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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 세상을 쓰다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다, <미움받을 용기> 근래 읽었던 자기계발서 중에서 가장 남는 게 많았던 책이다. 물론 책을 읽기 전 품었던 의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용기를 가질 때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가 바뀔 수 있다는 주장은 참 시원하다. 그러나 책에서 청년으로 나오는 인물이 말한 것처럼 어딘지 모르게 서늘한 구석도 있다. 용기가 없는 사람들에겐 달리 방법이 없다는 말처럼 들려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좌우지간 책은 청년과 철학자의 문답에 의해 전개되는 구조다. 주요 내용은 심리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우리가 주류 심리학자로 생각하는 프로이트나 융이 아닌 아들러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책이 지루하지 않았다. 분명 자기계발서지만 책을 다 읽은 후엔 제3의 심리학에 대해 공부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책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 더보기
거리 둔 채 뉴스 보기, 알랭 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 책을 펼치기 전에는 저자의 초점이 뉴스에 맞춰져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알랭 드 보통은 뉴스의 시대에 살아가는 인간에 주목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미디어 전문가가 아닌 철학자임이 분명하다. 그는 뉴스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보다는 급변하는 뉴스 속에서 개인이 어떤 중요한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지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노력을 할애한다. 물론 그는 뉴스의 중요성에 대해 서론에서 충분히 인정한다. 그에 따르면 뉴스는 “구성원들을 가르치고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수단”이다. 다만 뉴스를 수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뉴스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알랭 드 보통이 경계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그는 “보다 자의식을 갖고 뉴스를 수용하려 .. 더보기
반복과 변주를 이해하는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일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먼저 고백부터. 나는 이 영화를 계기로 처음으로 홍상수를 만났다. 그래서 이전까지 몇몇 사람들이 홍상수 예찬론을 펴도 솔직히 공감하지 않았다.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굳이 이 말을 꺼내는 이유는 자칭 홍상수 팬을 자처하는 분들의 비판이 두려워서다. 그래도 홍상수 감독은 다양한 해석을 좋아한다 했으니 지극히 주관적으로 그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어차피 이렇게 밑밥을 깔아도 비판과 비난은 있을 수 있다. 모두 환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를 감상할 때 그렇듯 나 역시 제일 먼저 제목의 의미를 찾으려 노력한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라지만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본 뒤 처음 느낀 감정은 혼란이었다. 내게 있어 이 영화는 적어도 ‘지금’과 ‘그때’, .. 더보기
분명 웃고 있는데 눈물이 나네요. <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식> 나는 분명 웃고 있었다. 하지만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행복했다. 하지만 내 마음 어딘가는 울고 있었다. SBS의 추석 특집 드라마, 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다. 웃고 있지만 울게 하고, 행복하지만 슬픈, 역설과 아이러니한 감정으로 가득한 드라마였다. 후속 기사에서 언급되었듯, 드라마는 명절 첫 아침부터 사람들을 울렸다. 대부분의 댓글은 이랬다. 하릴없이 아침에 뒹굴다 TV를 틀었는데, 보다보니 자세를 고쳐 앉게 되었고, 결국엔 눈물 콧물을 쏙 빼고 말았다고. 정확한 표현이었다. 나 역시 드라마를 보며 똑같은 과정을 겪었다. (옆에 부모님이 계셔 눈물 콧물은 가까스로 참아냈다) “우리가 삶을 사랑하는 것은 삶에 익숙해져서가 아니라, 사랑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니체의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 더보기
올 추석을 함께할 4권의 책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이다. 그러나 올해는 여러 이유로 시골로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가족들에겐 참 미안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25년 만에 처음으로 겪는 나 홀로 추석이다. 특별히 무언가를 계획하지 않았기 때문에 올 추석은 그저 그런 연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노는 것도 이젠 지겹다. 어차피 홀로 보내는 추석, 뭐라도 남겨야겠다. 그러려면 무언가 읽어야 한다. 지금 추천하려는 4권의 책은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에서 선정됐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아닌 나를 위한 책들이다. 책장에 오랜 시간 ‘새 책’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던 것들에 대한 알 수 없는 도전의식이 불현 듯 발현됐다고 하는 게 정확하겠다. 언제까지 저들을 낯설면서 낯설지 않은 존재로 내버려둘 수는 없으므로. .. 더보기
