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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정치

(무능한) 야당, 할 말 있습니까? 없습니다.

초장부터 무능했다. 오늘(2월 2일) JTBC 토론회에서 당 대표 후보자들이 버인 토론 말이다. 전당대회 룰을 두고 다투는 모습은 그야말로 꼴불견이었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게임 시작도 전에 유불리를 민감하게 따지는 모양새랄까. 정작 시청자들은 궁금해 하지도 않을 부분에 대해 처음부터 열을 올리는 문재인 후보와 박지원 후보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오히려 그런 이야기만 할 바엔 중간에 나가겠다고 한 이인영 후보가 차라리 나아 보였다.

야당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해법도 달랐다. 문재인 후보는 자신의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과 그리 높지 않은 당 지지도와의 연관성을 굳이 강조했으며(나는 별로 이 연관성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박지원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비난하러 나온 것인지 자신의 비전을 말하러 나온 것인지(비전이 없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헷갈려 하는 듯 말했다. 이인영 후보 역시 계파, 패권 정치에 대한 적절한 지적은 했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박지원 의원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했다. 그는 자신이 전당대회에 나왔다는 사실은 잊은 듯 오직 문재인 청문회만을 진행했다. 거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본인에게도 득이 될 게 없을 텐데 굳이 사회자를 끌어들이면서까지 집요하게 친노를 공격했다. 친노 측이 손석희를 이용했다는 추측을 말함으로써 박지원 의원이 얻을 것은 무엇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얻을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국민들은 그걸 보고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하나. 자막에 ‘지리멸렬’ 제1 야당이라는 말이 써져 있었는데 딱 그 문구 그대로였다(이 순간 채널을 돌리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았다).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당의 비전과 대안이지 쓸데없는 공방전이 아니다.

 

계파정치에 대한 해법에 대해서는 이인영 의원의 비전이 돋보였다. 공천의 투명성을 없애기 위해 전략공천을 아예 폐지하겠다는 그의 공약은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있었지만 나름대로 공감할 수 있었다. 박지원 의원은 완전국민경선주의를 통해 공천심사위원회를 없애버리자고 주장했다. 그 복안이 궁금한 시청자들을 위해 더 친절히 설명해도 좋았을 텐데 난데없이 다시 당권대권 분리론을 들이밀었다. 문재인 의원은 공천 제도를 투명하게 운영하면 전략공천을 굳이 없애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실망스러운 답변이었다. ‘투명하게 하면 된다’라는 건 예전부터 항상 있어왔던 대책이었으니까.

 

이 의원은 문 의원의 답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단수공천을 예로 들며 그것도 투명하지 못한데 그것보다 더한 전략공천을 유지할 수 있느냐며 문 의원을 공격했다. 나는 처음으로 귀를 기울였다. 문 의원이 어떻게 받아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의원은 그 부분에 대해선 반론하지 않았다. 자기 입으로 반론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뒤이어 그는 박 의원의 당권대권 분리론을 부정하는 논리를 들이댔다. 그 논리가 빈약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실망했다. 당권대권 분리론을 둘러싼 논쟁은 이미 신문과 뉴스를 통해 많이 접해왔던 이야기였다. 공천에 대한 문 의원의 답변은 계파정치와도 연계되기 때문에 나는 그의 진정성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답변하지 않았고, 정확히 그 지점에서 나는 그에 대한 신뢰를 형성할 수 없었다.

 

40분간 진행된 토론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나갔다. 시간이 빨리 갔다는 점에서 흥미진진한 토론이었던 건 분명하지만 아무런 비전도 들을 수 없었던 무능한 토론이었다. 하다못해 정부에 대한 비판도 거의 없었다. 앞으로 어떤 정당으로 나아가겠다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반대를 위한 정당이 전당대회에서는 스스로 분열하는 정당이 된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손석희 앵커가 마지막으로 준비했다던 당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듣지도 못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후보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이 있었어도 당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추측건대 3명의 후보자들이 정의하는 정당의 정체성은 결코 같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분열하는 정당에게 기대를 걸어야만 하는 것이 통탄할 일이다. 최선이 없어 차선을 주목해야만 하는 시대,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현실이다.

 

*사진 출처: JTBC, 다음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