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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 세상을 쓰다

<시크릿 가든>을 그대로 답습한 것 같은 <하이드 지킬, 나> 통할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첫 방송을 한 에 대한 감상이다. 는 2주 전에 첫 방송된 동시간대 드라마 와 같은 다중인격 소재를 다루면서 현빈의 제대 후 첫 드라마 복귀작이기도 해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샀다. 멋진 티저를 뿌리면서 높은 호응을 얻은 상황에서 뚜껑이 열린 . 안타깝게도 이 드라마를 보면서도 나는 기대한 만큼의 즐거움을 얻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내용은 쉽고 단순했다. 원더랜드라는 놀이동산(어느 놀이공원의 이미지 세탁이라고밖에 느껴지지 않는 PPL이다)의 상무 구서진(현빈 분)은 해리성 인격 장애를 앓고 있다. 그로 인해 이중인격을 갖게 되어 한없이 까칠한 본모습과 그 반대되는 젠틀한 모습 두 가지를 함께 가지게 된다. 여주인공 장하나(한지민 분)는 서커스를 하는 여자다. 해외.. 더보기
<우리선희> 솔직히 말해줘, 다만 내가 원하는 걸 “선희야!” 세 명의 남자가 여자를 부른다. 여자는 ‘선희’로 호명된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여자에게 여러 속성을 강제한다. 제목에서처럼 여자는 ‘우리(의) 선희’가 된다. 여기서 방점은 ‘우리’에 찍혀야 한다. 우리가 없다면 선희도 없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선희는 정말 일방적으로 호명을 당하는가? 우리는 영화에서 ‘진짜’ 선희를 고민해야 하는가? 다시, “선희야!” 세 명의 남자가 여자를 부른다. 하지만 여자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건 “선희야!”가 결코 호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희야!”는 오히려 대답이다. 선희의 부름에 대한 반응이다. 애초에 선희(정유미 분)는 영화로 침범해 들어온다. 동현(김상중 분)은 대학의 벤치에 앉아 있었고, 문수(이선균 분)는 건널목에서 막 후배와 헤어졌으며, 재학(.. 더보기
화려한 냉장고를 부탁해는 좀 별론데? 흔한 요리 프로그램으로 치부하기에는 신선한 점이 많다. 음식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JTBC의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대한 이야기다. 10회까지 방영한 가운데, 황금 시간대에 편성된 냉장고를 부탁해는 지상파 드라마들 틈바구니에서 조용한 강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월요일 밤 10시 시간대의 편성은 순전히 전략적이다. 이 시간대 지상파 드라마들이 예전만큼 파워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JTBC는 야식 시간에 맞춰 요리 예능을 선택했다. 그리고 예능 뒤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가 끝나면 바로 비정상회담이 연이어 방송한다. 이미 11시에 일부 시청자들을 확보한 상황에서 JTBC는 황금 시간대에 점령을 위해서 연속 예능 편성 카드를 선택했다. 이것은 일요일 저녁 .. 더보기
창조경제가 새마을운동보다 못한 이유 정부가 발전 가능성이 큰 신성장 사업에 올 한 해 18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핵심가치인 창조경제에 힘을 쏟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창조경제란 무엇인가. 창조경제란 창의성을 경제의 핵심 가치로 두고 새로운 부가가치·일자리·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경제이며, 국민의 창의성과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경제(출처: 창조경제타운 홈페이지)다. 말이야 좋은 말이지만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건 둘째치더라도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한다는 말은 너무 번지르르한 문구가 아닌가! 아무튼 창조경제라는 것이 실재.. 더보기
<주군의 태양>과 <굿닥터>의 향기가 나는 <하트투하트> 벌써 2주차다. 최강희, 천정명이 열연하고 있는 tvN 드라마 는 멘탈 치유 로맨스라는 그들의 목표를 향해 미쁘게 전진하고 있다. 드라마는 3회와 4회를 거치면서 빠른 전개를 보여줬다. 형사 장두수(이재윤 분)를 좋아하는 차홍도(최강희 분)는 썸 한 번 제대로 타보지 못하고 장두수의 결혼 이야기를 들으며 무참히 사랑을 접고 만다. 그리고 4회의 마지막에서는 고이석(천정명 분)과 뜻하지 않은 잠자리를 갖는다. 둘의 사이가 그동안 친해진 것은 맞지만 그들의 잠자리는 사랑 때문에 일어난 일은 확실히 아니다. 둘만 있는 상황에서 시선이 교차하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생겨버린, 선 충돌에 이은 후 로맨스다. 는 최강희와 고이석의 관계를 계속 꼬기 위해 여러 상황을 만들었다. 정신과의사라는 고이석의 설정을 이용해 .. 더보기