올해 추석 특집 드라마, 딱 두 편? 또다시 명절이다. 대체공휴일이 생긴 덕분에 하루를 더 번 느낌의 풍성한 추석을 맞았다. 명절 때만 되면 말 한마디에 상처 받는 취업준비생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풍성했다. 어쩌면 올해는 오히려 공부를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추석을 혼자 보내게 되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명절 때 꼭 챙겨보는 것이 있다. TV편성표다. 예전에는 지상파 4개 채널만 챙기면 되었는데, 이제는 종편 채널 4개에 갖가지 케이블 채널의 편성도 눈여겨봐야 한다. 그들만의 콘텐츠도 충분히 강해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떤 방송들이 편성되어 있을까. 기대하면서 페이지를 열어봤다. 흥미로운 방송들이 많았다. 각 채널마다 오랜만에 복귀하는 연예인들의 프로그램이 있었고, 복고를 지향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그런데 아쉬운 것 한 가지. 바로 .. 더보기
뒤주 안에 갇힌 청년세대 언제부터 나를 세자로 생각하고, 또 자식으로 생각했소? 영화 에서 울분에 찬 사도세자(유아인 분)가 영조에게 감정을 드러내며 내뱉은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지금의 청년들에게도 심히 공감 가는 말이다. 아마도 청년들은 최근의 노동개혁 이슈를 보고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신들은 언제부터 그렇게 청년들을 생각했소?” 최근 노사정위원회의 노동개혁안이 통과됐다. 내년부터 정년이 연장되는 만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취업규칙 개정 조건을 완화시켜 일반해고를 쉽게 하는 게 주요 골자다. 그런데 이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 정부가 근거로 삼은 논리가 청년실업이다. 십시일반으로 기성세대가 양보해야만 청년들의 구직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의 입장에서 감읍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방향이 뭔가 잘.. 더보기
[바꼈스오피스] 38주차(9/14~9/20) * [바꼈스오피스]는 저희가 새로운 기준을 통해 제시하는 영화 순위입니다. 현행 박스오피스는 오로지 영화가 벌어들인 수익, 관객수 등 절대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하여 순위를 매기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바꼈스오피스]는 일종의 ‘대안적 박스오피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새로운 기준에 맞춰 영화 순위를 다시 매긴 뒤 따로 코멘트를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이 작업이 최대한 객관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준이라는 것도 사실상 주관적인 가치 판단에서 벗어날 순 없을 텐데, 딱 거기까지를 주관적인 개입의 마지노선으로 삼으려 합니다. *** 현재 상영중인 모든 영화를 다 다루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불가피하게 ‘박스오피스’ 20위권 내에 있는 영화들만 다뤘습니.. 더보기
광인狂人을 이해하는 영화, <사도> *일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먼저 근황부터.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다. 과거의 나였다면 이 말에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이 말을 도저히 견딜 수 없다. 참 있어 보이는 말이지만 결국은 동어반복에 기댄 자기변명에 불과하다. 이미 일어난 일은 수습을 해야 한다. 그게 고의든, 실수든,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그 일과 관계된 사람에 대한 예의다. 소통이 되지 않는 것만큼 막막한 일도 없지만 어제부로 나는 카카오톡을 삭제했다. 삭제의 이유는 여럿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차라리 그게 더 속 편할 것 같아서다. 막상 노란 창이 사라지니 문득 불안해졌다. 하지만 곧이어 온전히 내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다분히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그런 와중에 본 영화가 였.. 더보기
<그녀는 예뻤다> 겉모습은 우리의 전부일까, 드라마판 <뷰티 인사이드>의 탄생 황정음과 박서준 콤비가 돌아왔다. MBC 새 수목드라마, 에 관한 이야기다. 작정하고 웃음과 로맨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로 제작진은 다시 한 번 의 남매를 내세웠다. 이번엔 주연 커플이다. 첫 회의 시청률은 4퍼센트대로 저조했지만, 확실히 드라마는 처음부터 재밌었다. 황정음의 푼수와 코믹 연기는 완전히 무르익었다. 상대인 박서준은 최근 영화 에서 이진욱 못잖은 존재감을 드러냈듯이 여심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특별히 최시원의 연기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무한도전에서 자전거를 타며 미친 듯이 먹방을 선보인 최시원의 캐릭터가 그대로 넘어온 것 같았다. 원래 자기 옷을 입었다는 듯, 맘껏 끼를 보이는 그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드라마가 처음부터 좋은 느낌을 주기는 쉽지 않다. 항상 처음에는 설렘도 따르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