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슈/정치

군복 태극기 부착만큼 중요한 병영문화 개선

오늘 두 가지 군 관련 소식을 접했다. 하나는 국방부가 오는 9월까지 군복에 태극기를 부착할 계획이라는 뉴스였고, 다른 하나는 여군 성추행과 관련된 기사였다. 비록 두 소식이 가리키는 방향은 달랐지만 그 대상은 같았다.

군복에 태극기를 부착한다는 결정은 국방부가 추진한 여러 사업 중 그나마 반길 만하다. 물론 약 60억원의 예산이 낭비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태극기를 부착함으로써 군에 대한 자긍심과 애국심이 조금이나마 더 생길 수 있다면 60억원은 아까운 예산이 아니다. 또 훈련, 전시 상황에서는 흑백 처리된 태극기를 부착하기 때문에 태극기를 부착하면 적의 눈에 띄기 쉽다는 지적은 힘을 잃는다.

 

오히려 관건은 태극기 부착이 애국심 발현으로 직접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의 여부일 것이다. 국군 장병들이  태극기를 달았더니 자연스레 전투력이 상승했다는 건 만화적 상상력에 가깝다. 군복에 부착된 태극기는 어디까지나 상징일 뿐이다. 진정한 애국심과 전투력은 그런 표면적인 것보다는 군 문화에서 나온다.

이제 다시 오늘 접한 두 번째 소식으로 넘어가자. 여군 중사가 성추행을 당했다. 그는 수십 차례 국방헬프콜에 연락을 취했지만 3개월 가까이 방치된 후에야 성추행 신고가 최초로 인정됐다. 그리고 근 1년이 지난 뒤 성추행 혐의를 받은 상사는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사실 내가 여기서 문제 삼고 싶은 부분은 ‘혐의 없음’이라는 군 검찰의 판단이 아니다. 그 문제의 진위는 당사자와 군 검찰만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폐쇄적인 병영문화가 한심할 뿐이다. 수십 번 신고로도 수사인지조차 하지 않는 군 신고 시스템이 황당하다. 심지어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국방 헬프콜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방 헬프콜 센터를 개소하기도 했다. 국방 헬프콜은 그동안 제각각 운영된 국군 생명의 전화, 성범죄 신고 전화, 군 범죄 신고 전화를 통합한 병영 센터 전화다. 개소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말썽을 일으킨 것이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병영 신고 시스템은 허울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지난해 윤 일병 사건을 비롯한 병영 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아 병영문화를 개선해야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국회에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 혁신 특별위원회’가 설치됐고 이런저런 권고들이 나왔지만 국방부는 몇 가지 안만 수용했다. 윤 일병이 가혹하게 구타당해 숨진 지 벌써 1년이 지났지만 병영문화는 요지부동이다.

 

태극기를 군복에 부착하는 건 환영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마침 오늘 불시에 군부대를 방문해 조사할 권한을 갖는 군 인권보호관을 두는 내용의 인권위법 개정안이 발의된다. 군 인권 문제는 더 이상 군 내부의 개혁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는 수많은 군내 부조리로 이미 입증됐다. 이번 기회에 허울뿐인 군 신고 시스템도 뜯어 고쳐야 한다. 투철한 애국심과 강한 전투력은 태극기가 아니라 좋은 병영문화에서 온다.

 

- by 락

 

*사진 출처: 세계일보, 국방 헬프콜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