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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지극히 주관적인 2015년의 한국 드라마 이야기

연말연시는 항상 시상식과 위성연결로 보는 보신각 타종 행사와 함께 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방식의 새해맞이일 것이다. 날씨도 춥고, 쉬는 날에는 그저 쉬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방식이다. 그리고 하나 더, 2016년으로 바뀌자마자 우리는 주요 지상파 방송사의 연기대상 발표를 듣는다. 새해를 내줄 만큼 연기대상은 방송사 시상식의 꽃이다.

이번 해의 드라마는 어땠을까. 연기대상 후보들 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꽤 즐겁다. 누가 받을까 예상을 해보고, 내가 좋아하는 연기자가 내심 상을 탔으면 한다. 그런 즐거운 상상은 독자들에게 맡기고, 오늘은 ‘2015 별밤 드라마 회고식’을 해볼까한다.

1. 새해에 일어난 반전, 시청자를 7색 매력에 빠지게 만든 <킬미힐미>
<킬미힐미>는 확실히 강력했다. 필자는 <킬미힐미>의 초반 1,2회만을 보고는 혹평을 했었다. 무리한 다중인격 설정, 만화 같은 전개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튼튼하게 받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주연배우들이었다. 지성은 7가지의 인격을 무난히, 아니 화려하게 소화해내며 자신이 연기대상을 받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 그의 옆을 탄탄히 받친 황정음은 자신만의 캐릭터 세계를 구축했다. 또 황정음과 좋은 남매 케미를 보여준 지성준(!), 아니 박서준은 올해 <그녀를 예뻤다>를 통해 완전한 주연으로 도약했다. 이들의 연기를 보며 드라마를 본 나의 첫인상이 분명히 틀렸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새해에 방영된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시청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을 보면 <킬미힐미>의 힘은 굉장했다.

2. 시대를 풍자한 <초인시대>와 <앵그리맘>, 그리고 <어셈블리> 
필자가 나름 애정을 갖고 보던 드라마였다. tvN에서 유병재를 원톱으로 내세우며 밀어준 드라마가 <초인시대>였다. 청춘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시대를 풍자하기 위해 유병재를 작가이자 주연 배우 역할을 맡겼다. 유병재의 번뜩이는 재치와 풍자정신이 초반에는 빛을 발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드라마도, 꽁트도 아닌 그저 그런 방송이 되어버렸다. 아쉽다.
MBC의 <앵그리맘>은 ‘미인’으로만 불리던 김희선이 본격적으로 엄마의 역할을 맡은 작품이다. 여전히 그녀의 미모를 이용해야만 했던 설정이 아쉽다. 하지만 그녀만이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 고등학생과 견주어도 젊음에서 밀리지 않는 어머니가 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설정보다 <앵그리맘>을 더 주목했던 건, 제작진이 표현하려 했던 시대정신이었다. 드라마의 흐름에서부터 작은 소품 하나까지 제작진은 정확하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필자는 14회에서 이들의 의지를 확실히 발견할 수 있었다.
KBS2에서 방영된 <어셈블리>는 KBS1 <정도전>을 집필한 정현민 작가가 극본을 맡아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실제로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었던 그가 쓰는 국회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돈키호테를 연상시키는 주인공의 행보와 너무 현실적이어서 현실적이지 않았던 드라마 속 설정들이 외면을 받았다. 그는 <정도전> 때처럼 성실하게 갈등 구조를 쌓아나갔지만, 역사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가 주목받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아쉬운 작품이다.

3. KBS의 실험, 절반의 성공 <프로듀사>
연출, 극본, 주연 배우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 만든 드라마다. 또 KBS가 금요일 밤 시간대를 되찾아오기 위해 새로운 시간에 편성하기도 한, 예능형 드라마다. <프로듀사>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평에서부터 PD의 삶을 낱낱이 드러내 재밌었다는 평까지. 하지만 다양한 평이 오갔다는 건 그만큼 화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프로듀사>도 주연 배우의 역할이 컸다. 아니, 김수현의 힘이 어마어마했다. 작년엔 너무 멋진 외계인이 되어 나타나더니 이제는 현실에 있을 것만 같으나 절대 없는 막내 PD 역할을 무난히 소화했다. 그를 비롯한 배우들의 한류 덕에 KBS는 투자한 만큼 효과를 얻었을 것이다.

4. 애증의 장르, 멜로 <너를 사랑한 시간>, <그녀는 예뻤다>, <애인있어요>
세 작품을 대표적으로 언급하며 멜로 장르를 간단히 이야기하려했지만, 한국 드라마의 멜로는 방대하다. 아침부터 잠드는 시간까지 드라마에서 사랑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신기한 것은 성공하는 멜로와 실패하는 멜로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킬미힐미>와 <하이드 지킬, 나>가 맞붙었을 때 시청자는 <킬미힐미>의 손을 들었다. 둘 다 다중인격을 다룬 멜로물이었다. <그녀는 예뻤다>도 좋은 배우들이 있었지만, 이전의 드라마들과 아주 다른 설정은 없었다. 예쁘지 않은 여자의 변신, 순애보인 남자, 이들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어디서 한 번이 아닌 어디서 여러 번 들어본 설정이지 않은가. 하지만 시청자는 ‘성준’이와 ‘혜진’이의 이름이 들려오기만을 기다렸다. 심지어 야구 때문에 드라마가 결방되어 분노를 터뜨릴 만큼 말이다.
결방으로 인한 분노는 <애인있어요>로도 이어졌다. 지진희와 김현주, 동시간대 드라마의 주연보다 경험이 많은 이들의 활약은 놀라웠다. 지금도 이어지는 중이다. 시청률은 낮았지만 이들이 불러오는 화제는 어마어마했다. 이전에 방영되던 <너를 사랑한 시간>의 이진욱과 하지원이 민망할 정도다. 어떤 이는 지진희의 아련한 눈빛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애인있어요>의 내용도 여타 멜로드라마와 다르지 않다. 결국 멜로는 배우들의 힘이 중요했던 걸까.

5. 3연타석 홈런. 한국형 시리즈물의 대표 <응답하라 1988>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방영 전 시청률을 기대하지 않는다던 신원호 PD의 말은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이 되었다. ‘가족’이라는 가치를 불러온 드라마의 힘은 새해에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워낙 많은 분석이 있을 터이니 길게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만 시리즈마다 문제 됐던 후반부에서의 긴장감을 이어가는 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by 건

 

사진출처 : MBC, KBS, SBS, CJ E&M

 

*2015년 한 해동안 별밤 블로그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년에는 더욱 발전된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병신년에는 더 행복해지길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