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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단막극 다시보기

<KBS 드라마 스페셜 2015 그 형제의 여름> 단순한 이야기로 감동을 만드는 힘

2015년 <KBS 드라마스페셜>의 시즌2가 끝났다. 멜로, 역사, 공포, 성장, 가족까지 뚜렷한 색을 지닌 단막극을 제작해 총 5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매주 방송된 작품들을 챙겨보며 리뷰를 했고, 이제 마지막 편까지 왔다. <그 형제의 여름>은 혼혈아 아이를 둔 가정의 성장기를 유쾌하게 그린 가족 드라마다.

이야기는 92년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난 알아요>로 시작된다. 부산 소년 동길(최권수 분)은 그런 서태지를 동경한다. 틈만 나면 서태지에게 편지를 쓰고, 그의 자료들을 돌려보고 춤을 따라 춘다. 하지만 동길에게는 불편한 존재가 있다. 함께 살고 있지만 가족이라 인정할 수 없는, 철저히 남인 아버지 최국진(유오성 분)과 학교에서 블랙조라고 괴롭힘 받는 혼혈아 동생 최영길(박이사야 분)이다.

 

동길은 국진이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해 자신을 키워주는 것이고, 이후에 국진이 미군이었던 흑인 여성과 눈이 맞아 낳은 아이가 영길이라고 생각한다. 즉, 같이 사는 삼촌 현철(조정치 분)에게 들은 이야기만을 믿고 아빠와 동생이 철저히 남이라고 생각한다. 비뚤어진 동길은  서태지의 수제자가 되겠다며 서울로 떠날 준비를 한다. 영문을 알 길 없는 영길은 그저 형을 졸졸 쫓아다닌다.

 

영길이 애정을 표현할수록 동길은 동생에게 매정하게 군다. 학교에서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과 동생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더욱 심해진다. 혼혈아라는 사실 때문에 영길은 일명 ‘노는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동길은 영길을 남처럼 대했다. 하지만 관계가 드러나고 노는 아이들에게서 버림받게 되자, 동길은 어린 마음에 영길에게 피부색을 바꾸라고 심통을 부린다.

영길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 화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지우개로 자신의 피부색을 지워보려 마구 문질러본다. 또 미백 화장품이 있다는 걸 우연히 알고 얼굴에 덕지덕지 발라 형 앞에 나타나기도 한다. 혼혈아를 괴물처럼 바라보던 우리의 시선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드라마는 이 장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동생은 끝까지 형에게 구애를 하고, 형은 동생의 호의를 이용하려 하다 동생이 아파 쓰러지는 상황을 만든다. 그 와중에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확인하면서 모든 사실을 마주하자, 대성통곡을 하며 자신의 잘못을 회개(?!)한다. 단순한 전개였지만, 이상하게 형이었던 동길의 눈물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 이어지는 장면은 언제 그랬냐는 듯, 병원 가운을 입은 동생을 끌어안고 자는 형의 모습이 나왔다. 예상한 장면들이 흘러도 괜스레 눈물이 핑 돌았다. 가족과 사랑이라는 가치가 가진 힘이 이런걸까.  

마지막까지 드라마는 귀여움과 유쾌함을 놓치지 않았다. 세 식구가 함께 해운대 댄스 대회에 참가하면서 드라마는 결말을 향해 간다. 아빠와 동생, 춤꾼인 형까지, 세 사람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무대를 뛰논다. 한 시간을 함께한 시청자들에게 행복한 미소를 선사할만한 좋은 장면이었다.


이렇게 여름을 함께 했던 단막극 시리즈가 끝났다. 짧은 시간동안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긴 호흡의 영상들을 볼 수 없을 때, 단막극을 보면 한 시간 만에 완성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마치 우리가 단편 소설과 시를 읽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KBS 드라마스페셜>은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다음 시즌이 언제일지 궁금하다.

 

- by 건

 

사진출처 : KB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