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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 두 번째 출연, 감독 하정우의 출사표

category 예능 2015. 1. 6. 07:00

나는 배우 하정우를 좋아한다. 어떤 역할이든 본인의 것으로 소화하고, 화면 어디에 있어도 대단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의 연기를 좋아한다. 자고로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하지 않나? 나에게 영화가 배우의 예술일 수도 있겠다고 의심을 들게 하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하정우가 힐링캠프에 '또' 나왔다. 2년 6개월 전 그는 힐링캠프에 출연해 배우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진솔하게 밝혔다. 진지한 눈빛으로 연기에 대해 얘기하고 재치 있는 언변으로 MC들을 쥐락펴락하는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시청자가 더러 있을 것이다. 배우로서 출발한 막 신인 때부터 <범죄와의 전쟁>을 거쳐 명실상부 대표배우로 거듭나기까지의 행보가 주된 내용이었다.

두 번째 출연이다. 그런데 저번 출연 때와는 직함이 엄연히 다르다. 그의 꼬리표에는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도 적혀 있었다. <롤러코스터>를 거쳐서 이번에는 NEW가 배급하고 소설가 위화의 <허삼관매혈기>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허삼관>의 메가폰을 잡은 것이다. <허삼관>의 개봉 열흘을 앞둔 시점, 그는 <허삼관>의 허삼관 역을 맡은 배우이면서 동시에 연출을 책임졌다. 언뜻 한 사람이 떠오른다. 아역 연기자로 출발해 <굿 윌 헌팅>, <할리우드 랜드> 최근 <나를 찾아줘>까지 출중한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이자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쥔 <아르고>의 감독 벤 애플렉.

과연 하정우는 감독으로서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 이전에 시도의 의의가 충분하다고 보지만 어쨌든 그는 승부를 건듯하다. 그의 감독으로서의 역량은 열흘 뒤 개봉하는 작품이 말해줄 것이다. 다만 힐링캠프를 보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장난삼아는 아닌 것 같다. 장난삼아라 하기엔 제작비 70억이 커 보인다. 또한 액수에 상관 없이, 안경 너머로 보이는 하정우의 눈빛에서 감독으로서의 욕심과 진정성을 읽을 수 있었다.

감독으로의 시도는 오랜 꿈은 아니었다고 한다. 다만 배우로서 지칠 새 없이 달려온 그에게 매너리즘이 찾아왔고, 영화에 대한 애착과 존경심이 사라진 그에게 변화가 필요했다고 한다. 영화를 만드는 것이 그가 영화를 사랑했던 지난날의 순정을 되찾는 길이라고 판단했고, 그는 감독이 되는 것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이 되는 것을 결코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목표가 단순했기 때문이다. 본인의 영화를 대하는 자세를 되짚어 보기 위해서가 전부였다. 아마 평단과 대중들의 인정을 받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면 그의 감독으로의 선택은 보지 못했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시도는 지난날 영화 현장에서 두근거렸던 설렘을 다시 느낄 수 있게 해주었고 잃어버린 초심을 찾아주었다.

사실 <허삼관> 이전에 감독 하정우의 첫 작품 <롤러코스터>는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손익분기점을 넘었다고 하지만 그의 연출력의 엄지를 치켜 세우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았다. 자신이 의도한 연출과 관객들의 반응 사이에 괴리를 분석하며 다음 작품을 연출할 때 참고했고, 영화 전반적인 진행 과정과 작업을 책임짐으로써 자신이 품었던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감독 경험을 통해 오히려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한다. 감독의 디렉션을 받았던 배우에서 직접 배우에게 디렉션을 주는 감독이 되면서 예컨대 "자연스럽게 하세요", "편하게 하세요" 식의 추상적인 지시들을 퍼즐이 맞춰지듯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역할 교환을 통한 역지사지가 그가 겪고 있었던 매너리즘을 해소시켜 주었고, 의도치 않았지만 배우적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고 한다.

감독으로서도 결코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사전 작업을 철저히 함으로써 본 작업에서 겪을 시행착오를 최소화했다. 1차 콘티를 토대로 40% 분량 시험 촬영을 하고, 1차 콘티의 문제점과 장점을 동시에 확인하며 자신감을 얻고 2차 콘티 작업을 해나갔다고 밝혔다. 부지런함과 노력으로 감독으로서의 부족한 역량을 채워나가며 준비하는 모습에서 작품의 만듦새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힐링캠프와 힐링캠프 사이 2년 6개월이란 시간 동안 하정우는 부지런했다. 부지런함은 두 번의 출연을 전혀 지루하게 만들지 않았다. 감독으로 보낸 시간 속에서 하정우는 할 이야기가 많았고, 시청자들도 들을 얘기가 많았다.

나는 감독 하정우를 좋아하게 될까? 작품을 보고 나서 비로소 구체적인 이유를 얻을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좋다.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서 나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가 감독으로서 내민 출사표의 어김없이 응원을 보태게 되었다.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감독을 선택했다는 것이 되려 모든 스텝들, 배우들, 제작비를 등에 짊어진 수장 하정우의 어깨에 실린 부담을 가볍게 해주고 있었다. 부담을 덜었을 때 역량은 최대로 발휘되는 법, 감독 하정우의 수() 공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사진출처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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