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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간단하다. 언제나 그놈의 밥이 문제다. 사랑하는 사람하고 잘 먹겠다고 잘 살겠다고 발버둥쳤다. 하지만 난 어느 순간 바쁘다는 이유로 엄마와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나는 언젠가 나중에 돈으로 모든 걸 보상하려 했지만, 엄마가 나에게 바랐던 건 오직 하나, 함께 먹는 따뜻한 밥 한 끼뿐이었다.”

<기적의 시간 로스타임> 2회의 주인공 28살 취업준비생 선호(임지규 분)이 로스타임의 끝이 다가오며 깨달은 내용이다. 이 내용은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이자, 시청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스포일러일수도 있는 메시지를 첫 문단으로 내세운 건, 이 드라마는 예정된 결말을 향해 달려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이야기 자체로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언제나 그놈의 밥이 문제다, 라는 말에 공감하지 않는 젊은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 먹고사는 문제는 항상 우리를 떠나지 않는다. 잘 좀 먹어보겠다고, 잘 좀 살아보겠다고 우리는 이런저런 방법으로 노동을 하고, 애를 쓴다. 하지만 우리는 시급한 건 아니지만 중요한 것을 종종 놓친다. 엄마, 아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먹는 밥 한 끼를 말이다.  

나 역시 그랬다. 어떻게든 자아실현을 하고, 좋은 직장으로 보답하겠다는 핑계로 내 주변을 지켜주던 사람들을 잊었다. 또 살아남기 위해 여유를 잃었다. 선호는 첫 장면에서 면접에 늦지 않기 위해 엘리베이터에서 한 중년 남성을 밀어낸다. 불길한 예상대로 그는, 밀어낸 남자를 면접관으로 다시 만난다. 면접 결과는 보나마나 불합격.

 

문자를 받아들었을 때, 엄마(성병숙 분)는 그에게 풍성한 밥상을 차려주고 있었다. 선호는 늘 후줄근한 차림을 하면서 오로지 아들이 기분 좋게 지내길 바라는 해바라기 같은 엄마의 모습이 싫었다. 그는 다짜고짜 짜증을 내고 밥 한 술 제대로 뜨지 않은 채 알바를 하러 나간다. 지각 독촉 전화를 받은 그는 빨리 가기 위해 공사장 샛길에 들어서고, 공사 도구들로 인해 발을 헛디뎌 그 자리에서 죽고 만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에게 다시 한 번 심판과 중계진들이 나타난다. 선호에게 주어진 로스타임은 10시간 30분 정도. 처음에 죽음을 인지하지 못한 선호는 경찰에 신고하다 미친 사람 취급을 받는 듯 우여곡절을 겪다가 결국, 로스타임을 받아들인다.

 

마침 선호의 엄마는 그 날 생일을 맞았다. 하지만 아들은 엄마가 생일인지도, 엄마가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지도, 치통이 심해 그 좋아하는 갈비를 못 드시는 지도 몰랐다. 상황의 오해로 인해 엄마는 아들이 면접 본 회사에서 합격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아들은 이 참에 그동안 미뤄두었던 효도를 하겠다고 결심한다.  

수중에 30만원 밖에 없던 선호는, 엄마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로 200만원짜리 임플란트를 해주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 때부터 10시간 이내로 고액을 벌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크로키 누드모델 알바도 하고, 가지고 있던 물건을 모두 팔기도 했고, 심지어는 결혼식을 맞은 전 여자친구를 찾아가 그녀가 빌렸던 돈 50만원까지 받아냈다.

 

모든 것이 준비되고 로스타임이 한 시간 정도 남았다. 그는 엄마와의 (마지막) 생일상을 맞이한다. 케이크도, 새 옷도 모두 드린 그는 마지막 선물이 남았다며 가방에서 돈을 찾는다. 하지만 돈은 없었다. 집에 오기 직전에 마주쳤던 친구가 유혹에 빠져 슬그머니 돈을 뺐던 것이었다. 그는 돈을 찾기 위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하고, 그 사이 친구는 죄책감에 엄마를 찾아와 돈을 돌려준다. 이 돈은 엄마 임플란트 해주기 위해 준비한 돈이라고, 차마 훔쳤다고 하지는 못하고 떨어트린 걸 주웠다고 전한다. 상황을 파악하게 됐을 때 선호에게 남은 시간은 30분이었다. 돈은 돌아왔지만 시간은 돌아오지 않았다.  

