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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드 입문자의 넷플릭스 탐방기, 일단 이 세계에 들어오면 추가 장벽이 없다!

나는 미국 드라마(이하 미드)를 본 적이 없다. 한 때 웬만한 사람들 다보는 <프리즌 브레이크> 시리즈를 시도해본 적 말고는 없다. 영화같이 진행되는 것이 재밌었지만 한국 드라마와 호흡이 다르다는 점이 나를 드라마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시즌1과 2의 수준을 넘어 3, 4는 거뜬히 만들어내는 그들의 끈기를 따라가기 힘들었다. 짧고 굵게 끝나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를 관통하는 한국 드라마가 좋았다. 그만큼 나는 친한(韓) 드라마파였다.

 

작년부터 넷플릭스라는 단어가 한국에서 떠돌아다녔다. OTT(Over the top) 서비스의 공룡인 그들이 한국에 진출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사업자들과 제휴를 맺는다하더니 여러 설이 난무하다 결국 그들이 ‘직접’ 한국에 진출했다.

 

1월 7일, CES 2016의 개막 시즌과 맞물려 넷플릭스의 한국 서비스도 시작됐다. 이들은 곧 진출할 것이라는 선언대로 차근히 준비하다 꽤 깔끔한(?) 서비스를 오픈했다. 때마침 나도 새로운 드라마 세계를 갈망하고 있었다. 게다가 한 달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넷플릭스의 나름 통큰 제안 덕에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어떤 영상을 서비스하는지를 가입하기 전에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 넷플릭스의 새침떼기 정신 덕에 뭘 보여주는지 궁금해서라도 무료 가입을 했다.  

구조는 깔끔했다. 마치 한글 프로그램으로 친 것만 같은 한글 제목들과, 영화관에 접속한 듯 눈이 편안한 배경이 있었다. 내용물을 살짝 뜯어보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와 그렇지 않은 드라마, 그리고 초기 단계답게 최신도 아니고 고전도 아닌 애매한 시즌의 영화들도 자리 잡고 있었다. TV 프로그램, 코미디, 오스카 수상작(!)도 있는 건 신선했다. <탑건>이라던가 <미드나잇인파리>, <포레스트검프>와 같은 좋은 작품들을 추가 결제 없이 클릭하나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넷플릭스에 도전하게 된 배경은 상식으로 외울 만큼 화제가 됐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하우스오브카드>를 편하게 볼 수 있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검색해도 찾을 수 없었고, 넷플릭스가 글로벌 콘텐츠 관련 계약을 해결하지 못해서 서비스하지 못했다고 말한 기사만 확인했다. 그래서 내가 차선으로 선택한 작품은 <마블 데어데블>이었다. 나오기만 하면 한국을 휩쓰는 마블 시리즈의 드라마 버전이 흥미로웠다. 어쩌면 P2P서비스를 이용했어야만 볼 수 있었을 드라마를 클릭 한 번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넷플릭스의 강점이었다.  

넷플릭스의 최대 강점은, 드라마와 영화 콘텐츠를 아울러서 원하는 것 무엇이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푹(POOQ), 티빙(Tving)과 같은 서비스는 영화를 유료로 제공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의 서비스였다. 월 10달러의 요금제로 초고화질은 아니지만 괜찮은 화질로, 동시접속도 합법적으로 두 대 가능하게 모든 콘텐츠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아직 TV까지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스마트폰과 PC 사용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미 충분한 어필을 했다고 본다. <가십걸>, <프렌즈>, <CSI>처럼 마니아층이 형성된 역사가 있는 콘텐츠와 <하우스오브카드>처럼 화제가 된 콘텐츠에 국내 콘텐츠 수를 늘려간다면 넷플릭스의 확장은 시간문제다.

 

아마 내가 해외 드라마에 조금 더 재미를 붙인다면, 나는 계속 넷플릭스를 볼 것 같다. 무엇보다 꽤 괜찮은 영화들도 별도 구매 없이 바로 볼 수 있다는 점이 내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명작은 몇 번을 봐도 명작이지 않은가. 한 달에 12000원 투자해 영상을 10편 이상만 즐겨도 성공이다. 간결한 넷플릭스의 인터페이스에 일단 호감을 느꼈고, 이 호감은 분명 나만의 것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 달, 유료 전환을 앞두고 이용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기대가 된다. 자, 그럼 나도 보던 ‘미드’를 마저 보러 가야겠다.

 

P.S 영상 중 화면 캡쳐는 넷플릭스 자체에서 막아놓았다. 좀 더 생동감 있는 장면을 전달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저작권을 존중하는 이들의 센스가 놀랍다.

 

- by 건

 

사진 출처 : 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