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복잡한 과학 수식은 과감히 차치하고 그의 생존기에서 힌트를 얻어 백수에서 탈출하는 데 필요한 마음가짐을 얻어 보려 한다(스스로 위안 삼아보려 한다). 영화는 아주 짧게 요약 가능하다. 화성에 강력한 모래폭풍이 불면서 헤르메스호는 화성 도착 6일 만에 조기 귀환한다. 그 과정에서 와트니는 불의의 사고로 일행과 동떨어져 화성에 홀로 남는다. 화성에 남아 그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영화의 핵심 줄거리다.
무리들에서 벗어나 홀로 화성에 남겨진 와트니는 기나긴 취업경쟁에서 떨어져 나간 뒤에 다음해를 기약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중첩된다. 척박한 땅에서 농사짓기 위해 물을 만들고, 흙을 옮겨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감자를 경작하는 와트니는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하고 자격증과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차이가 있다면 주변의 취준생들은 와트니만큼 밝지는 못하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화성에서 생존하는 것만큼의 어려움과는 비견되기 어렵겠지만 청춘들의 백수탈출기도 눈물겨운 건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청춘들 중에는 와트니 같은 밝은 친구가 없을까? 그것은 주변 상황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
탈출하면 영화처럼 해피엔딩?
와트니에게 배울 점이 있다면 타고난 긍정의 힘으로 탈출과 생존이라는 목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본인이 갖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있는 대로 동원해 생존확률을 한껏 높였다는 점도 본받을 만하다. 와트니는 나사의 화성 탈출 계획을 신뢰했고, 신뢰의 결과로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아마도 우리 역시 세밀하게 계획을 짜고, 중간에 조금씩 어긋난 부분을 수정하다보면 언젠가는 취업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감격 그 자체일 것이다. 다른 동료 대원들이 와트니를 반갑게 맞이하며 축하받듯, 우리들도 취업을 이루는 날만큼은 주변 가족, 친지, 친구에게 원 없이 축하받을 것이다. 그날만큼은 모든 근심, 걱정의 무게들을 내려놓고 즐길 수 있으리라.
그러나 사실 모험의 본격적인 시작은 탈출 이후부터인지 모른다. 영화에서는 러닝타임의 한계로 와트니의 탈출 이후의 삶은 생략돼 있다. 그저 몇 년이 흐른 뒤, 우주인 교육센터에서 자신의 탈출 경험담을 들려줄 뿐이다. 그가 트라우마에 시달렸는지, 후유증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런 것들은 전부 생략돼 있다. 한국의 청년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존 확률만큼 불투명한 경쟁률에서 살아남은 청년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거칠게 말해 야근과 스트레스, 월급봉투가 전부다. 탈출과 생존은 취업 이후에도 우리가 이뤄내야 할 하나의 목표다.
결국 <마션>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와트니의 이 한 마디로 요약된다. “난 여기서 안 죽어.”
by 락
*사진 출처: 다음 영화