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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푸디세이아

[푸디세이아]7. 만두, 만두, 만두

미친 듯이 바빴던 한 주가 끝났다. 근데, 앞으로 더 바빠진다는 것이 함정. 삶을 시험에 들게 하는 시험들로 삶이 가득하니,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 그래도 만두로 가득했던 한 주 이야기를 짧게나마.


 

1. 16. 11. 28. 저녁 7시. 경향신문사 앞.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도통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덜컥 들은 철학 수업 덕분에 앎과 지식으로 마음은 풍성해졌지만 몸은 피폐해졌다. 생각해보면 이 날은 수업까지 다 듣고 나서 학교까지 다시 소환됐으니, 더더욱. 다만 아무리 지치고 힘들 때도 틈이 나면 밥은 꼭 챙겨먹으므로 근처 굉장히 낡고 허름해보이는 분식집을 찾아 들어갔다. 왠지 “쏘울”이 넘칠 것이란 기대와 함께.

 

현금만 받지만, 밥값이 채 오천원이 넘지 않는 식당에서, 괜시리 아무 것도 없지만 신경 써서 나온 나는 그렇게 와이셔츠를 입은 채 4000원짜리 분식집 만둣국에 1000원짜리 공기밥을 시켜 말아 먹는다. 분식집의 이름에 걸맞게 만둣국은 분식집스러웠지만 - 굉장히 익숙한 맛이 나는 만두가 듬뿍 든, 계란을 푼 그것 - 40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해보면 풍족한 양이다. 마음이 급해 입천장이 홀랑 다 까질 정도로 허겁지겁이지만, 덕분에 배는 든든하다. 틈틈이 둘러 본 식당 안 사람들은 생각보다 이곳이 익숙한 듯, 김치찌개를 시켜 계란후라이와 함께 나온 밥과 함께 비벼 먹는다.

 

왠지 모르게 북적거려 항상 관심이 갔던 가게는, 특별함은 없었지만 특별했다.

 

2. 16. 11. 29. 낮 12시. 수원 장안문.

 

 

덜컥 떡만둣국을 시켜 놓고 또 만둣국이란 생각이 뒤늦게 들었지만, 딱히 쫄면을 먹고 싶진 않았으므로 대안이 없다. 스테인레스 스틸 - 소위 냉면그릇 - 에 담겨 나온 고기만두는 그래도 풍성하다. 직원들은 틱틱 대고, 반찬은 쏄-프지만 수원 사람이라면 왠만해선 다 알 만두가게의 본점의 만둣국은 나쁘지 않다. 예전보다 사람은 좀 줄은 듯하지만, 원래 맛있는 집인데다, 야구장까지 뻗쳐나가는 판국이니, 뭐 그러려니. 다음엔 원래 먹던 대로 중간 정도의 매운 쫄면에 군만두를 시켜야지.


근데 수원에 올 일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3. 16. 11. 30. 저녁 6시. 혜화.

 

 

혜화하면 다들 혜화칼국수를 생각하고, 실제로도 유명하지만 내 입맛에 맞는 곳은 아니어서 부러 사골칼국수가 먹고 싶을 때면 평소 가던 가게를 찾는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골 냄새가 가게에 잔뜩 배어 특유의 쿰쿰하고 시큼한 듯한 냄새가 난다. 칼만두국을 시키자 이모님이 냉장고에 들어있던 김치와 석박지를 내준다. 곧 나온 칼만두는 면은 삐뚤삐둘한데 만두는 다소 다소곳해 묘한 대비를 이룬다. 몇 젓가락엔 후추조차 넣지 않지만, 오늘은 왠지 삐딱한 마음이 들어 있는 양념장을 다 쏟아 붓고는, 그 짠 국물에 김치랑 석박지까지 두 세 번은 퍼다 먹는다. 속이 쓰릴 만큼 짜게.  

 

그렇게 지친 하루를 채우고, 집에 간다.

 

사족. 난 딱히 만두를 좋아하지 않는다. 

 

By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