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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불가능이란 없는 삼시세끼, 만재 베이커리 탄생

지난주 제작진의 미션에 차승원은 어묵탕을 보기 좋게 성공했다. 어묵으로 탕을 끓이는 것이 뭘 그리 대수로운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삼시세끼 만재도에서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 이곳에서 냉동식품 어묵 따윈 팔지도 않고 존재하지도 않는다. 직접 어묵을 만들어야만 했다. 어려운 미션에 당혹감을 내비친 것도 잠시, 차승원은 호기롭게 칼을 들고 생선에 달려들었다. 이윽고 우리는 지난주, 차승원이 생선살을 잘게 부수어 어묵 반죽을 만들고 튀겼던 장면을 그리고 그 어묵으로 어묵탕을 끓였던 것을 두 눈으로 지켜봤다. 그리고 브라운관을 여과 없이 통과해 전해지는 어묵탕에 뜨끈함에 말라가던 아밀라아제가 마구 샘솟았던 경험을 한 사람이 나 말고도 더러 있을 것이다.

차승원의 뛰어난 요리 솜씨에 제작진은 고난도의 요리 미션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프로그램 시작 전 제작진은 요리와 낑낑거리는 차승원과 유해진의 어설픈 모습을 상상했을 텐데, 차승원이 제작진의 상상력을 보기좋게 깨부수면서, 제작진으로서는 멘붕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래서 점점 고난이도의 요리 미션이 생겼고, 미션에 이름을 올리는 요리는 굳이 만재도가 아니더라도 전문 요리 스튜디오에서나 그것도 쉐프들만이 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었다. 차승원의 요리를 보면 지금 이 프로가 마쉐코인지 삼시세끼인지 분간이 안 되는 순간이 간혹 있다.

 

  

* 이번 미션 : 프렌치토스트와 오렌지 마멀레이드

 

이름부터 만재도와는 생경한 메뉴들이 점심 미션으로 떨어졌다. 아닌게 아니라 프렌치토스트와 오렌지 마멀레이드라니. 저기 서울서 브런치 메뉴로 익숙한 것들을 서울에서 12시간이 걸리는 만재도까지 와서 만들어 먹어야 할 판국이었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프렌치토스트, 즉 식빵이었다. 오븐도 없는 곳에서 식빵을 만들어 먹는 것? 삼시세끼 역사상 가장 어려운 미션임에 틀림없었다.

 

차승원의 깊은 한숨에는 빵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었다. 먼저 아궁이를 오븐으로 만들어야 했다. 빵이 구워지는 오븐의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 이들 셋이 아궁이에 모여 궁리에 빠졌다. 그리고 그들은 아궁이에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아궁이 위에 솥을 얹고 주변에 밀가루 반죽을 두르며 결국 아궁이를 오븐으로 완성시켰다.

 

오븐이 완성된 후, 차승원은 주방으로 들어가 밀가루 반죽과 오렌지 마멀레이드를 준비했고, 유해진은 마당에서 불을 피웠다.(이때 손호준은 잡일) 이들의 분업은 이제는 당연하다시피 했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분업의 현장에서 식사 준비가 착착착 이뤄졌다.

 

반죽이 완성되고 호일로 만든 틀에 빵 반죽을 얹었다. 시험으로 구웠을 때 밑에 익지 않는 광경을 목격하고 유해진은 빵틀 받침대를 만들어 밑에까지 익을 수 있게끔 조치를 취했다. 이들의 빵 만들기 정성은 대단했다. 전에 등장했던 어떤 요리보다 시간도 오래 걸렸고, 고된 작업이었다. 이에 차승원은 “여기 와서 제일 공들였다”며 빵 만들기에 힘듦을 담백하게 얘기했다.

 

이윽고 모두의 염원 아래 오븐에서 빵이 노릇하게 구워 나왔을 때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연발했다. 마치 예술 작품을 영접하듯 감탄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차승원은 좋은 숯을 정성스레 달궈 준 유해진의 공이 컸다며 빵 만들기가 제대로 된 혐업이었음을 밝혔다. 만재 베이커리의 탄생은 함께 살아가는 자급자족 삶에서 일어난 극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만재도에서 빵을 구워다 오렌지 마멀레이드를 발라 먹는 품격 있는 식사를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분명 이들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이제는 제작진의 다음 요리 미션이 초미의 관심사일 지경이다. 만재도 베이커리의 탄생을 기념하는 오늘로서 제작진도 더 이상 실패를 바라는 놀부의 심정이 아니라 기대와 호기심에 가득 찬 소년의 마음으로 돌아섰을 것 같다. 한 숟갈 얻어먹길 바라는 제작진의 마음으로 빚은 다음 요리 미션은 무엇일까?

 

어떤 요리 앞에서도 당당히 맞서 싸우는 차쉐프 차승원(칼을 들고 부엌과 마당을 누비는 그의 모습이 5화째인데도 섬뜩하다)과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유해진 그리고 묵묵히 뒷받침하는 손호준까지, 이들 모두가 만들어 낸 만재 베이커리는 삼시세끼의 삶이 더 이상 빈곤하지 않다고 선언한 것 같다. <유기농 자족 버라이어티 삼시세끼 어촌편> 이 문장 어딘가에 ‘풍요로운’이라는 형용사를 넣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한줄평 : 브런치로 고급져지는 만재도의 끼니, 이러다 코스요리도 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