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밤, 세상을 쓰다

<어셈블리> 국회를 통해 배우는 사회적인 관계 맺기 “직장이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야.” 라고 의 오 차장이 말했다. 세상살이가 녹록치 않다는 말이다. 삶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돈이기도 하고, 건강이기도 하고, 사람이기도 하고, 나 자신이기도 하다.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그 중 가장 힘든 것을 꼽자면 나는 단연 ‘관계’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냐에 따라 삶은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 국회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를 보면 올바른 사회적 관계 맺기가 무엇일까 계속 생각하게 된다. 나름대로 답을 찾아가기도 하고, 더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국회’라는 어쩌면 가장 시끄러우면서도 은밀한 관계 맺기가 이루어지는 곳에서 우리는 어떻게 ‘관계 맺기’를 해야 하는 것일까. 복직 운동을 하던 노동자 진상필(.. 더보기
<휴고>, 결국은 영화로 (1976), (1980), (1988), (2002), (2010). 마틴 스콜세지의 필모그래피를 따라오다 보면 (2011)는 왠지 ‘갑툭튀’라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다. 분위기부터 그렇다. 어딘지 음울하고 정신병적이고 지리멸렬한 흐름 와중에 는 기본적으로 발랄하다. 차라리 의 세계는 웨스 앤더슨이 만들어낸 동화적 세계에 가깝다. 거기다 영화는 일종의 주인공 휴고(아사 버터필드)라는 꼬맹이의 성장기다. 스콜세지와 아이, 그리고 성장기라는 소재의 만남은 낯설기 그지없다. 더 나아가 는 영화에 대한 영화다. 이게 핵심이다. 결국 스콜세지는 그의 영화사에서 돌연변이 같은 영화를 통해 어떤 ‘멈춤’의 순간을 노렸던 것은 아닐까. 이를테면 수많은 영화를 찍어온 자기의 나날, 더 나아가 100년이 넘은 영화의 시.. 더보기
아이들 인성교육 전에 어른들 성교육부터 참 답답하고 불쾌한 여름이다. 무더운 날씨 탓이 아니다. 요즘 뉴스에서 접하는 소식들 때문이다. 다분히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들이라 여기기엔 사건들이 하나같이 극적이다. 지난 달 21일 인성교육진흥법이라는 참 도덕적인 이름의 법률이 시행됐다. 법의 취지는 이름 그대로다. 전국 초중고의 학생들의 인성을 진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다. 헷갈릴까봐 용어에 대한 친절히 설명도 이뤄져 있다. “‘인성교육’이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을 말한다.”(제2조1항) 자칫 잘못하면 인성교육 자체가 학생들에게 또다른 스펙(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는 그런대로 법의 취지를 존중한 편이었다. 아이.. 더보기
<KBS 드라마 스페셜 2015 귀신은 뭐하나> 서로 사랑하기라는 마법을 전한 이준의 연기 ‘마법사’라는 단어, 언뜻 들으면 참 멋진 단어지만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이중적으로 해석되는 단어다. 그들에게 ‘마법사’는 스물다섯이 넘도록 연애를 하지 않았거나, 경험이 없는 남자로 마법을 부릴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그런 ‘연못남(연애 못하는 남자)’를 조롱하는 ‘마법사’라는 단어로부터 하나의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방학 시즌을 맞아 다시 시작된 의 첫 작품, 가 바로 그 드라마였다. 사실 KBS가 내치려했던 단막극을 PD들이 사수해서 지켜낸 만큼, 현재 방영되는 단막극의 가치는 더욱 귀중하다. 신인 제작진, 배우들의 등용문이기도 하며, 크게 주목받지 못한 사람들이 재조명 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름 그대로 단막극은 ‘짧고 굵게’ 시청자와 승부를 봐야한다. 70분이라는 시간.. 더보기
지극히 주관적인 8월 개봉 기대작 세 편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하나 남은 반팔 티셔츠마저 벗길 요량인지 모르나, 쨍쨍 내리쬐는 햇빛이야 그렇다 치자. 그러나 도심 한복판에서 느끼는 습함 앞에선 무장해제다. 그럴 때만큼 프랜차이즈 카페의 강한 자본력만큼이나 빵빵한 에어컨 바람이 그리울 순 없다. 평소에 걷는 걸 좋아해 대학로에서 광화문 사이의 공간은 눈감고 그려낼 수 있는 나로서도, 8월만큼은 예외가 될 듯싶다. 하지만 8월이라고 유별나게 새로울 건 없다. 우리는 수많은 8월들을 살아왔으니까. 지나가는 8월을 아쉬워할 때가 조만간일 테다. (그때 나는 9월의 개봉작들을 추리고 있겠지.) 나와 같은 마음을 품었던지, 시인 박준은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여름에도 이름을 부르고/여름에도 연애를 해야 한다/여름에도 별안간 어깨를 만져봐야 하고/여.. 더보기
