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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의 구성은 안정세에 접어들었으나, 오히려 시청률은 2주 연속 낮아졌다. 기대했던 ‘테러방지법’에 대한 토론은 날카로웠지만 의견의 참신함보다는 입장차가 명확했던 논란의 정밀한 축약판 같은 느낌이었다. 초반에 힘을 뺀 바람에 뒤쪽의 이야기들은 말랑해졌지만 그것이 프로그램이 겪어온 ‘시간’의 강점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했다. 안정기는 왔다. 결국 고정 시청자 층 확보 문제가 관건이 될 것이다. 프로그램의 비행은 지금부터다. 그 키는, 김구라가 될 것이다.  

 

2016년 3월 3일 목요일 방송된 <썰전> 156회는 예고됐던 긴장감에 비해 소소한 오프닝으로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썰쩐> 2부를 의식한 듯, 2부에서 나왔던 멘트(“연령층이 높아져서 대본 폰트가 2배 커졌다”)를 가지고 ‘사과’하라는 농담들이 오간 것이다. 사소한 에피소드지만 2부에 대한 제작진의 고충이 살짝 묻어나는 듯했다.

 

곧바로 시작된 ‘테러방지법’에 대한 논의는 기대만큼 치열하게 전개됐다. 필리버스터에 대한 개괄적 설명과 부수적 이야기들이 끝나자마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 전개가 바로 이어졌다. 전원책 변호사의 경우 국가비상사태 요건에 대한 판단은 대법원에 소송 제기가 이뤄질 때 가능하며, 국회의장이 받은 전문가 자문에 대해서 국회의장의 책임 회피 방법이라는 얘기를 했지만, 직권상정 자체는 가능하다는 맥락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반면 유시민 작가의 경우는 국회의장 빼고는 비상사태가 아니라는 말로 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지적하며, 실제 비상사태였을 경우 국회의장이 상황을 공개했어야 한다는 말로 국회의장의 책임임을 강조했다.

 

법안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사회에서 실제 이루어졌던 논의의 축약판이었다. 전원책의 경우 ‘테러방지법’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에도 도입이 시도됐던 것이라며 주장한 반면, 유시민은 노무현 정부 때의 상황을 설명해 이를 반박했다. 즉, 국정원에서 도입을 시도했음에도 당 대표 등이 거부했던 사례를 들며, 입법부가 견제 역할을 했던 당시와 달리 현재의 입법부는 법에 대한 비판의식 없이 “꼭두각시” 역할만을 할 뿐이라며 비판한 것이다.

 

법안에 대한 필요성과 비판 대목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원책이 국가안정보장과 질서유지에 있어 법률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자, 이에 유시민은 테러방지법이 국민의 본질적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박했다. 전원책이 기본권 침해에 대한 우려에 있어 고등법원의 단과 감청 조건 등에 안정 장치가 있다고 주장하자, 유시민은 고등법원의 실제 판단이 형식적이며 ‘의심할 상당한 이유’라는 조건이 모호해 국정원의 역할이 비대해질 것을 지적했다.

 

유시민이 개인정보, 위치정보, 금융정보, 민감정보 등에 접근하게 될 국정원에 제대로 된 절차와 감시 장치가 없어 통제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자, 전원책은 이를 두고 ‘상당한 이유’라는 대목이 모든 법 조항들의 특징이며, 이것이 판사의 존재 이유라는 말로 되받아쳤다. 유시민이 인권보호관 한 명의 통제력을 의심하고, 법안의 내용이 북한, IS만을 겨냥한 것이 아닐 것이라고 말하자 전원책은 보호관 산하로 산하조직이 구성될 것이며, 현재의 법으로는 국외 추방 외에는 테러 대책이 없다는 말로 입법 측 입장을 대변했다.   

 

