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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민정수석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조금 위험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온 나라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님 때문에 시끄럽다. 아들 병역특혜, 공금횡령, 공무집행방해 등 열거하기도 어려운 의혹들로 인해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넘어 검찰의 특별수사팀이 꾸려지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민정수석의 비리를 파헤치는 건 좋다. 국가의 요직에 있는 이가 품고 있는 의혹을 짚고 넘어가는 건 필요하다. 그런데 그를 수사하는 과정이 심상치 않다. 그를 감찰했던 특별감찰관도 함께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어찌 된 일일까. 다음은 기사의 한 부분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검찰에 수사의뢰한 데 대해 청와대가 ‘이석수 흔들기’로 ‘우병우 살리기’에 나섰다. 청와대는 19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 의혹을 제기하며 “특별감찰관의 본분을 저버린 중대한 위법행위이고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며 이 특별감찰관을 정면 겨냥하고 나섰다. (중략)

수도권의 한 법원 부장판사는 “국정원 정치 댓글 사건이 터지자 국정원 직원 인권 유린 사건으로 둔갑시켜 본질을 흐리게 한 세력이 있었다. 우 수석의 비위행위 사실여부를 가리는 게 사건의 본질인데 엉뚱하게 정보 유출 사건으로 물타기하려는 것이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의 모양만 살펴보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한겨레, <법조계, ‘청와대 이석수 공격은 본말전도’> 2016년 8월 19일자)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특정 언론사에 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로 한 보수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이는 특별감찰관법 22조 ‘특별감찰관은 감찰 착수 및 종료 사실, 감찰 내용을 공표하거나 누설해서는 안 된다’를 근거로 한 것이다. 이로 인해 검찰은 이 특별감찰관에 대한 수사도 함께 돌입했다.   

이쯤이면 영화 <트루스>(Truth)를 본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왜 이토록 긴 서론을 늘어놨는지. 영화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물타기와 참 닮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트루스는 2004년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병역 의혹을 보도한 CBS 시사프로그램 <60분>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이 사건은 당시 60분의 진행자이자 전설적인 앵커, 댄 래더의 이름을 따 ‘래더 게이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 속 60분 팀은 실패한 언론인이다. 부시의 병역 특혜 의혹을 폭로하며 제시한 증거 메모 위조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메모 위조 논란은 대통령 병역 특혜 의혹보다 강했다. 방송 직후 한 보수 블로거는 방송에서 제시된 메모가 컴퓨터 워드프로그램에서 작성된 것 같다는 의문을 던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60분 팀은 사과방송을 해야 했고, 책임 프로듀서였던 메리 메이프스(케이트 블란쳇 분)는 해고됐다. 전설적인 앵커로 칭송받던 댄 래더(로버트 레드포드 분)는 스스로 본인의 자리를 사임했다. 

영화 <트루스>의 한 장면. 방송 직전 제작진의 편집 모습.

트루스에서 보는 언론인의 결말은 올 초 개봉한 영화 <스포트라이트> 속 미국 <보스톤글로브>지의 탐사보도팀과는 전혀 달랐다. 두 영화는 모두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하지만 누구는 불명예스럽게 자리를 떠나야했고, 누구는 퓰리처상을 받았다.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했으나 정반대의 결과를 얻는 것을 보여준 영화 트루스를 통해 지금의 우리가 발견하는 메시지는 두 가지다. 앞서 언급한 민정수석 비리 의혹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다. 하나는 진실을 구하려 질문을 던지는 일을 멈추지 말라는 것. 다른 하나는 물타기 당하기 전에 그럴 거리를 만들지 말라는 것. 즉, 99%가 아닌 100%를 추구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 메시지는 사실 말도 안 된다 할 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세상은 말이 안 되는 일로 돌아가고 있다. 숱한 비리 의혹이 너무나 확실해도 우리는 의외의 지점에서 물타기를 당한다. 그때부터는 진실을 추구하는 측이 아무리 더 알아보자고 외쳐도 이미 늦었다. 내가 믿는 것보다 사람들이 믿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미국 보스톤글로브 탐사보도 팀의 모습.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일까. 언론은 100%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 보스턴글로브의 기자들과 60분의 취재진 모두 진실을 알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했다. 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60분의 취재 시간이 현저히 짧았다. 보도 전 메모의 진위 여부를 가릴 때도 복사본 밖에 없어 애매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필적 전문가의 의견 등 의혹을 덮을 수 있는 의견이 있다며 무시하고 진행했다. 이것은 100% 확신이 아니다. 보스톤글로브 쪽은 어땠을까. 지금 기억나는 장면 하나는 기자들이 계절이 변하는 중에도 한 사안을 물고 늘어졌던 모습이다. 소재와 사안이 달랐다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대중은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언론을 받아들이는 대중 또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태도가 있다. 진실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60분 팀의 보도가 부시 흠집내기로 끝나버렸지만 만약 부시의 병역 특혜가 진실이라면 그것은 대중이 알아야만 하는 것이었다. 이 말은 보도의 방법론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덮어지는 진실 또한 알아내도록 요청하는 것은 대중의 몫 중 하나라는 것이다. 결국 달을 보라고 가리키는 손가락에만 집중하는 것도 대중의 시선이다. 진실을 놔두는 죄의 책임 중 일부는 대중에게도 있다. 이 깨달음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민정수석과 특별감찰관 수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도 적용할 부분이다. 


역사에 기록된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영화 트루스는 편파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만 보고 나면 철저히 취재진의 편에 서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진실을 찾고, 질문을 멈추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만 확신을 얻기까지 남은 1%를 채웠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이들이 그걸 채웠다면 미국 역사의 대통령은 다른 이로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도 달라졌을지도. 


by 건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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