[바꼈스오피스] 39주차(7/20~7/26) * [바꼈스오피스]는 저희가 새로운 기준을 통해 제시하는 영화 순위입니다. 현행 박스오피스는 오로지 영화가 벌어들인 수익, 관객수 등 절대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하여 순위를 매기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바꼈스오피스]는 일종의 ‘대안적 박스오피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새로운 기준에 맞춰 영화 순위를 다시 매긴 뒤 따로 코멘트를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이 작업이 최대한 객관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준이라는 것도 사실상 주관적인 가치 판단에서 벗어날 순 없을 텐데, 딱 거기까지를 주관적인 개입의 마지노선으로 삼으려 합니다. *** 현재 상영중인 모든 영화를 다 다루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불가피하게 ‘박스오피스’ 20위권 내에 있는 영화들만 다뤘습니.. 더보기
군복 태극기 부착만큼 중요한 병영문화 개선 오늘 두 가지 군 관련 소식을 접했다. 하나는 국방부가 오는 9월까지 군복에 태극기를 부착할 계획이라는 뉴스였고, 다른 하나는 여군 성추행과 관련된 기사였다. 비록 두 소식이 가리키는 방향은 달랐지만 그 대상은 같았다. 군복에 태극기를 부착한다는 결정은 국방부가 추진한 여러 사업 중 그나마 반길 만하다. 물론 약 60억원의 예산이 낭비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태극기를 부착함으로써 군에 대한 자긍심과 애국심이 조금이나마 더 생길 수 있다면 60억원은 아까운 예산이 아니다. 또 훈련, 전시 상황에서는 흑백 처리된 태극기를 부착하기 때문에 태극기를 부착하면 적의 눈에 띄기 쉽다는 지적은 힘을 잃는다. 오히려 관건은 태극기 부착이 애국심 발현으로 직접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의 여부일 것이다. 국군 장병들이 태.. 더보기
<너를 사랑한 시간> 어느 시대에도 머무르지 못한 어설픈 멜로 결국 아쉬움을 드러낼 수밖에 없겠다. 10회까지 드라마를 따라가면서 생각한 것이다. 하지원, 이진욱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데리고 야심차게 출발한 리메이크작 은 결국 방향을 잃어버린 배가 되었다. 드라마를 보고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지금 나 역시도 방향을 잃어버렸다. 무엇이 문제일까. 분석해보자.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대로 남자주인공 이진욱은 한없이 멋있고, 또 멋있고, 멋있다. 세상에 이런 남자가 있을까, 꿈의 남자사람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여자들에겐 이런 남자친구가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세밀함, 쿨함, 우직함, 친절함, 모든 걸 갖췄다. 예를 들면 10화의 한 장면에서 이진욱이 연기한 최원은 산티아고 여행을 다녀오면서 누나의 선물을 챙겨온다. 그 선물은 누나가 자주 쓰는 특정 브랜드의 스킨이었다... 더보기
<암살>, 오락물과 시대극의 만남이란 아니나 다를까, 에 대해서도 수많은 상업적 걱정과 염려가 앞섰다. 심지어 어떤 기사에서는 지금까지 ‘일제시대’를 다룬 영화들의 저조한 흥행실적을 일일이 나열하며, 최동훈의 ‘천만’ 기록에 혹여 누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물론 상업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2004), (2006), (2009), 그리고 (2012)의 최동훈과 시대극의 만남이 어떻게 펼쳐질지 좀처럼 가늠하기 어려운 점은 있었다. 굉장히 개성적인 캐릭터들, 자극적이고 흥미를 유발하는 이야기. 이를테면 지금까지 최동훈의 영화는 철저히 만화적 상상력에 기반을 둔 오락물에 가까웠다. 그의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캐릭터와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와 그의 영화를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동훈은 오로지 캐릭터와 이야기만으로 영화를 유려하게.. 더보기
한국의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의 재발견 [서평] 지승호 더 인터뷰 15년 동안 전문 인터뷰어로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지승호가 서문에 밝히듯 그건 ‘운명’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장인정신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에겐 인터뷰를 계속해서 해야겠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전문 인터뷰어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을 것이다. 는 지승호가 만난 7인의 이야기가 담긴 인터뷰집이다. 강준만, 강풀, 김난도 박순찬, 오지은, 이상호, 한희정과의 인터뷰가 차례로 수록돼 있다. 다른 인터뷰들과의 다른 점은 단연 압도적인 분량이다. 그만큼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다는 방증이다. 또 지승호가 7인에게 세세한 질문들을 던졌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서평에 7인의 이야기를 모두 다 담을 수는 없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인터뷰이의 답변들을 뽑아보고 그 답변이 나오는 데 있어서 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