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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今酒일기

[今酒일기] 당신2(12.10)






당신의 것으로 남은 길이 하나 있다.

 

 

그 길을 나는 매일 걷는다.

 

 

아무래도 이건 좀 불공평하다.

 

 


 

예정대로 부모와 광장에 갔다.

 

 

추천받은 '누룩나무'에서 낮술을 하려 했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대신 옆골목에 있는 '포도나무집'에 갔다. 대문 앞에 달려 있는 빈 막걸리통 다발 때문이었다.

 

7000원짜리 '송병섭막걸리'를 한 통 마셨다. 단맛이 1도 없었다.

 

"비싼데 그래도 가격값은 하네.“

 

내가 아는 한 이 세상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짠돌이가 말했다. 그의 아내이자 그 못지 않은 짠순이는 그러나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안주는 굴전 하나와 고등어묵은지찜 2인분. 밥 두 공기가 나왔다. 부모에게 각각 한 공기씩 건넸다. 나는 그들로부터 한 숟갈씩 덜어먹었다.

 

 

8시에 본행사가 끝났다. 두 번째 행진이 시작할 즈음 나는 건을 만나기 위해 미국대사관쪽 옆길로 빠졌다. 소변이 마려워 교보문고로 내려갔다. 문득 황정은의 신간이 떠올랐다. 세 번 정도 뒷표지에 적힌 가격을 살핀 뒤 구매했다


"나는 오제에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오제는 고추를 담을 자루가 필요하겠지만 그건 자신이 준비하겠다고 대답했다. 몸만 와, 라는 대답을 듣고 나는 몸만 갔다."('上行' 중)


무기력하니 아름다운 문장들.


 

종각역 4번출구 옆에서 건을 만났다. 나름 별밤 멤버들의 아지트가 된 맥주집으로.

 

'필스너 우르켈' 라지(행사기간이라 스몰 가격에 라지사이즈로 먹을 수 있었다. 탄핵가결과는 무관한듯.)'코젤 라거' 스몰 한 잔씩을 마셨다. 안주는 깐풍새우치킨. 주인의 추천으로 고른 건데 개인적으로는 치킨매니아의 새우치킨이 더 맛있었다. 가격대는 비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