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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가 새마을운동보다 못한 이유

category 이슈/정치 2015. 1. 19. 16:40

정부가 발전 가능성이 큰 신성장 사업에 올 한 해 18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핵심가치인 창조경제에 힘을 쏟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창조경제란 무엇인가. 창조경제란 창의성을 경제의 핵심 가치로 두고 새로운 부가가치·일자리·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경제이며, 국민의 창의성과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경제(출처: 창조경제타운 홈페이지)다. 말이야 좋은 말이지만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건 둘째치더라도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한다는 말은 너무 번지르르한 문구가 아닌가!

아무튼 창조경제라는 것이 실재한다고 가정하자(경제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에는 의문이 있지만). 그런데 180조원의 예산을 창조경제에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할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180조원이라는 돈은 쉽게 감이 잡히지 않는 돈이다. 이전 정권에서 그토록 공격받았던 4대강 예산이 수십조원에 이른 것을 감안하면 창조경제에 정부가 얼마나 사활을 걸었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180조원은 당연히 공짜일리 없다. 이 돈은 국민들이 채워 넣는 또는 미래에 채워 넣어야 할 세금이다.

 

나는 창조경제가 불안하고 우려스럽다. 정책 자체가 불안하기보다는 창조경제라는 말 속에 내포된 정확한 의미의 부재 때문이다. 아무리 국가와 기업이 몸소 나서도 국민이 반응이 없으면 해당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와 기업이 이렇게까지 노력을 하는데 국민들이 움직이지 않아서 결국 180조원을 낭비할 수밖에 없었다, 라는 흔한 변명이 정권 말미에 나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혹은 자원외교 당사자들처럼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사업이라는 변명을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진심으로 정부의 경제정책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다른 정치, 국민과의 소통 등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정치적 성향, 지지와 관계없이 정부가 실패하면 국민이 좌절하는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나는 경제학도가 아니기 때문에 창조경제의 세부적인 정책에 시시비비를 가리지는 않는다. 다만 위에서 말했듯 창조경제라는 개념이 국민들 의식 속에 실체적인 의미로 다가가야 한다는 점에서 한 가지 사례를 들고자 한다. 다만 분명히 해두려는 점은 내가 들려는 사례가 창조경제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기보다는 국민들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라는 것이다.

 

지금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창조경제타운이 있다면 1970년대에는 새마을운동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은 1970년 지방장관회의에서 근면·자조·자립정신을 바탕으로 새마을가꾸기운동 사업을 제창했다. 1971년 전국 3만 3627개의 마을에 시멘트 335포대씩을 무상지원해서 각 마을마다 하고 싶은 사업을 하게 한 것이 새마을운동의 첫 시작이었다. 그 결과 절반이 채 되지 않는 1만 6600개 마을에서 숙원사업을 이뤄냈고, 이들에게는 시멘트 500포대와 철근 1t씩이 무상으로 지원됐다. 처음 농촌재건사업으로 시작됐던 새마을운동은 한국 근대화 운동의 모태가 되었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과오는 차치하고, 새마을운동 자체로만 업적을 평가한다면 그야말로 가장 성공적인 경제정책이었다.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과 담당 공무원들의 열성, 그리고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룬 쾌거였고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산업화를 맞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정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서 비롯됐다. 각 마을마다 우수한 청년지도자들이 선발되어 다른 마을과 경쟁하고 더 좋은 사업을 이뤄내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기 때문에 마을에서 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다.

 

창조경제는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정부, 대기업이 중심이 되어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이 과연 창조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것은 엄밀히 말해서 창조경제가 아니라 지원경제다. 창조경제와 새마을운동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의미 전달에 있다. 새마을운동은 이름부터 마을을 새로 탈바꿈하자는 의미가 전달되고, 심지어는 “새벽종이 울렸네”로 시작되는 ‘새마을운동’이라는 노래까지 있을 정도로 정책 홍보에 정부가 열을 올렸다(90년생인 나도 “새벽종이 울렸네”라는 가사와 멜로디가 친숙할 정도다). 그 결과 전 국민이 새마을운동에 공감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고 곧바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창조경제는 실체가 없다. 경제를 창조하자는 건지 창조적인 경제를 만들자는 건지 감이 오지 않는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사례도 중구난방이다. 문화, IT, ICT, 전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선, 기계, 건설, 에너지, 자동차, 항공, 바이오, 유통, 관광 등 분야로 나뉘고 그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이 지원을 명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창조경제인가.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들거나 새로운 성과나 가치, 업적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창조인데 대기업이 지원을 해준다면 그들의 입장에서 돈이 될 만한 것과 되지 못할 만한 사업을 재단해버리지 않을까(너무 극단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좋다. 다만 대기업이 조언, 지원을 명목으로 옆에 있다면 그들 구미에 맞는 아이디어만 채택될 것이고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창조’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리고 그런 반쪽짜리 창조는 대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과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사진 출처: 다음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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