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투 라이프>에 대한 세 가지 키워드 이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유대인 관련 영화라면 이제 사절이다. 50년이나 지난 과거의 일이기 때문이 아니다. 햇수는 전혀 중요치 않다. 2014년 4월에 발생한 사건을 나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테니까.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끊임없이 자각하고 반성해야 하는 일은 분명히 존재한다. 유대인 학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동시에 근래 들어 중동의 상황을 살펴보면, 혹시 유대인 학살이 유대인들에게 일종의 절대적인 ‘면죄부’로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분명 부당하고 끔찍한 폭력을 경험했지만, 그렇다고 지금 그들이 행하는 부당한 처사들이 용인되는 건 아니다. 만약 가 유대인 학살에 관한 영화라는 걸 미리 알았다면, 나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그걸 몰랐던 .. 더보기
<모스트 바이어런트> 바보야, 문제는 year이야 (그랜트 헤스로브, 2009)이라는 영화를 본 적 있는가.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정확히 세 번 놀랐다. 우선, 가벼운 단순 코미디 정도로 예상했던 기대와는 달리 영화는 꽤나 무거웠고 나름대로 현실에 대한 유비로 충만해 있었다. 두 번째로 놀란 건 원제를 보고난 다음이었다. The Men Who Stare At Goats. 번역하면 ‘염소를 응시하는 남자들’ 정도가 되겠다. 원제와 한국어판 제목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마지막으로 놀란 것은 한국어판 제목과 달리, 원제는 영화의 내용에 충실했다는 데 있었다. 그야말로 ‘강남의 귤이 강북에서는 탱자가 된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지 싶다. 굳이 번역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싶진 않다. 원제의 발음을 그대로 따서 한국어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 더보기
지극히 주관적인 5월 개봉 기대작 네 편 5월이다. 일단 반갑다. 5월의 첫날부터 고속도로나 공항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걸 보니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니지 싶다. 나 같은 대학생에게 그리 큰 의미는 없지만 노동자의 날이 있고, 어린이날이 머지않았으며, 석가탄신일이 기다리고 있다. 더구나 올해엔 이들 모두가 주중에 포진되어 있다. 거기다가 중간고사는 막 끝났고, 아직 기말고사까지는 많이 남았다. 이 얼마나 좋은 달인가! 5월에도 어김없이 기대작들을 추려봤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으로. 뭔가 객관적인 정보나 수치를 기대하고 온 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이미 이러한 선포는 ‘지극히 주관적’인 시리지를 시작할 때 했었다. 벌써 4개월여가 지났다. 시간 참 빠르다. 5월만큼은 좀 느리게 가길. 하여간 내가 택한 네 .. 더보기
<차이나타운>에 대한 세 가지 키워드 걸작이 나타났다. 실로 오랜만이다. 물론 ‘최근 한국 영화’ 중에서라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이 말은 곧, 역설적이지만 의 가능성과 동시에 결정적인 한계를 함축한다. 말하자면 은 일종의 데자뷰처럼 다가오는 현재 한국 영화의 퇴보하는 경향 와중에 피어난 핏빛 들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더러운’ 냄새를 풍기는 그 꽃은 정갈하게 구획된 정원 위에서 피어났다. 비록 잡초라고 할지라도 의 기반은 현대 영화 시스템이라는 복제된 정원에 있다는 말이다. 결국 의 가능성은 영화 그 자체에서 찾을 수 있으며, 동시에 결정적인 한계는 영화와 그를 둘러싼 영화 산업 구조와의 상호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은 여러 제약을 어느 정도 수용했지만(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성과.. 더보기
<스틸 앨리스> 아쉽지만 여운이 남는 까닭은 영화를 보는 시선은 5천만이 넘고, 나의 관점은 그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나만의 기준을 짚고 넘어가는 게 무의미하진 않으리라. 지금 나는 동일한 영화를 바라보는 수천수만의 시선 중 하나가 아니라 나만의 글을 전개하고 설득시키기 위한 단계를 밟고 있으니까. 즉, 수천수만 대 일의 관계가 아니라, 정확히 일대일의 관계 말이다. 영화를 평가하는 나의 기준에는 여러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즉흥적인 재미, 감동도 물론이고, 서사의 전개, 몰입도, 긴장감, 연기, 음악 등. 바로 떠오르는 것만 해도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내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독창성’이다. 독창성이란 어떤 영화가 다른 영화와 달리 그 영화가 아니어서는 안 될 이유, 혹은 그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더보기
