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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今酒일기

[今酒일기] 당신(12.9)




당신의 결핍은 곧 저의 부족함입니다.


 

오늘 저는 당신의 완전함을 설파하는 데 온힘을 다합니다.


 

그러나 온전한 당신은 그 어디에도 없고, 오늘따라 부족한 당신이 그립습니다.

 



일주일 전에 잡은 약속이 파토났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개같은" 금융회사는 직원을 '개같이' 굴렸다.


 

굳이 술을 마시고싶었던 건 아니지만 온 우주가 내게 술을 권하는 느낌을 받아 행시준비하느라 학교붙박이 행세를 하고 있는 친구 M에게 연락을 했다.

점심에 '올반'에 갔다는 친구는 "언제 보냐"고 물었고 "최대한 빨리"라는 내 답변에 "오케이"라고 답했다.


 

730. 둘이서 '대가곱창'에 갔다. 야채곱창 2인분과 뭐시기 막창 1인분을 시켰다. '참이슬 후레시' 2병을 마셨다. 남은 술보다 얘기가 길어지는 중에 사장님이 작은 고구마 4개를 건넸다. 사장님은 혼자 밥을 드셨다.


14천원씩 계산을 하며 "사람이 별로 없네요" 물었다. 사장님은 "어제는 많았다"고 답했다. "사람 많은 날 다음은 꼭 사람이 없더라고요"라는 말도 덧붙였다.

 


"아이스크림 먹자"M은 돼지바 2개를 산 뒤 그 중 하나를 내게 건넸다. 날이 추워 외투 주머니에 넣었다. 

 

탄핵안 표결 때문에 공부를 하나도 못했다며 고시반으로 돌아가는 M의 뒷모습을 보는 중에 '전문시위꾼'이자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광화문에서 돌아오는 길이라고. 엊그제 갔던 성균관대 정문 앞 중국음식점에서 보기로 했다. 여전히 그 집의 이름은 모른다.


 

어향육수와 무슨 새우요리와 함께 '이과두주' 2병을 마셨다.


주머니에 있던 '돼지바'를 꺼냈다.


"너무 딱딱하다."


아이스크림은 순식간에 없어졌다.


 

아버지는 내게 여의도, 아니면 광화문쯤에서 받았을 '문화일보'의 호외보를 건넸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면과 뒷모습 중간쯤의 모습이 1면의 절반을 차지했다.

문득 국정원에 부모를 신고하면 '절대시계'를 받을 수 있을까 상상했다.


 

내일은 인사동 한 술집에서 부모와 낮술을 마실 예정이다.




by 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