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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냉장고를 부탁해 셰프 캐릭터의 중심, 최현석과 김풍의 흥미로운 대결

이번 주는 문희준의 냉장고가 주인공이었다. 지난주 냉동인간 박준형의 냉장고에 이어 이번에는 90년대 아이돌 특집으로 초대된 두 번째 게스트 문희준의 차례. 문희준은 본인이 좋아하는 된장 요리와 늘 다이어트를 해야하는 본인의 처지에 한스러워하며 오늘만큼은 다이어트 해방 음식을 셰프들에게 요청했다.

남은 셰프는 4명, 인턴 셰프들과 달리 우선 시드권이 있는 최현석과 그와 대결을 강력히 원했던 김풍이 나란히 다이어트 해방 음식을 선택하며 이들의 대결이 성사되었다. 이 둘의 대결은 내가 가장 기다리고 기다렸던 매치업이었다. 딱 한 번 격돌한 적이 있는 이들은(첫 방송으로 기억, 그때는 최현석 셰프가 승리) 이후 각기 다른 상대들과 격돌하면서 정말 오랜만에 재대결을 이뤘다.

 

 

둘의 첫 번째 대결과 두 번째 대결 사이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고, 냉장고를 부탁해가 그간 고공행진을 달리며 JTBC의 효자예능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최현석과 김풍, 이 두 사람은 냉장고를 부탁해의 성공에 기여한 혁혁한 공신들이라 할 수 있겠다. 만약 냉장고를 부탁해의 흥행의 주역을 두 명을 꼽자면 나는 주저 없이 최현석과 김풍 이 둘을 꼽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 둘의 캐릭터가 프로그램 내에서 양 극단에 있게 되면서 다른 셰프들의 캐릭터들이 유연함을 부여받았고, 최현석과 김풍을 필두로 모든 셰프들이 캐릭터화에 성공하면서 프로그램이 단순 쿡방이 아니라 그 이상의 예능적 두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허쉐프 최현석

 

 

먼저 최현석, 정말 대세가 따로 없다. 이제는 라디오스타 출연 소식까지 들리며, 그야말로 지상파를 넘나드는 예능 대세로 발돋움한 것 같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밉지 않은 허세다. 그는 통칭 허쉐프라고 불린다. 누군가에게 허세는 단점일 수 있겠지만, 최현석에게는 예외인 듯싶다. 업계에서 메이저 오브 메이저에 있다고 서슴없이 자화자찬하기도 하고, 본인 자랑을 틈날 때마다 아주 귀엽게 늘여놓는다. 자칫 눈꼴사나울 수 있는 것이 자랑이요, 허세지만 그는 언제 어디서 허세를 부려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다. 허세의 적재적소 배치랄까?

 

또한 15분간의 피 말리는 대결에서 다른 셰프들이 긴장하며 요리에 혈안인 가운데, 그는 허세 동작을 까먹지 않는다. 오른손을 번쩍 들어 소금을 뿌린다든지(홍석천 曰<우스갯소리로> 우리 어머니는 소금 아깝다며 너 싫어해!!) 중간 중간 과도한 액션으로 본인의 음식을 맛보며 감격하는 모습들이 이런 대결 허세 동작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겠다. 최현석의 허세는 대결 시에 큰 재미이자 또한 그가 대결인 와중에도 여유를 유지하고 있음을 반증해주는 것이다. 예능인으로서의 재미, 셰프로서의 프로패셔널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거머쥐고 있는 셈이다.

 

유니쉐프 김풍

 

업계에서 알아주는 허쉐프 최현석에 대척점에 있는 인물 김풍은 어떠한가? 김풍은 전문 셰프가 아니라 만화작가이고, 그의 요리는 정식적인 절차를 밟아온 것이 아니라 오랜 자취생활에 의한 생활 밀착형 야매 요리다. 그래도 요리에 조예는 깊은지, 중간 중간 요리 지식을 얘기할 때면 그가 요리와 참 가까운 사람인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대결에 나설 때는? 딱 허둥 9단이다. 재료와 조리 도구를 찾으려 사방팔방 헤매기도 하고 늘 실수 연발이다. 조리방법도 엉뚱하고, 생전 보지 못했던 요리들을 선보일 때가 허다하다. 그리고 유니셰프라는 신조어를 만든 장본인으로서, 그는 대결 중간에 다른 셰프들에게 도움을 수시로 받기도 한다. 헌데 이상한 것은 그의 요리가 전문 셰프들의 요리를 꺾거나 비등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소 뒷걸음치다 쥐 잡듯 참 우연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요리 내공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것 같다. 그의 요리의 맛은 어떨지 어떤 셰프들의 요리보다도 가장 궁금하다.

 

최현석 <안심하드라고> vs 김풍 <미숫가루보나라>

 

이번 다이어트 해방 요리편에서 그들이 선보였던 것은 안심하드라고와 미숫가루보나라였다. 갈수록 작명 센스가 더해지는 가운데, 둘의 요리는 이름마저 기대만발이었다. 양 극단의 놓인 사람들인 그들은 요리 선택도 그러했다. 최현석은 고급 스테이크 요리를, 김풍은 미숫가루로 까르보나라를 만드는 퓨전야매요리를 선보였다. 대결 사이사이에 허세와 허둥을 번갈아가며 보여주었던 둘의 모습은 대결의 긴장감보다는 냉장고를 부탁해가 얼마나 재밌는 예능인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문희준이 손을 들어준 사람은 최현석이었다. 두 번째 대결까지 2:0으로 최현석이 김풍을 앞서고 있다. 그러나 승패를 떠나서, 허세와 허둥으로 주무장한 그들의 모습을 대결 선상에서 포착하는 것만으로 참 재미졌다. 앞으로 언젠가 또 다시 외나무다리에서 만날 둘의 모습은 단언컨대 점점 더 재미가 붙을 전망이다. 단순한 승부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두 예능 셰프 최현석과 김풍의 선전을 기대하는 바다.

 

사진출처 :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