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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사회

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인정한다. 나는 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관련 뉴스를 보고 이 글을 쓰는 것이 옳을까 망설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내 글이 조금이나마 피해자 부모님의 억울한 사정을 알리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음에 있다.

16년 전, 그러니까 1999년 5월 20일 대구 동구 효목동 골목길에선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6살로 학습지 공부를 가던 김태완 군에게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이 황산을 뿌린 것이다. 이 사고로 태완 군은 얼굴과 전신에 황산을 뒤집어쓰고 49일간 힘겹게 치료를 받다 숨지고 말았다. 이것이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의 전말이다.

 

다시 오늘(2월 3일), 대구고법 제3형사부는 황산테러 피해자인 김태완 군의 부모가 용의자로 지목한 이웃 주민 A씨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적절했는지를 법원에서 가려달라며 낸 재정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제기 명령을 내리기에는 증거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기각 결정에 대해 설명했다. 이로써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는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처럼 영구미제사건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군의 부모가 즉각 대법원에 재항고할 의지를 밝혔지만 받아들여질지 미지수다. 기각 절차가 법적으로 하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재정신청 심사 과정에서 법령상의 위반사항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공소시효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법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공소시효가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다. 일단 공소시효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어떤 범죄사건이 일정한 기간의 경과가 지난 후 형벌권이 소멸하는 제도. 이는 아마 무죄추정의 원칙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피의자라고 해서 반드시 범죄자일 가능성은 없기에 피의자를 보호하는 제도로서 공소시효가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열 명의 범죄자를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격언에 부합하는 제도가 공소시효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 사건에서 지목된 A씨가 만일 무고하다면 이번 재정신청 기각으로 인해 A씨는 억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피해자의 부모가 지목한 A씨가 진정 그 괴한인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를 범인으로 몰아세울 수는 없다.

 

다만 당시 그의 행적이 의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A씨는 태완이의 이웃집 남자로 당시 치킨집을 운영 중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건 발생 당시 태완이를 병원에 데려다 준 이가 용의자 A씨였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사고 당시 태완이가 A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는 사실이다. [해당 영상 유튜브 첨부] 그런데도 검찰은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용의자의 진술이 거짓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으로 처분한다. 당시 6살이었다는 이유 때문일까. 아니면 고통 속에 있는 아이의 외침이 그저 헛소리로 치부한 것일까. 법원은 유일한 피해자이자 목격자인 태완이의 진술은 묵살하고, 용의자의 진술을 더 신뢰했다.

용의자 A씨가 진정 범인인지, 혹은 정말 억울한 누명을 쓴 조력자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16년 동안 피해자 부모가 줄곧 용의자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은 만큼 이 사건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사고 후 49일 만에 죽은 태완이는 사고가 없었다면 지금은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났을 것이다. 1명의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격언은 오직 피의자 쪽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이번 결정에서 가장 억울하고 원통할 사람이 누구일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자명하다.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난 태완 군의 명복을 빈다.

 

*사진 및 영상 출처: 다음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