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

투명인간, 이러다 프로그램도 안 보일라

연예인들이 직장에 찾아가 투명인간이 된다? 기획은 참신했다. 직장인 신드롬이 부는 요즘, 회사를 배경으로 한 것도 역시 적절한 선택으로 보였다. 또한, 예능에 익숙한 얼굴들과 신선한 얼굴들을 고루 섞은 멤버들의 구성 또한 시청자들에게 별 위화감 없이 다가갈 것으로 보였다. 더군다나 특급 게스트 하지원까지. 그러나 차려진 것들은 많았는데, 먹을 것은 별로 없었다.

강호동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나는 아직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강호동이 이끄는 프로그램이 시청률이 낮거나 신통치 않을 때 줄곧 강호동의 역량에 대한 얘기가 쏟아진다. 아마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강호동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멍석조차 마련해주지 않은 제작진에게 더 큰 아쉬움이 든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제작진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더 많다.

 

프로그램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직장인과 연예인들과의 대결, 100초 안에 연예인은 직장인을 상대로 어떤 반응을 이끌어야 한다. 그것이 웃음이든, 호응이든, 관심이든 상관없다. 직장인은 연예인의 온갖 행위에 100초 동안 반응하지 않으면 승리한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대결 상황에서 웃음은 일회성으로 그쳤다. 적막한 공기, 어색한 공간에서 침묵을 깨기 위해 용쓰는 출연진의 모습은 딱 한 번으로 족했다. 계속 이어지다 보니 지루함과 민망함이 교차하며 쓴웃음을 짓게 됐다. 나와 달리 모니터를 통해 대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박장대소하는 출연진들을 공감하기 힘들었다. 과장된 리액션은 오히려 웃음을 강요하는 제스처로 느껴졌다.


 

웃음에도 면역력이 생기는 건? 지루한 대결 구도

 

화요일 강호동은 예체능 팀을 이끌고 스포츠를 통해 일반인들과 대결을 펼친다. 그나마 스포츠는 예측 불허의 것이기 때문에 볼거리가 풍성한 편이다. 그러나 투명인간의 대결은 반응을 유도하는 아주 단순한 게임이기에 예측 범위에서 모든 일이 벌어진다. 웃기거나, 미인책을 쓰거나.

 

웃음에도 면역력이 생긴다. 그것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웃음이라면 면역력은 더욱 더 금방 생길 것이다. 직장인의 반응을 유도하는 연예인들의 몸부림을 보면서 벌써 어쩔 줄 모르겠다. 단순히 반응을 유도하는 대결에서 의외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대결 방식이 주요 포맷이기 때문에 그것을 전복하긴 제작진 입장에서 쉽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책은 필요해 보인다.

 

회사는 배경일 뿐인가

 

굳이 투명인간의 출연진들이 회사를 찾아가지 않아도 돼 보였다. 회사가 아니어도 일반인들과 그와 같은 대결은 어디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회사의 존재감은 미비했다. 기억에 남는 건 회사의 모습과 이름 앞에 붙은 직함 뿐, 회사 내부로 들어간 프로그램은 회사에 겉모습만 구경했다.

 

회사 안에서 제대로 융화되지 못한 채 투명인간 멤버들은 불청객처럼 보였다. 회사가 놀이터가 되는 컨셉은 도리어 다른 옆 직원들에게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닌 지 걱정될 정도였다. 휴가를 주는 것으로 이 정도의 소란은 응당 감수해야하는 것으로 여기게 하는 프로그램의 모습이 아쉬웠다.


 

사라진 출연진들의 매력

 

출연진 전원이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었다. 그러나 톡톡 튀는 옷과 달리. 출연진들의 개성은 온데간데없었다. 인위적인 상황 속에서 출연진들은 줄곧 경직되고 본인들의 매력을 발산하지 못했다. 스튜디오 녹화만큼이나 딱딱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특히 돌발 상황을 연출하는 강남과 예능 출연이 거의 없는 모델 박성진에게 자연스러운 분위기는 더욱 더 필요해 보였다.

 

정규 프로그램도 되지 않은 파일럿 예능을 두고 아쉬운 소리만 해댔다. 아쉬움의 크기가 컸다는 건 그만큼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첫 방송을 보고 바로 그 기대를 접겠다는 것은 아니다. 직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위해서 투명인간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고, 재기를 위해 몇 번 남지 않은 기회를 활용해야 하는 강호동의 입장에서도 투명인간은 중요하다. 첫 방송을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 설왕설래가 오고 가는 시점, 제작진의 탄탄한 기획력을 요구하는 바다.

 

사진 출처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