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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정치

프레임으로 본 노동개혁

프레임은 첫사랑이다. 잊으려 해도 자꾸만 기억이 난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좋을 게 별로 없었던 사랑인데도 대다수 사람들은 첫사랑을 낭만적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항상 첫사랑을 생각할 때면 설레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이 감정은 프레임이 작동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노동개혁으로 청년들에게 일자리를”이라는 정부여당의 구호는 매력적이다. 귀에 쏙쏙 박힌다. 일자리 문제는 청년을 비롯해 그를 둘러싼 가족·친척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위력이 있다. 노동개혁을 하게 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다는 의미가 머릿속에서 복잡한 계산 없이 바로 떠오른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사람들은 노동개혁을 생각하면 자동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반면에 새정치민주연합과 노동계의 반응은 어땠나. 야당은 조목조목 정부 정책에 비판하는 모양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해도 기업이 실제로 일자리를 늘릴지 확신할 수 없다’ 혹은 ‘일반해고 요건 완화 시 샐러리맨들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처럼 조목조목 반박한다. 합리적인 비판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논리보다 한층 더 복잡한 사고과정이 필요하다. 민주노총 같은 노동계는 별다른 역할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정부가 노동개혁을 밀어붙이자 뜬금없이 거리투쟁을 나섰다.

 

프레임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누가 더 빨리 연상되는 이미지를 장악하느냐의 싸움이다. 레이코프 교수가 그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에서 언급하듯 유권자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후보자와 정당을 뽑는 게 아니라 자신이 닮고 싶은 후보자와 당을 선택한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합리적으로 정책의 옳고 그름을 따질 만큼 국민은 풍요롭지도 여유롭지도 못하다. 야당이 ‘노동개혁=일자리 창출’ 프레임을 깨고 싶다면 그만큼 간단한 구호를 만들어냈어야 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하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가수 하림의 노랫말이다. 첫사랑을 잊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프레임도 마찬가지다. 이미 정부여당의 프레임 전쟁에서 밀렸다는 생각이 든다면 야당은 재빠르게 다른 프레임을 내놓아야 했다. 야당의 살길은 그럴듯한 전략이 아닌 단순한 프레임에 있을 것이다. 이슈에 끌려만 다니는 야당만큼 무능력한 야당도 없다.

 

by 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