 차도현(지성 분)과 오리진(황정음 분)의 키스 이후부터 시작됐다. 리진은 키스할 때의 인격이 차도현이 아니길 바랐지만, 기억을 더듬어본 결과 확실히 차도현이었다. 그 때부터 그녀는 엄한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혹시나 차도현이 오리진에게 연정을 품지 않을까 하는 것들 말이다. 그래서 리진은 환자가 의사에게 다른 감정을 품게 되는 ‘긍정적 전이’를 말하면서 차도현에게 괜히 철벽을 쳐본다. 하지만 오히려 자기의 마음이 더.. 더보기
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인정한다. 나는 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관련 뉴스를 보고 이 글을 쓰는 것이 옳을까 망설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내 글이 조금이나마 피해자 부모님의 억울한 사정을 알리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음에 있다. 16년 전, 그러니까 1999년 5월 20일 대구 동구 효목동 골목길에선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6살로 학습지 공부를 가던 김태완 군에게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이 황산을 뿌린 것이다. 이 사고로 태완 군은 얼굴과 전신에 황산을 뒤집어쓰고 49일간 힘겹게 치료를 받다 숨지고 말았다. 이것이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의 전말이다. 다시 오늘(2월 3일), 대구고법 제3형사부는 황산테러 피해자인 김태완 군의 부모가 용의자로 지목한 .. 더보기
<힐링캠프> 김종국, 그에게 유독 가혹했던 군대 논란 지난주에 이어 이번에도 힐링캠프 김종국 편이 방영되었다. 2편으로 확대 편성한 힐링캠프 제작진의 의도는 아마도 김종국의 주가 상승에 따른 흥행 효과를 점쳤기 때문일 것이다. 런닝맨으로 김종국의 인기는 중국 대륙까지 뻗어 나갔고, 또한 무한도전 토토가 특집으로 터보마저 재조명되면서 김종국은 힐링캠프 단독 게스트로서, 그것도 2회를 넉넉하게 채우기에 충분해보였다. 지난주 1편에서는 터보 시절이 주된 내용이었다면 2편은 인간 김종국에 대한 집중 탐구였다. 오로지 김종국 한 사람을 주제로 마인드맵을 뻗어 가며 방송이 이뤄졌다, MC들의 질문 공세에도 위트를 섞어가며 성실히 답변하는 김종국의 모습을 보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온 김종국의 모르는 면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중에 나는 김종국이 방송 처음쯤 늘.. 더보기
(무능한) 야당, 할 말 있습니까? 없습니다. 초장부터 무능했다. 오늘(2월 2일) JTBC 토론회에서 당 대표 후보자들이 버인 토론 말이다. 전당대회 룰을 두고 다투는 모습은 그야말로 꼴불견이었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게임 시작도 전에 유불리를 민감하게 따지는 모양새랄까. 정작 시청자들은 궁금해 하지도 않을 부분에 대해 처음부터 열을 올리는 문재인 후보와 박지원 후보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오히려 그런 이야기만 할 바엔 중간에 나가겠다고 한 이인영 후보가 차라리 나아 보였다. 야당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해법도 달랐다. 문재인 후보는 자신의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과 그리 높지 않은 당 지지도와의 연관성을 굳이 강조했으며(나는 별로 이 연관성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박지원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비난하러 나온 것인지 자신.. 더보기
지극히 주관적인 2월 개봉 영화 기대작 네 편 벌써 2월이다. 1월 개봉작을 추천한 지(‘지극히 주관적인 1월의 기대작 세 편’) 벌써 한 달이 지났다니. 다들 1월 한 달 동안 영화 많이들 보셨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래도 위에 소개한 세 편의 영화 중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다. 2월에도 어김없이 다양한 영화들이 개봉한다. 역시나 관심이 가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별다른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는 작품도 있다. 이번 달에는 꽤 많은 기대작이 있었다. 그중에서 네 작품을 (어렵사리) 선별했다. 아래 각 작품에 대한 기대 평을 적어보았다. 1월에도 그랬듯, 지극히 주관적으로. (2월 5일 개봉) - 다만 내가 걱정하는 건 아무래도 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있다. 근래 들어 세차게 불고 있는 ‘복고’ 열풍. .. 더보기
삼시세끼 어촌편, 차승원-유해진의 본격 만재도 적응기 소설가 성석제는 그의 책 에서 아침, 점심, 저녁 끼니를 때우는 행위를 세 번의 여행이라고 일컬었다. 그렇다. 우리는 매일 아무런 짐 없이 젓가락만 들고서 하루에 세 번 여행을 떠난다. 바삐 돌아가는 도시 생활 속에서 현대인들에게 식사의 즐거움은 나날이 커지고 있고, 현대인들은 끼니를 챙기는 일을 점점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는 식사를 여행이라고 하기에 그 의미가 충분해 보인다. 자급자족 버라이어티인 삼시세끼만큼 식사가 세 번의 여행이라는 말이 마땅한 프로그램이 있을까? 이 프로그램에서 식사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이 먹고 사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출연진들의 하루 일과는 별도의 일 없이 자급자족하는 생활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참 쉽지 않다. 재료를 구하고, 요리를 하고, 밥을 먹..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