위메프 창업자 허민의 잔인한 너클볼 미생에게 완생이 되고 싶은 꿈은 정녕 사치인가? 갑과 을의 격차가 너무도 벌어진 현 상황이다. 그야말로 온 세상이 갑질 천국이다. 부당한 을의 희생을 당연하듯 행동하는 갑의 행패를 하루가 멀다시피 지켜보는 것이 고통스럽다. 소셜 커머스 위메프는 업계의 선두 주자였다. 2013년엔 쿠팡을 제치고 순 방문자 수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위메프의 성공 가도 아래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했다. 청년들의 열정을 산다는 미명으로 폭력을 일삼았던 위메프는 블랙 기업이었다. 소비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고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한 블랙 기업 위메프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입김은 생각보다 거셌다. 회원탈퇴와 불매운동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위메프는 업계에서 곤두박질치는 신세를 맞이했다. 위메프가 도마에 올랐던 것.. 더보기
<허삼관>, '감독' 하정우에 대한 첫 번째 기대와 실망 *보기에 따라 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1월의 기대작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지극히 주관적인 1월의 기대작 세 편’) 하정우가 메가폰을 잡은 도 그 중 하나였다. 글에 적어놨듯, 은 이후 내가 접한 ‘감독’ 하정우의 두 번째 영화였다. 하지만 은 내가 ‘감독’ 하정우에 대해 처음으로 기대한 영화였다. ‘역시 하정우는 연기자야.’ 영화관을 나오면서 강렬히 떠오른 생각이었다. 적잖은 실망과 함께. 하지만 이상하게도 하정우에 대한 애정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처음으로 ‘감독’ 하정우에 대한 기대가 와르르 무너진 것 맞지만, 결코 하정우의 새로운 영화를 외면할 순 없을 것만 같다. 다르게 말하면, 에서 나는 ‘감독’ 하정우에 대한 실망과 동시에 가능성을 보았던 셈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더보기
투명인간. 회사를 만만하게 보는 예능 작년 우리는 미생을 봤다. 그리고 미생에 열광했다. 우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미생을 소화했다. 누구는 우리네 회사와 너무나 닮아있는 미생 속 원인터네셔널의 모습에 공감했고, 누구는 우정보다 더 끈끈한 무엇을 보여주었던 영업 3팀의 모습에 부러워하며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라 치부했다. 어찌 됐든 우리는 미생을 통해 현실 속 회사를 떠올리는 데 성공했다. 드라마 미생의 원작자 윤태호는 미생을 집필했던 동기에 대해 대기업의 얘기를 하고 싶었고 평범한 회사원의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동안 회사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했다. 기존의 회사를 다뤘던 콘텐츠들은 주로 로맨스에 치중하거나 권력다툼에 주력하며 대다수의 평범한 회사원들은 배제했다. 미생의 차이는 회사를 평범함 속에서 다뤘.. 더보기
[단막극 다시보기] 시간이 흘러도 통하는 미생, 서른 살의 이야기 <82년생 지훈이> 요즘 우리나라 드라마를 이끄는 건 16부작 이상의 긴 호흡을 가진 드라마다. 하지만 제작진들이 처음부터 그런 드라마를 만들 능력을 갖고 태어난 것은 아니다. 특히 작가의 영역은 더욱 그렇다. 작가가 명작이라고 불리는 장편 드라마를 써내는 힘은 단막극을 쓰면서 실력을 다진 것에서부터 나온다. 작가는 한 회 분의 70분 단막극을 완성하면서 그들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우리가 주로 아는 드라마 작가들의 시작은 단막극에서부터였다. 짧은 이야기 안에 모든 걸 담아내기 위해 작가는 낭비하는 장면 없이 메시지를 이어간다. 그렇기에 단막극을 제대로 이해하고 보면 장편 드라마의 메시지를 더욱 깊이 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단막극이 약세로 돌아간 요즘이지만 몇 년 전 방영된 단막 중에 다시 봐도 공감되는 것이 있었다.. 더보기
기억의 고독, 고독의 기억 <경주> * 보기에 따라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너, 괜찮냐?” 경주행은 그렇게 비뚠 핀잔 이후였다. 7년 전의 기억이다. 그저 그런 기억들이 춘원(곽자형 분)과의 회포를 뒤로 한 경주행의 모든 까닭이었다. 그러므로 경주란 기억의 도시이다. 경주에는 그들이자 찻집이자 춘화가 있었다. 아니, 그 모든 것들이 경주 자체였다. 경주야말로 기억이었다. 경주에 간 최현(박해일 분)은 마땅히 기억을 붙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묘하게도 기억은 항상 어긋나고야 만다. 경주에서 헤집은 기억들은 어떤 사실도 말해주지 못한다. 돌다리를 가로질렀던 물은 메마르고, 여정(윤진서 분)은 진즉 애를 지웠다. 윤희(신민아 분)는 사실 7년 전에 최현들을 대했었고, 불쾌함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어긋나버린 기억을 마주하여 경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