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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의 결말과 상업주의의 한계

category 드라마 2016. 1. 19. 16:49

굿바이 쌍문동. 지난 주말 우리는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을 떠나보냈다. 가족의 정, 이웃의 따뜻함, 청춘의 설렘을 남기고 말이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화제를 남기며 세상을 뒤흔들 것만 같았던 이야기의 힘은 회가 거듭될수록 약해졌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반복될수록 발견하는 시리즈의 한계다. 

최종화가 방영된 다음날, 드마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들의 세상은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가족과 이웃의 정’ 같은 수식어는 그나마 드라마를 분석해보려는 언론의 기삿거리로만 남았다. 대중은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라는 추측을 뒤엎은 제작진의 ‘시도 또는 쇼’에 경악했다. 방송이 끝나고 지하철을 타는 족족 ‘응팔’이라는 단어와 ‘정환이’, ‘택이’의 이름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던 것이 이 주장을 반증한다.

 

20회라는 긴 호흡을 이끌어가다 보면 초반에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따뜻한 분위기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더 큰 자극을 원한다. 후반부 갈등과 호기심을 포기한 드라마에 관심이 줄어든다는 건 MBC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응팔’은 이번에도 남편 찾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마지막 주까지 덕선(혜리 분)이의 남편을 원체 알 수 없게 만든 제작진은 시청자들을 방송 앞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정환(류준열 분), 택(박보검 분)의 팬덤이 강하게 형성된 상황에서 어느 누가 남편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너무 똑똑해졌고, 제작진도 그에 걸맞게 MSG를 뿌린 것이 문제였다.

 

죠스바를 먹느라 입을 파랗게 물들여 정환에게 “무덤 파다 온 것” 같다고 핀잔을 들은 덕선이 선우의 등장에 입술을 입 안으로 말아 넣는 모습은 선우에 대한 덕선의 특별한 감정을 드러내는 동시에 정환, 덕선의 유독 경계 없는 태도 역시 보여준다. 또한 [응팔]에서 덕선과 가장 주도적인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현재 덕선(이미연)의 남편(김주혁)과 가장 유사한 말투와 태도를 보이는 것 역시 정환이다. 그리고 이러한 남녀 관계는 시리즈의 전작 tvN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에서부터 지금까지 공통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2015년 12월 15일, [응답하라] 패밀리즘 / 정환·쓰레기·윤제의 연애하는 법, 글 위근우 IZE)

 

이렇듯 시리즈의 반복으로 인해 시청자들은 그동안 제작진이 보여 온 남편 찾기 기술을 알아챘다. 위에 기사는 응팔의 법칙을 공식적으로 드러낸 단적인 예다. 인터넷을 떠돌다보면 이것보다 훨씬 자세한 증거들(화면 캡쳐)과 법칙을 늘어놓은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쯤 되면 제작진은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시청자가 예상하는(또는 대다수가 바라는) 정환이를 덕선이의 남편으로 만드는 안전한 길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뿌려 온 개연성을 뒤엎고 택이를 선택하는 반전을 만들 것인지 고민했을 것이다. 단순히 이번 시리즈만을 놓고 보는 것이 아닌, 차기작을 감안해서라도 이번 선택은 그들 입장에서 꽤 중요한 것이었다.

 

제작진의 선택은 택이었다. 정환이의 역할을 조연 수준으로 낮추는 한이 있더라도 대중들의 관심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시청자는 아주 화끈하게 응답했다. 정환이(를 비롯해 류준열)에 대한 동정여론이 엄청났고, 누군가는 택이를 남편으로 환영하기도 했다. 어떤 이는 택이가 담배를 너무 펴서 김주혁으로 변했다고 제작진을 조롱하기도 했다.

 

만 이틀 정도 지났을까. 응팔은 tvN의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 방영되기 전까지 드라마 키워드를 점령했다. 화끈한 반전을 선택한 만큼 뜨거운 결과다. 제작진 또는 회사의 입장에서 이번 선택은 꽤나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무리해서라도 그동안의 남편 법칙을 깨면서 수많은 비난을 얻어맞았지만 그만큼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시리즈에서 남편 찾기를 이어갈 수 있는 개연성도 얻었다. 다음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는 사람들은 남편 찾기에 순간이 왔을 때 ‘어남(어차피 남편은)’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제작진은 차기작에서 시청자들을 방송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부분까지 생각했다.

응팔은 정말 잘 만들어졌고, 감탄과 박수를 보내 마지않는 드라마가 확실하다. 1월 중순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날씨만큼 추웠던 국민의 마음을 위로하고, 힘을 주었다는 사실이 틀림없다. 하지만 1988년의 세상을 따뜻하게 표현하다 충격의 남편 찾기로 마무리했다는 것을 볼 때 이 드라마도 결국 상업적인 계산을 했다는 평을 내리게 된다.

 

이렇든 저렇든 우리는 다음 <응답하라 시리즈>를 챙겨볼 것이다. 아니 열심히 챙겨볼 것이다. 장면 하나하나에 열광할 것이다. 과연 다음 시리즈에서는 어떤 남편으로 우리를 힘들 게 할 까. 더불어 꼭 남편만 맞춰야 하는 일인지, 아내를 맞추는 일은 있을 수 없는 것인지 하는 제안을 건네 본다.