한국의 '로튼 토마토' '브로큰 에그'를 아시나요?(필진 모집!) 별밤러입니다. 지금까지 'Movie' 카테고리에서는 영화 리뷰만 올렸는데, 오늘은 좀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해요. '브로큰 에그'라는 블로그를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영화 블로그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영화 블로그는 아니고, 다양한 영화 블로그들이 필진으로 참여하는 일종의 집단블로그입니다. 개봉하는 영화들에 대한 발 빠른 블로거들의 평점과 리뷰를 한 눈에 보기 쉽게 정리하고, 분석하여 무슨 영화를 볼지 고민하시는 분들께 어느 정도의 기준을 제공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다양성 영화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애정도 눈에 띕니다. 말하자면, '브로큰 에그'는 (아직 개설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미국에 비하면 한국의 영화 블로거들의 입지는 미약하지만) 한국의 '로튼.. 더보기
<왕자가 된 소녀들> 여성성과 남성성 사이에서 여성국극이라는 것을 ‘왕자가 된 소녀들’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좀 묘한 건, ‘왕자가 된 소녀들’이 담은 영상들은 여성국국의 현재 모습들이겠지만, 이는 사실상 ‘왜 여성국극은 이렇게까지 쇠퇴하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화를 보면서 나의 위치는 좀 애매해질 수밖에 없었다. 영화를 보기 전, 여성국극이라는 것은 여성들로서만 이루어진 극의 형태이다, 하는 정도의 조잡한 사전 지식만을 갖추고서 플레이 버튼을 누를 때 내가 우선적으로 마련했던 것은 변명이었다. 지금까지 여성 국극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이 미천한 교양 수준에 대해서 어떻게 변명할 수 있을까. 말하자면, 나에게 이 영화는 무엇보다 먼저 엄한 선생님이 되어야만 했다. 필사적으로 나.. 더보기
<장수상회>에 대한 두 가지 키워드+α *두 가지 요청을 받았습니다. 블라인드 시사회 관련 내용을 삭제해달라는 것과, 스포일러에 대한 언급은 가급적 자제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후자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해당 내용을 지우기로 했으나, 전자에 대해서는 측의 권고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언급한 블라인드 시사회는 가 아니라 다른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엄연히 월권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거기서는 영화 내용 관련해서만 발설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있었을 뿐, 블라인드 시사회 자체에 대한 언급을 삼가달라는 요청은 없었습니다. 같이 갔던 지인들도 그런 얘기는 들은 적 없다고 했습니다. 물론,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경우라면, 만약 해당 영화(찾아보니, 이라는 영화입니다.) .. 더보기
지극히 주관적인 4월 개봉 영화 기대작 네 편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 날이 날이니만큼 이런 문장으로 시작해야할까. 아니, 오늘은 거짓말을 하는 날이니.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 라고 해야겠다. 그러니까 나는 거짓말하는 날에 거짓말을 하겠다 말하는 셈이다. 즉, 나의 모든 말은 진실이라는 얘기다. 농담이다. (진짜다.) 하지만 정말로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김없이 봄이 찾아온 것. 여느 때처럼 정신없이 학교에 갔다. 운동한답시고 계단을 이용했지만, 미처 흐를 땀은 계산하지 못했다. 땀을 훔치니 살짝 발랐던 선크림이 손에 묻어났다. 제기랄. 애써 바른 선크림을 꼼꼼히 닦아내며 문을 열었다. 살랑살랑. 미세먼지와 함께 봄을 품은 바람이 불었다. 눈앞에 펼쳐진 등굣길엔 언제 폈는지 모를 개나리가 노랬다. 길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봄이, .. 더보기
<위플래쉬>가 단순히 '스승-제자' 영화가 아닌 이유 놓쳐선 안 되는 건, 를 제자와 선생을 다룬 영화로만 보기에는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계속 남아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는 (구스 반 산트, 1997)에서 ‘선생-제자’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방식과 달랐다. 자신의 천재성을 깨닫지 못하고 평범하지도 못한 삶을 사는 제자와 그의 상처를 치유하고, 천재성을 발휘시키고자 분투하는 선생. 에서 헌팅(맷 데이먼 분)과 맥과이어(로빈 윌리엄스 분)가 그랬다면, 의 앤드류(마일스 텔러 분)와 플렛처(J.K. 시몬스 분)는 조금 다르다. 는 차라리 제자(와 선생)의 얘기며, 단순히 한 개인(우리 중 누구인들 제자가 아니었으며, 선생을 두지 않았을까)의 이야기다. 둘의 차이를 좀 더 명확히 해보자. 에서 제자와 선생은 명확히 일대일의 관계를 맺는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