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비무장지대(DMZ)엔 여전히 전운이 감돈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4일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보병 1사단 11연대 관할 DMZ에서 목함지뢰 3개가 폭발했다. 그 결과 수색작전을 펼치던 하모(21) 하사와 김모(23) 하사가 다리를 잃었다. 현장조사 결과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측 DMZ에 목함지뢰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처럼 잇따르는 북한 도발은 이제 더 이상 변수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대한 우리군의 대응 지침이 더욱 중요하다. 지침 내용이 도발 원점 타격이든 똑같은 차원의 보복이든 중요한 건 실행이다. 즉 지침은 행동으로 실천될 때만 비로소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군 당국이 10일 밝힌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의미가 있다. 2004년 남북 합의로 방송시설을 철거했다가 천안함 폭침 이후 다시 재개 방침을 세웠지만 실제로 대북방송을 재개하지는 않았다. 그랬던 군 당국이 이번에는 목함 지뢰가 매설됐던 파주 1사단 지역과 중부 지역에서 확성기 방송을 실시했다. 도발에 대한 대응을 실제로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이번 군의 조치는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북한군의 지뢰도발에 상응하는 조치인가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심리전은 중요하다. 전파를 통해 자유민주체제의 우월성과 북한 정권의 모순이 드러나는 만큼 북한은 이에 대해 경계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과거부터 대북단체들이 줄곧 뿌려댄 ‘삐라’ 이상의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의 청자는 누구인가? 그것은 북한 주민이 아닌 군인들이다. 방송을 접한 북한군이 탈영하거나 방송 내용을 가족이나 친지에게 전파할 수 있는 개연성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그 전파력이 얼마나 세고 오래 지속될지 단정하기 어렵다. 또 그들이 우리가 의도한 대로 대북방송을 곧이곧대로 사실로써 받아들일 것이라 예측하기도 어렵다. 입장을 바꿔 북한에서 공산주의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방송을 튼다면 우리 군인들은 코웃음을 칠 것이다. 북한군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의 분별력이 우리들보다 한참 뒤떨어질 것이라 여겨서는 안 된다.
도발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만큼 북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다. 70주년 광복이라는 국가적 기념일을 앞두고 이달 초에 북이 도발을 감행한 데에는 뭔가 노림수가 있을 공산이 크다. 북이 이후 유화 제스처를 취하면서 동시에 도발을 감행하는 화전양면 전술을 펼칠 수 있는 만큼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북 심리전과는 별개로 군 당국 역시 DMZ 내에서의 북한군의 움직임을 포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우리 측 DMZ까지 넘어와 목함지뢰를 설치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 군의 정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DMZ 인근 수색작전을 북한군 격멸 방식의 공격적인 개념으로 바꾼다는 국방부의 계획이 말 뿐이 아닌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번 사고로 다리를 잃은 김 하사는“북한에 대해 강경대응을 하는 것이 북한의 의도에 넘어가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도발에 대한 대응은 신속하고 확실하게 실행되어야 한다. 이미 그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북한이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서 이끌어내려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