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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미디어

세월호 블랙홀? 핑계 좀 대지 말자

오늘(25일) 세월호 선체가 가라앉은 진도 앞바다에서 탐사작업이 시작됐다. 앞으로 있을 인양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 한다. 작업을 지켜보는 유가족들의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기사를 바라보는 내 마음도 착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런데 해당 기사 주요 댓글들을 보고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꼈다. 그들은 유가족들을 감성팔이를 일삼는 무리로 지칭하고 있었고 세금이 아깝다며 성금으로 인양 작업을 하자고 했다. 살면서 저리 이기적인 유족들도 처음 본다고도 했다.

 


이해한다. 수색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던 사람들도 있었고 세월호 문제 자체가 정치적인 이슈로 부각된 점도 분명 없는 사실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모욕의 언어를 내뱉어야만 할까. 자식을 잃고 부모를 잃고 시신조차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진도 앞바다의 유가족이다.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비아냥과 조롱할 자유가 표현의 자유인가.


세월호의 정치화와 세월호 사건은 별개의 문제다. 애당초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데에는 무책임한 선장과 일부 선원, 방만 경영을 일삼는 기업, 그리고 이들을 사실상 묵인한 국가와 구조활동을 제대로 벌이지 못하고 우왕좌왕 수습했던 당국의 무능에 있다. 상식적으로 국민이 사고를 당했고 구조를 제때 하지 못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으면 국가가 뒷수습을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세월호? 그건 운이 없었던 사고일 뿐이야, 라고 치부할 수는 없는 문제다. 어물쩍 넘어가는 선례를 남기면 그 후에 다른 사고들이 났을 때도 국가로서는 방기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신뢰는 상호적인 것이다. 아무리 국민이 국가를 믿고 의지하더라도 사안에 따라 국가가 태도를 달리한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믿음의 관계라 할 수 없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는 우리가 국가의 구성원이 아니라 국가의 주인임을 의미한다. 국민은 의무를 다하는데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그저 희생만을 강요한다면 이는 우리가 그토록 혐오하는 북한의 사회주의(라고도 부르기 힘들 정도의 독재 정치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처음 세월호 사태가 터졌을 때 누구보다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했던 이들 중 일부는 세월호의 정치화 현상에 질린 나머지 세월호 사건 그 자체에 대해서도 언제까지 이 문제에 묶여있을 수 없다며 ‘세월호 블랙홀’에서 빠져나오자고 주장한다. 글쎄. 세월호 문제와 우리나라 경제침체를 연관 지으려는 노력은 가상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침체 문제는 세월호 이전에도 꾸준히 제기되었다는 점을 들어 반문하고 싶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들. 좋은 핑계거리가 없나 하던 차에 세월호에 블랙홀을 교묘하게 엮어 그럴듯한 논리를 만든 건 아닌지.

 


블랙홀은 모든 걸 빨아들인다. 그런 점에서 종북 블랙홀이라는 단어가 더 유기적인 결합 관계로 보이지 않는가. 세월호 블랙홀은 감정의 영역이다. 마땅히 슬퍼할 만한 문제고 그래서 눈물을 흘리는데 그래 결국 모든 게 다 세월호 탓이라고 주장하는 건 선후관계가 맞지 않지 않는다. 말이야 똑바로 하자.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데 유가족이 무슨 책임이라도 지었나. 차라리 어떤 현안에 대해 반박의 논리를 펴면 “너 종북이지?”로 귀결시켜버리는 종북 딱지 현상에 블랙홀이라는 단어가 더 잘 들어맞는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도 벌써 9개월이 지났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세월호는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한다. 수장된 아이들과 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해야 한다.

 

*사진 출처: 시사IN, 경향신문, 다음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