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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성석제는 그의 책 <칼과 황홀>에서 아침, 점심, 저녁 끼니를 때우는 행위를 세 번의 여행이라고 일컬었다. 그렇다. 우리는 매일 아무런 짐 없이 젓가락만 들고서 하루에 세 번 여행을 떠난다. 바삐 돌아가는 도시 생활 속에서 현대인들에게 식사의 즐거움은 나날이 커지고 있고, 현대인들은 끼니를 챙기는 일을 점점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는 식사를 여행이라고 하기에 그 의미가 충분해 보인다.

자급자족 버라이어티인 삼시세끼만큼 식사가 세 번의 여행이라는 말이 마땅한 프로그램이 있을까? 이 프로그램에서 식사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이 먹고 사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출연진들의 하루 일과는 별도의 일 없이 자급자족하는 생활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참 쉽지 않다. 재료를 구하고, 요리를 하고, 밥을 먹는 것만으로 하루가 다 가버렸다고 푸념 가득한 유해진의 말로 짐작하듯 먹고 산다는 게 녹록치 않은 고된 여행길임을 알 수 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만재도의 삶은 옥순봉때와는 그림이 전혀 다르다. 통발, 낚싯대, 끌 등 어촌 채집 생활을 위한 기본 도구를 사용하는가 하며, 생전 구경하지 못했던 재료들을 만나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만재도라는 극한 환경에서 나날이 굶주림을 해결해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도시 생활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진풍경을 연출한다.

 

삼시세끼 어촌편 두 번째 방송에서는 차승원과 유해진이 이제는 꼭 섬사람들 같다. 그만큼 파란 지붕 아래 만재도의 삶이 그들에게 낯설어 보이지 않았다. 첫 날의 찐 감자 몇 개가 전부였던 초라한 저녁 밥상은 매운탕과 장어구이까지 차려진 밥상으로 환골탈태했다. 만재도에 점차 익숙해지는 그들의 삶이 풍성해진 밥상으로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부터 차승원과 유해진은 효과적인 삶을 꾸리기 위해 분업을 모의했다. 마치 부부를 연상케 하듯, 그들은 각자 안주인과 바깥양반의 역할을 도맡았다. 차줌마 차승원은 요리를 담당했고, 바깥양반 유해진은 낚시를 하며 생선을 구해다 오는 일을 역임했다. 차승원의 요리 실력은 여느 주부 9단 못지않게 출중해 새로운 재료에도 당황하지 않고 뚝딱 해냈고, 급기야 김치, 깍두기 심지어 막걸리까지 만드는 진면목을 뽐냈다. 반면에 물고기를 만지지 못해 낚시를 전혀 할 줄 몰랐던 유해진도 처음에 당황하더니, 끼니를 때우기 위한 사명감으로 낚시에 점점 흥미를 붙이며 날로 갈수록 실력이 늘었다.

 

만재도는 늘 새롭고 신선한 식재료들이 가득한 천연의 섬이었다. 첫 방송 군소에 이어 이번에도 생경한 이름이 붙은 바다생물들이 등장했다. 바위 틈에 사는 갑각류인 거북손과 바위에 눌러 붙은 돌김 그리고 감성돔까지 보기 드문 생물들이 가득했다. 사람 손이 묻지 않은 이곳은 바다 생물의 천국이자, 자급자족 라이프를 이룩하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특이 이번 방송에서 하이라이트로 꼽자면 갯바위에서 자연 홍합을 캐는 장면이었다. 꼭두새벽부터 배를 타고 자연 홍합이 서식하는 갯바위로 도착해서 풍족한 홍합을 끌로 모조리 캐다 모으는 장면은 그야말로 체험 삶의 현장 같았다. 섬사람들과 함께 홍합을 캐는 그들의 모습은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이제 정말 섬사람으로 발돋움한 것 같았고, 그들을 만재도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프로그램 말미에 만재도에 손호준이 등장하며 두 번째 방송을 마쳣다. 앞으로 3인 체제로 굴러갈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차승원-유해진 케미로 채워진 풍경에 또 다른 재미를 더할 것이다. 말만 손님일 뿐이지, 손호준은 대선배이자 큰 형뻘인 두 남자의 손과 발이 될 것이라 예상된다. 그나마 안분지족하며 섬 생활을 영위했던 형들과 대비되는 그의 만만치 않을 만재도 유배 생활이 궁금해진다. 들어오긴 쉬어도 나가기는 힘든 만재도 월드, 조금 더 왁자지껄한 어촌 라이프가 펼쳐지기 일보 직전이다.

 

사진출처: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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