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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 세상을 쓰다

같음과 다름에 관한 영화, <뷰티 인사이드>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모든 사랑에는 과정이 있다. 처음 손을 마주잡을 때의 짜릿함과 첫 키스의 달콤함은 연인 간의 심리적 거리마저 허물어 버린다. 마치 원래부터 함께 했던 사람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달콤함 다음은 익숙함이다. 너무나 익숙해져 버려서 그 사람의 마음이 항상 나랑 같을 것이라 생각하고, 상대방의 사소한 신호는 으레 무시해버리는…. 그런 과정에서 연인들은 서로에게 실망하고 다투고, 심할 경우 이별하기도 한다. 개성 가득한 사랑 영화 는 전형적인 사랑 영화다. 하지만 동시에 기존의 멜로물과는 조금 다른 특색이 있다. 특이점은 소재에서 찾을 수 있다. 주인공 우진(김대명 등)은 자고 나면 몸이 변한다. 얼굴만 변하는 게 아니라 나이도, 성도, 국적도 변하기 때문에 더 혼란스럽다.. 더보기
<KBS 드라마 스페셜 2015 그 형제의 여름> 단순한 이야기로 감동을 만드는 힘 2015년 의 시즌2가 끝났다. 멜로, 역사, 공포, 성장, 가족까지 뚜렷한 색을 지닌 단막극을 제작해 총 5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매주 방송된 작품들을 챙겨보며 리뷰를 했고, 이제 마지막 편까지 왔다. 은 혼혈아 아이를 둔 가정의 성장기를 유쾌하게 그린 가족 드라마다. 이야기는 92년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로 시작된다. 부산 소년 동길(최권수 분)은 그런 서태지를 동경한다. 틈만 나면 서태지에게 편지를 쓰고, 그의 자료들을 돌려보고 춤을 따라 춘다. 하지만 동길에게는 불편한 존재가 있다. 함께 살고 있지만 가족이라 인정할 수 없는, 철저히 남인 아버지 최국진(유오성 분)과 학교에서 블랙조라고 괴롭힘 받는 혼혈아 동생 최영길(박이사야 분)이다. 동길은 국진이 돌아가신 엄마를 대.. 더보기
국정 교과서 추진, 일본의 역사 왜곡과 다를 게 무엇인가?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를 통제한다. 현재를 통제하는 자가 과거를 통제한다.” 이 말은 조지 오웰이 에서 쓴 문구다. 현재를 통제하는 권력자들이 과거를 통제해 미래를 통제하려는 것의 전형은 제국주의다. 그것은 일본의 역사왜곡과도 맞닿아 있다. 국정 역사 교과서를 추진하려는 교육부가 주목해야 할 점이다. 이달 말 발표가 예정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은 국정 역사 교과서의 도입 여부다. 기존 역사 교과서는 민간에서 만들면 정부가 심의·승인해 검정하는 방식으로 발간·배포됐다. 정부·여당 인사들은 벌써부터 국정 교과서 추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역사는 한 가지로 가르쳐야 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혔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학.. 더보기
<KBS 드라마 스페셜 2015 알젠타를 찾아서> 절벽을 뛰어내려야 사는 우리들의 삶 아르젠타비스, 알젠타, 천둥새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전설의 새. 날개를 펼치면 8m에 달하는 몸길이 때문에 혼자서 날지 못했다고 한다. 절벽을 뛰어내려 바람을 이용해 하늘 높이 날았다는, 뛰어내려야 날 수 있는 역설적인 존재다. ‘알젠타를 찾아서’라. 일단 제목이 궁금했다. 처음 듣는 단어이기도 했고, 절대반지를 찾는 것도 아니고 알젠타를 찾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드라마는 장대높이뛰기 선수에 대한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장래가 촉망받는 여자 장대높이뛰기 선수 승희(이수경 분)은 시작부터 무릎의 고장으로 선수 생명이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는다. 국가 대표가 되기 위한 목표를 멈출 수 없던 그녀는 약물에 손을 대려고 하나 육상연맹 간부인 아버지에게 들키고 만다. 한편 나라를 떠나 배신자로 불리던 여자 .. 더보기
<KBS 드라마 스페셜 2015 라이브쇼크> 테러, 좀비 드라마라는 신선한 충격 시기는 조금 놓쳤지만, 약속했던 단막극 시리즈, 리뷰를 이어가려고 한다. 이번에 이야기할 작품은 무더위에 잠 못 이루던 밤을 시원하게 달래준 작품, 다. 테러와 좀비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함께 끌어들인 드라마였다. 자칫하면 이도저도 아닌 짬뽕이 될 우려가 많은 소재였다. 특히 영화보다 집중도가 떨어지는 드라마라는 장르적 특성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하지만 좀비에게 쫓기는 추격의 긴장감과 어린 여동생을 꼭 구해낸다는 오빠의 신파적 요소가 잘 곁들여져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던 좋은 단막극이 탄생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극한 알바에서 시작된다. 아르바이트 관련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송은범(백성현 분)은 어린 동생 송은별(김지영 분)와 단 둘이 살고 있었다. 은범은 생계를 위해 알바를 하는 현실을 살.. 더보기