 

- by 건

 

사진 출처 : tvN 
참고 : IZE 2015년 12월 15일 기사, <[응답하라] 패밀리즘 / 정환·쓰레기·윤제의 연애하는 법>, 글 위근우

http://ize.co.kr/articleView.html?no=2015121310277210997&page=1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White 2 2016.01.19 16:55 신고

    로맨스는 실패했지만 응답하라 시리즈가 과거의 추억을 되살려보게 해준다는 점은 늘 좋은 것 같아요. 잘 보고 가요~

    • 별밤 별밤러 2016.01.21 11:11 신고

      네, 로맨스보다 더 큰 성공요인이 그곳에 있었죠!
      하지만 한계도 분명히 있었던 것 같아 아쉽습니다.
      더 나은 드라마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2. 空空(공공) 2016.01.20 09:35 신고

    벌써 끝났군요
    후속 드라마도 기대 되던데.
    응답하라 후속은 말씀대로 아내를 맞추게 하는것도
    색다를듯 하군요^^

    • 별밤 별밤러 2016.01.21 11:12 신고

      네, 시리즈가 오래가기 위해선
      지속적인 변주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작진이 계속 발전하려는 시도를 보인다면
      다음 시리즈도 챙겨볼 것 같습니다!

  3. WY 2016.01.31 15:23

    남편 찾기에 관한 논란을 상업적 계산과 연관시킨 점이 흥미롭습니다.
    근데 개인적으론 '낚시'에 힘쓰다보니 기본적 서사구조가 무너져서
    좋은 드라마였다곤 생각되지않네요.

  4. 시청자 2016.01.31 16:56

    저는 별 거부감 없었는데요... 그럼 님 말씀이라면 정환이가 됐다면 상업주의가 아니라는 얘긴가요?
    '하지만 1988년의 세상을 따뜻하게 표현하다 충격의 남편 찾기로 마무리했다는 것을 볼 때 이 드라마도 결국 상업적인 계산을 했다는 평을 내리게 된다. '

    • 별밤 별밤러 2016.01.31 17:40 신고

      저는 기본적으로 이 드라마가 상업주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반전 남편 찾기로 상업주의가 더 반영되었다고 봤고, 그 점을 더 강조했습니다.

  5. 시청자 2016.01.31 17:50

    원론적인 얘기지만 영화라 할지라도 미리 결말이 예측되는 영화 역시 보고 나서 잘된 영화라고는 하지 않지요? 드라마는 다음편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교집합이 분명있겠지요? 님께서도 말씀하신 바와 같이 누군가는 '동정'했고 누군가는 '환영' 했습니다.
    저는 사실 남편이 그닥 궁금하지도 않았지만 끝까지 본 일인 이구요. 요즘 흘러넘치는 막장과 자극에서 멀리 벗어나 있었다는 점에서 저는 후한 점수를 주고 봤습니다.
    상업과 재미 혹은 몰입감.. 어떻게 볼지는 취향일 수도 한 끗 차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좀 논쟁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답글을 달았습니다^^ 이해 부탁드리고 더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 별밤 별밤러 2016.01.31 20:45 신고

      친절한 댓글과 격려 감사합니다!
      저 역시 시청자님의 의견에도 동감합니다. 어떤 결말이 되었든 드라마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수많은 이야기를 남긴 것은 확실하지요. 드라마가 발전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글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6. 참나 2016.01.31 20:21

    애초에 상업주의였다면 정환이가 됐어야 말이되죠
    자기가 좋아하는 주인공이 되지않았다고 상업주의라며
    더 좋은 드라마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니..
    진지함을 가장한 찌질한 글같네요.

  7. ㅇㅇ 2016.02.01 00:33

    정환이가 남편이 된다해서 개연성이 있다고는 보기 힘들텐데요..수많은 복선을 엎었다기엔 소품이나 스토리 복선들도 모두 택이를 향해있었어요. 정환이 시점이 많아서 그렇게 보기 힘들었을 뿐이죠. 그저 상업성과 화제성으로 결말이 나중에 바뀌었다는 말은 도저히 공감해주기 힘드네요.

  8. 정환이펜 2016.02.01 04:13

    많은 의문을 남기는 앤딩 이었기에 저또한 아쉬움속에 드라마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지난 18화까지 매주 눈물과 웃음을 선사했던 제작진과 출연진들의 결과물 이기에
    또다른 감동이라 여기며 완결을 보았습니다
    앞으로 또다른 응답시리즈가 언젠가 우리곁에 찾아오겠죠
    늘 응답러 로써 기다릴게요 (일찍다녀..내신경은 온통 너였서..)
    몇개월 응팔에 빠졌던 제가 종영이후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구 ..ㅠ
    온통 너였서..엉엉..정환아~어딧니~내말 들리니~

  9. 책상위의잡동사니 2016.02.03 23:55 신고

    다음에는 아내 찾기를 해보는건 어떨까? 라는 말 되게 재미있게 들리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