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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미디어

샤를리 엡도 테러,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

지난 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방탄조끼를 입은 괴한 3명이 풍자 주간지(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 침입해 테러를 일으켰다. 그 결과 12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했다. 프랑스 정부에 따르면 이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알려졌다. 이들이 테러를 일으킨 동기는 이슬람에 대한 모독이다. 이번 테러는 2012년 9월 무함마드가 나체로 성적 포즈를 취하는 듯한 만평을 실은 게 도화선이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주류 언론들은 표현의 자유를 지키다 죽은 이들을 기리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슬람과 프랑스의 언론자유 간의 투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샤를리 에브도의 편집장 스테판 샤르보니에는 이슬람뿐 아니라 유대교, 가톨릭, 유명 정치인을 가리지 않고 만평으로 조롱했다. 그는 테러 당일에도 “무릎 꿇고 사느니 서서 죽겠다”며 테러 당일까지도 만평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대목은 2가지다. 첫째는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고, 둘째는 프랑스 테러와 유사한 상황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즉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는 잘 지켜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물론 이 글 역시 ‘표현의 자유’에 힘입어 쓰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제한 없이 허용해도 괜찮을까? 글쎄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종교처럼 문화적 맥락이 얽혀 있을 경우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전에 프랑스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가 “개를 잡아먹는 한국인은 야만인”이라고 했을 때 우리 사회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분노했다.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멍청한 여배우라는 꼬리표가 자연스레 형성됐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시절 우리가 프랑스 배우에 대해 가졌던 반감과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만평을 본 무슬림들의 반발심은 동일한 심리적 매커니즘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본다.

 

 

문화적 요소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신중하고 민감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과 별개로 맹목적인 조롱의 근거로 표현의 자유를 드는 경우도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일간베스트가 아무런 합리적 이유도 없이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 사례 역시 표현의 자유를 한없이 보장할 수는 없다는 논지를 강화시켜 준다. 맹목적인 욕설과 조롱이 판치는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만을 강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극적, 공격적 표현에 대한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것은 문명사회의 불문율이다.

 

이제 두 번째 고민으로 넘어가보려 한다.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서 일어난 테러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충격 그 자체였다. 나는 이 소식을 인터넷으로 처음 접했는데 기사에 대한 충격도 놀라웠지만 베스트 댓글을 보고 사실 더 놀랐다. ‘표현의 자유 운운하는 프랑스도 테러가 일어나는데. 우리나라는 이 정도면 괜찮은 사회다’라는 뉘앙스였다(정확한 문구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이 댓글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얼마 전 ‘종북 콘서트’에서 일어난 도시락 폭탄 테러를 까맣게 잊었는가. 아니면 모른 척하는 것인가. 분명히 말해두자면 내가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부분은 표현의 자유가 아닌 폭력 그 자체와 그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다. ‘종북 콘서트’에서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이 있었다면 국가의 법과 제도에 의해 문제시되는 것이 상식이다(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 8일 신은미 씨는 검찰에 의해 강제출국 조치를 받았다). 그런데 일베를 하는 고등학생이 누가 봐도 명백한 ‘테러’를 저질렀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난 지 어언 한 달,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종북 콘서트만 부각되고 폭탄 테러는 뉴스에서 다뤄지지 않는다. 정말 ‘이 정도면 괜찮은 사회’인가? 일베에서는 사제폭탄테러를 의거로 부르고, 범죄자를 의인으로 격상시킨다.

 

 

진정한 표현의 자유의 전제조건은 평등과 균형이다. 좌파가 이런 주장을 했다고 처벌하고 우파가 저런 주장을 했지만 표현의 자유에 의해 존립될 수 있다고 허용한다면 그것은 만들어진 표현의 자유일 뿐이다. 샤르보니에는 해당 만평을 그린 2012년 무슬림의 반발이 거세져 프랑스 정부가 무슬림들의 시위를 봉쇄할 계획을 세우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사람들이 자신들을 표현하는 것을 왜 금지해야 하냐? 우리는 우리 자신을 표현할 권리가 있고, 그들도 그들 자신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 나는 샤르보니에를 전혀 모르지만 이 말에는 100% 공감한다. 혹시 당신은 비뚤어진 갑을관계에는 분노하면서 외국인노동자 문제만 나오면 소수자를 향해 차별과 공격의 언어를 내뱉지는 않는가. 프랑스 테러에 우리나라도 벌써부터 외국인노동자들을 추방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무서운 사회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민중의 소리, 구글 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