MC인 김구라가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할 만큼 팽팽했던 논의는 북한에 대한 정의와 국가정보원의 중립성 문제에 이르게 되면서 약간의 균열이 생겼다. 테러방지법과 관련된 논의에서 법적으로 북한을 테러 ‘단체’로 볼 수 없다는 유시민의 주장에 전원책이 테러 지원국이라는 말로 되받아친 대목부터였다. 이에 유시민은 북한은 법적으로 테러 단체가 아닌 교전당사국으로서, 북한과의 대립은 군사적으로 대응하고, 내부의 문제는 국가보안법으로 대응하면 된다며 ‘테러방지법’에서 법안의 필요성으로 대두됐던 북한 문제와의 연관성이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국가정보원의 중립성에 대한 얘기 역시 마찬가지의 형태로 전개됐다. 전원책은 법안이 여당 단독이 아닌 야당과의 지속적 상의와 협상의 결과물이며, 이를 통해 개선시킨 법안에 야당이 태클을 걸면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야당이 여당일 때부터 도입을 시도했던 법안에 대한 지금의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맥락으로 얘기한 것이다. 이에 유시민은 국가정보원의 중립성 문제를 지적한 후, 국정원의 조사 절차와 규정에 당사자에 대한 통보와 소명, 해제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뒤, 과거 정부의 잘못이니 지금은 괜찮다는 것은 비논리라고 강조했다. 실제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이루어졌던 모든 사회적 주장들이 압축적으로 한꺼번에 다 제시된 것이다.

 

필리버스터에 대한 입장 차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원책이 야당 의원들이 선거 운동이 아니냐는 말로 기존 언론들의 입장을 대변했다면, 유시민은 이에 맞서 필리버스터란 계기로 부각되지 않던 국회의원들이 자기 개인의 삶을 말함으로써 캐릭터가 조명된 것일 뿐 열흘 정도면 다 잊어버릴 것이라는 말로 반박했다.

 

특이했던 부분은 월요일 녹화방송이었음에도 필리버스터의 향후 전망에 대한 전원책의 예측이 방송 당일 비교적 정확했다는 점이었다. 영국과 독일의 예를 들며 의견이 다른 두 패널마저도 국회가 일해야 한다는 지점에서는 동일한 의견을 보였다는 것 역시, 기존 프로그램과 다른 구성에서 두 패널만이 할 수 있는 얘기기도 했다. 논의와 관련 대립각이 분명했음에도, 두 패널이 감정에 휩싸이지는 않았다는 것 역시 프로그램을 통해 누적된 시간의 힘이라고 느껴졌다.

 

이후 전개됐던 총선 관련 논의와 살생부, 컷오프 문제는 보다 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의 행보에 대해서는 두 패널이 예외 없이 비판적이었고, 정치인들의 ‘외모’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하다 전원책의 코디와 관련된 얘기로 넘어갈 만큼 큰 이슈가 없었다. 살생부와 컷오프에 대한 이야기들 역시 대립보다는 뉴스로 드러난 현상들에 대한 내부의 이야기, 의미, 첨언 등으로 소소하게 흘러갔다.

 

세종문화회관의 삼청각 ‘먹튀’ 사건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비판할 것은 비판하면서도 흐름 자체는 소소하게 흘러가며 농담도 주고받는 등 두 패널 스스로 완급조절을 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테러방지법과 필리버스터 관련 논의에서는 철저하게 존재감이 지워졌던 김구라가 다시 드러나 본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썰전> 156회는 현재의 썰전이 이룬 성과와 문제점을 동시에 노출했다. 첨예한 논쟁이 아니라면 두 패널의 합은 이제 안정세에 접어들었으며, MC 역시 크게 튀지 않으면서도 예능요소를 유지해나갔다. 대립각이 분명할수록 두 패널이 대변하는 양 진영의 입장차는 명확하게 구분됐고, 이에 대해 시청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요소들 역시 명쾌하게 드러났다. 서로가 소소한 만담과 일상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됨으로써, 시청자 역시 두 패널을 단순한 패널을 넘어서 마치 아는 것이 많은 지인들의 대화처럼 여기며 볼 수 있게 된 것 역시 프로그램이 이룬 성과다.

 

하지만 <썰전>이 ‘진검승부’처럼 날카로운 토론이 되는 순간 MC의 역할이 너무 무기력해 지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흐름이 이어지는 것은 좋지만, 토론의 내용과 의미가 정리되기에는 말들이 너무 쏟아지는 느낌이다. ‘컨벤션 효과’가 사라진 지금, 고정 시청자 층의 확보와 시청자 층 확대를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MC의 역할이 중요하다. ‘진검승부’에 말리지 않고 깔끔하고 매끄럽게 전달할 수 있는 MC가 될 때, 어떤 폭풍이 휘몰아쳐도 프로그램의 중심이 바로 선다.

 

흐름을 찾은 프로그램에게 남겨진 이 ‘작은’ 숙제는,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김구라가 중재하기엔, 두 패널은 너무 ‘쎈’ 사람인 건 분명하다. <썰전> PD의 인터뷰대로 누구도 김구라를 대체할 수 없기에, 그만큼 김구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by 9.

 

* 사진 출처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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