줄곧 아들을 기다렸던 엄마는 이런 말을 건넨다. 임플란트 고맙다고, 하지만 앞으로는 비싼 거 안 해줘도 된다고, 그냥 아들과 밥 한 끼 먹는 게 제일 좋다고 말한다. “엄마는 니랑 같이 보내는 시간이 제일로 행복하다. 그니까 조심해서 온나, 엄마 기다릴게” 선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선호의 내레이션으로 첫 문단의 대사가 나온다.

 

“인생은 간단하다. 언제나 그놈의 밥이 문제다. 사랑하는 사람하고 잘 먹겠다고 잘 살겠다고 발버둥쳤다. 하지만 난 어느 순간 바쁘다는 이유로 엄마와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나는 언젠가 나중에 돈으로 모든 걸 보상하려 했지만, 엄마가 나에게 바랐던 건 오직 하나, 함께 먹는 따뜻한 밥 한 끼뿐이었다.”

 

시간은 17분 정도 남았고, 그는 겨우 밥상에 앉는다. 아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숟가락에 얹어주며 엄마는 기뻐한다. 그제서야 아들은 숨겨둔 마음을 털어놓는다.

“미안하다 엄마, 내 오늘 진짜로 후회 없이 보내고 싶었는데, 진짜 그럴려 했는데, 내 억수로 후회될 것 같다.”

“우리 아들 바보네. 원래 인생이 그렇다. 아무리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도 후회가 남는기다. 그래서 또 다 괘안타. 그런기다. 우리 아들, 이제 보니 울보네. 아 맞다, 근데 아들이 절대로 후회 안 할게 하나 있는데,”

“그게 뭔데?”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밥 먹는 거, 밥 묵자.”  

하지만 시간은 야속했다. 아들은 숟가락을 떴지만 이제껏 그를 지켜보던 심판이 그를 말리기 시작한다.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으니 죽은 장소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그는 결국 밥을 한 술도 뜨지 못하고 엄마에게 생일 초가 없다는 핑계를 둘러대고 죽었던 장소로 돌아간다. 밤하늘을 보며 누워서 그는 마지막 말을 남긴다.

 

“와, 엄마 밥 진짜 맛있었다.”

 

반전 없이 선호가 눈을 감는 것으로 드라마는 마무리 된다. 인생의 후회를 정산할 수 있는 로스타임이었지만, 로스타임이 끝나며 또 다른 후회가 남았다. 엄마 밥 한 번 맛있게 먹지 못한 것. 선호는 그것을 후회했을 것이다. 그의 감정을 상상해보니 이것은 극중 인물만의 감정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다시 한 번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다. 과연 나는 급한 것 때문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소중한 것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우리의 죽음에 로스타임은 없다. 드라마는 일어날 수 없는 죽음의 연장을 통해 ‘현재’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점검하게 했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답을 제공한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어떻게 살아도 후회가 남는 인생이다. 어떤 삶을 살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엄마의 ‘다 괘안타’라는 대사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리고 한 노래가 떠올랐다. 강아솔의 ‘엄마’라는 노래였다.
“남들이 참으라 할 때, 견디라고 말 할 때에, 엄마는 안아주시며 잠시 울라 하셨지, 다 갚지도 못할 빚만 쌓여가는구나. 다 갚지도 못할 빚만 쌓여가는구나.”

 

by 건

 

사진 출처 :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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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수래공수거 2016.02.19 09:51 신고

    저도 우연히 잠깐 보았는데 새로운 형식의 방송이로더군요
    처음엔 뭐가 뭔지 몰랐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