지극히 주관적인 9월 개봉 기대작 네 편 또 다시 개강이다. 벌써 9번째. 그러니까 내게 이번 가을 학기는 4년 동안 채우지 못한 학점을 따기 위한, ‘추가학기’다. 단 2학점이 모자랐다. 여름 계절 학기에 들어야지, 했는데 몇 개 개설되지도 않은 강좌들을 노리는 수많은 경쟁자들을 따돌리지 못하고 그만... 여기까진 대외적인 변명이다. 솔직히, 아니 더 엄밀히는 무의식적으로, 막연한 ‘백수’생활에 대한 불안이 컸다. 취준생은 노력이야 가상하다 하더라도 어쨌든 백수고, 백수는 곧 낙오자니까. 아직까지 학생이라는 편안한 신분을 놓치고 싶지 않았나보다. 다행이 2학점을 들으면 학비의 1/6만 내면 되었다. 그 정도 돈이면 반 년 동안 알바로 모은 알바비로 충당할 수 있었다. 계절학기 수강신청 날, 나는 이상하리만치 게을렀고 예상보다 빨리 수강 정원은.. 더보기
[바꼈스오피스] 35주차(8/24~8/30) * [바꼈스오피스]는 저희가 새로운 기준을 통해 제시하는 영화 순위입니다. 현행 박스오피스는 오로지 영화가 벌어들인 수익, 관객수 등 절대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하여 순위를 매기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바꼈스오피스]는 일종의 ‘대안적 박스오피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새로운 기준에 맞춰 영화 순위를 다시 매긴 뒤 따로 코멘트를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이 작업이 최대한 객관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준이라는 것도 사실상 주관적인 가치 판단에서 벗어날 순 없을 텐데, 딱 거기까지를 주관적인 개입의 마지노선으로 삼으려 합니다. *** 현재 상영중인 모든 영화를 다 다루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불가피하게 ‘박스오피스’ 20위권 내에 있는 영화들만 다뤘습니.. 더보기
미간만 찌푸리게 만든 성인잡지 표지 9월호 표지를 보고 불쾌해졌다. 모델로 나온 배우 김병옥의 모습이 악독해 보여서가 아니라 트렁크에 실린 여성의 하체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뇌리에 남은 건 김병옥이 아니라 트렁크에 실린 여성의 다리였다. 표지의 중심은 분명 김병옥인데 여성의 다리에 존재감이 희미해져버린 기막힌 상황이다. 좀 더 거칠게 말해서 표지에는 김병옥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는 온데간데없고 그냥 전형적인 성범죄자의 얼굴만 상징적으로 남아 있다. 김병옥으로서도 별로 달갑지 않을 표지임이 분명하다. 그는 수많은 악당을 연기했을 뿐이지 실제 악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은 무슨 생각으로 저런 표지를 전면에 내세울 생각을 했던 걸까. 성범죄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의 이영비 편집장은 전문을 통해 해명.. 더보기
<나의 어머니> 어머니가 남긴 것 마르게리타(마르게리타 부이)에게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 그건 그녀의 ‘리얼리티’인데, 달리 말해 영화감독인 그녀가 연출한 영화가 곧 그녀의 의도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 그녀에게 리얼리티는 현실보다 우선하기도 한다. 그녀의 영화에서 공장장 역을 맡은 배리(존 터투로)의 운전씬. 운전하는 척만 하면 되는 배리는 직선 도로를 달리는 상황인데도 핸들을 좌우로 흔든다. 그 꼴을 보지 못하는 마르게리타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배리에게 실제로 운전을 시킨 것. 하지만 앞 유리는 카메라 세 대로 가린 상태다. 앞이 보이지 않은 상태로 운전을 하면서 대사를 치는 게 가능할 리 없다. 마르게리타의 현실감각은 리얼리티 앞에서 눈 녹듯 사라진다. 그런 그녀의 어머니 아다(줄리아 라차리니)가 노쇠해, 죽음을 앞두고 있.. 더보기
놀랄 만한 공포를 주지는 못했던 <퇴마: 무녀굴> 겁이 많은 이유로 공포영화를 굳이 찾아보지 않는다. 무서운 영화를 보는 것 자체는 상관없지만 문제는 영화를 본 이후다. 하루 종일 찝찝한 기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가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공포영화를 돈 내고 볼 만큼 좋아하지는 않지만 공짜로도 보지 않을 만큼 싫어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엉겁결에 보게 된 영화가 이었다. 영화의 스토리는 분명 매력적이었다. 비록 원작 소설을 보지 못했지만 원혼에게서 벗어나려는 금주(유선 분)가 처한 비극적 굴레와 그를 치유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퇴마사인 진명(김성균)의 독특한 치유법은 관객들에게 서늘한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정신과 의사면서 동시에 무당의 아들인 진명이 지광(김혜성 분)을 영매로 삼아 환자를 치료하는 첫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예측 가능한 공..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