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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전> 157회, 이제는 싸우지 않아도 할 말이 많다

category 예능 2016. 3. 11. 15:23

다시 ‘모두까기 인형’으로 돌아온 전원책 변호사는 유시민 작가와 싸울 일이 없다. 의견 대립이 없는 두 패널의 대화는 MC와 잘 어우러져 시종일관 유쾌하다. 전원책의 예능 욕심이 과해(?)보이지만 그것은 소소한 애교로. 보수지만 이상주의적인 전원책과 진보지만 현실주의자인 유시민의 대비는 그만큼 다양한 변주를 만드는 듯하다. 눈에 띄게 화려하진 않지만 소품처럼 흘러가는 대화 속에 촘촘히 박힌 언중유골과 촌철살인이 백미.

첫 번째 주제였던 야권통합 가능성에 대한 대화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두 패널은 국민의당 지지율이 계속해서 하락세고, 안철수 본인조차 자신의 지역구에서마저 경합세로 나오는 등 위기 상황인 상황에서 나온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의 통합 제안은 국민의당 전체를 뒤흔드는 모양세라고 설명한다.

 

통합 제안에 대한 두 패널의 인식 차는 통합 제한의 계산 여부로 갈라졌다. 유시민의 경우 이 제안이 계산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국민의당에서 나온 먼저 나온 얘기가 의사소통 과정에서 붉어졌고, 이를 필리버스터 국면전환용으로 썼을 뿐이라고 말한다. 반면 전원책의 경우는 통합 제안이 김종인 대표 본인의 자기정치 신호탄으로 해석하며, 이를 통해 강경론을 제압(?)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유시민은 정의당과 국민의당의 상황을 길냥이(길고양이)와 집냥이(집고양이)로 비유함으로써 국민의당의 현 상황을 조망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통합 제안이 손해볼 것이 없는 ‘꽃놀이패’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전원책은 안철수와 김종인의 설전을 되짚어보는 과정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당에 대선후보가 두 명 이상이면 깨진다”)을 언급하며, 김종인 위원장이 민주주의를 오해하는 것 같다며 김종인 대표를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광야에서 죽겠다”란 말까지 하며 강경론을 고수하는 안철수에 대한 유시민의 고찰은 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심리 분석이 그 기저에 있었다. 현실정치에서 말과는 달리 실제로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경험담을 통해 안철수가 부딪히고 있는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얘기로 그가 느끼는 분노를 설명한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편(‘결선투표제’) 얘기 역시 두 패널이 주고받았지만, 현재로선 현실성이 없다는 얘기도 뒤따랐다. 안철수의 행보를 “느와르”라고 칭한 유시민은, 안철수에게 필요한 것은 신념유리보다는 책임윤리라고 말하며 현실적 타협의 필요성을 조언하기도 했다.

 

이후 연대에 대한 전망을 말하며 수도권 연대를 넘어서 복귀 가능성까지 언급된 가운데, 전원책은 차라리 새누리당, 국민의당, 더불어민주당 세 당이 합당하라며 점점 비슷해지고 있는 정당들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행보에 대한 얘기에서는 전원책의 ‘모두까기 인형’적 모습이 돋보였다. 시작부터 새누리당의 갈등을 이전투구, 시정잡배들의 싸움이라고 말하며 포문을 열었다. 단수추천, 우선추천, 전략공천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이어진 후, 전원책은 작심한 듯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전원책은 공천관리위는 심사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라며, 단수 추천할 권리가 없다는 얘기를 시작으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과하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논개작전’이라고 불리는 친박 내 컷오프에 대한 비판 중에는 “논개”의 이름을 먹칠하는 것이라며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유시민 역시 자기가 1당의 대표의 말에 공감하게 될 줄 몰랐다면서, 김무성이 오히려 민주적이라는 말로 이한구 대표의 비민주적 행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UN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한 두 패널의 설명은 언론에서 언급되지 않은 이면의 ‘진실’을 잘 보여줬다. 역대급, 최강의 제재라는 언론의 평가와는 달리 중국과 러시아가 사실상 뒷문을 다 열어줬다고 설명한 것이다. 중국이 민생목적에 대한 제재를 거부하고, 러시아가 “몽니”를 부림으로써 이번 제재가 겉보기엔 강력하고, 어느 정도의 타격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계속되기 힘들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두 패널은 이에 대해 사드배치와 대북제재를 둘러싸고 미중 양국이 합의를 보고, 이에 러시아가 실리를 챙겼기에 이와 같은 형태로 귀결될 것이란 분석을 덧붙였다.

 

<귀향>으로 시작된 역사교과서 문제에서는 두 패널의 의견 차이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교육부의 위안부 서술 수정에 대해서 약간의 생각 차이는 있었지만, 오히려 이승만, 박정희 서술 문제에 관해서는 두 사람이 거의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이다. 전원책의 경우 박정희 집권 18년 전체를 정치 구조를 바꿨다는 측면에서 ‘혁명’이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5.16과 유신은 엄연한 쿠데타라고 말해, 기존 보수층들이 보여줬던 것과는 다른 역사 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유시민 역시 교과서의 중립성이 없어졌다며, 정부 입김의 가능성에 대한 의혹 제기를 덧붙였다. 전원책에 의해 굳이 언급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슈 정도에서만 사소한 토론이 이어졌을 뿐이었다

 

트럼프 공포 현상에 대한 얘기 역시, 특별한 대립 대신 전반적인 미국 사회의 분위기와 ‘중재전당대회’의 가능성, 루비오와 크루즈의 향후 행보 전망 정도가 다뤄졌다.

 

3월 10일 방송된 <썰전> 157회는 이제는 거의 완벽하게 이루어진 유시민과 전원책의 합을 보여줬다. 김구라 역시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크게 위화감 없이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을 이어갔다.

 

이제 두 패널은 돋보일 만한 날카로운 토론과 베일 듯 날카로운 분석과 비평 없이도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회차를 통해 증명했다. 특히 157회에서 다시 나타난 전원책의 ‘모두까기 인형’의 부활은, 전원책이 단순히 보수층의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두 패널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정치 영역에서 대부분의 얘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다면 큰 정치적 이슈가 등장하지 않아도 두 패널의 이야기는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굳이 ‘싸우지’ 않아도,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얘기는 이제 무궁무진하다.   

 

by 9

 

* 사진 출처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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